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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상태를 알려주되 '희망'도 함께 주길
솔직하게 상태를 알려주되 '희망'도 함께 주길
  • 의사신문
  • 승인 2009.01.12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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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잘하는 의사가 환자 진료도 잘한다 Q&A(28)

불치병 소식을 환자에게 비밀로 해야 하나?

Q〉 암이나 기타 불치병 소식을 전할 때 환자 보호자가 환자가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여 종종 비밀로 해달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환자에게 비밀로 하는 것이 맞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불치병일지라도 환자의 상태에 대해 환자 본인에게 솔직히 알려주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전혀 가망이 없는 시한부 환자라면 그 사실을 100퍼센트 그대로 알려주기 보다는 단 몇 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함께 전하면서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환자에게 불치병 소식을 전하는 것이 좋은가 안 좋은가의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만약 답이 있다면 환자의 성향에 맞춰 환자가 가능한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가망이 없는 환자의 경우, 환자가 생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증세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실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3년 이상을 사는 환자도 보았기에 환자에게 불치병 소식을 전할 때는 정확한 시한을 밝히기보다는 단 몇 퍼센트의 희망을 남겨두길 바랍니다.

즉 환자가 앞으로 3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면 환자에게 치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은 알려주되 3개월이라는 기간을 정확히 명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환자들 중에는 정말 의지가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일단 건강할 때는 의지가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을지라도 몸이 아프다보면 의지가 약해지고 생각도 부정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현재의 상태를 대략적으로 는 알려주어 환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고 정리할 수 있도록 하되 환자가 그대로 절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설령 현대 의학으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지언정) 도와주셔야 합니다.

`긍정의 힘'이야 말로 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불치병 환자에게 놀라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힘입니다. 환자 가족들이 환자 증세에 대해 환자에게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을 하더라도 가능하면 환자 가족들을 설득해서 환자에게 불치병 소식은 비밀로 하기보다 대략적으로라도 알려줄 것을 권합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소식 전달을 조금 늦춘다거나 증세를 조금 완화시켜 이야기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숨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사려 깊은 태도로 정직·신속하게 전달해야

말기암과 같은 좋지 않는 소식 전할 때?


Q〉 환자에게 암이나 기타 안 좋은 소식을 전할 때 어떤 식으로 전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까? 암 초기라면 가능한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서 희망을 주려고 합니다만 암 말기 환자의 경우는 긍정적으로만 이야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난처합니다.

A〉 환자에게 암 말기와 같은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할 때는 환자의 건강을 돌보았던 담당 의사(주치의)가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환자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한 후에 환자와 차분히 앉아 시간적 여유를 갖고 환자의 손이라도 따뜻하게 잡아주면서 전달하길 바랍니다. 괜히 돌려 말하는 것보다는 신속하게 전달하고 앞으로의 방안에 대해 빨리 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환자가 “언제 죽습니까?” 라고 자포자기해서 부정적으로 질문하더라도 몇 개월 뒤에 죽는다는 부정적인 답변보다는 “몇 개월은 잘 지내실 수 있습니다” 식의 긍정적인 답변이 좋습니다.

나쁜 소식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순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면, 첫 번째 단계는 환자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상황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검사 결과를 검토하고 결과에 대한 환자의 이해와 관심을 점검하고 새로운 정보가 있다는 것을 지적함으로 적절한 시기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강조하지만 나쁜 소식일지라도 신속하게 빨리 전달하고 구체적인 해결책, 치료책을 간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다만 환자가 받은 충격이 크다는 것이 느껴질 경우에는 면담을 조금 천천히 진행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나쁜 소식을 들은 환자들은 보통 그 소식의 기술적인 세부사항보다 의사의 태도와 자세를 더 상세히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의사는 어떤 순간이라도 정직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보여주어야 하며, 환자가 나쁜 소식을 인정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정보 제공은 (의학) 전문 용어 대신 단순하고 명확한 단어를 사용해야 하며, 한 번에 적은 양을 전달하되 주기적으로 요약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말기 암과 같이 가망이 없어 보이는 환자일지라도 “환자 분이 이것을 이겨내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식으로 환자가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환자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는 의사야 말로 가장 훌륭한 의사일 것입니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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