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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이야기 <2>
브레이크 이야기 <2>
  • 의사신문
  • 승인 2009.01.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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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제동시 강한 브레이킹 해야 ABS 효과

ABS의 실제적인 효용은 얼마나 될까? 실제로 도로에서 ABS의 덕을 제일 많이 보는 차종은 어떤 것들일까? 차중이 무거운 차들이 유리하다. 필자는 예전에 ABS가 있는 무쏘와 없는 차종으로 비교한 적이 있다. 분명히 ABS가 있는 차종이 제동에 유리하다. 덜 밀리는 느낌이 들고 장애물을 피해갈 때는 확실히 체감한다.

무거운 차종은 브레이크가 잠기면 그 다음에는 거의 핸들을 돌릴 수가 없다. 잠김의 효과를 더 심하게 체감하고 무게중심의 급격한 이동으로 위험해 지기도 하다.

ABS의 성능이 좋다는 것은 메이커의 공허한 슬로건은 아니다. 통계조사에서 차량의 다중추돌사고는 18%, 차가 도로밖으로 이탈하는 사고는 35%가 줄어든다고 한다.(상당히 높지만 그렇게 월등한 것도 아니다) 일반도로에서 제동거리를 작게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운전자에게 권장하는 ABS 사용방법(메이커의 매뉴얼어 나오는 방법)은 급정거 시 브레이크 페달을 가능한 강하게 세게 밟는 것이다. 초기의 ABS들은 펌핑을 시작할 때 진동이 브레이크의 페달로 전해져 온다. 상당히 이상한 느낌으로 착암기를 밟는 느낌이다. 그래서 심리적인 저항이 생겨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 약하게 밟거나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데 ABS의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사고 위험시에는 주저없이 강하게 밟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의 본성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메이커들은 세게 밟으라고 적어놓고 있다. 나중에 펌핑이 적게 느껴지는 브레이크가 나왔을 때는 또 새로운 문제가 나왔다. 사람들이 브레이크를 밟을 때 초기에 약하게 밟아 제동거리가 길어져 Active Protection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고급차종들은 어느 이상의 급제동이 일어나면 펌프가 더 세게 압력을 높여 급제동을 시킨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개입할 여지는 더 크게 줄어든 셈이다.

강한 브레이킹이 항상 좋은 제동법은 아니다. 그러나 기계장치의 도움으로 핸들이 잠기고 도로에 스키드를 남길 확률은 줄어든다. 확률적으로는 그렇다. 매뉴얼에 나온 것처럼 무조건 꾹 밟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급제동시’라는 단서를 잊으면 안된다. 예외도 상당히 많은 것이다. 브레이크는 되도록 적게 사용해야 하고 코너링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원래 브레이크를 최고의 답력으로 끝까지 밟는 것은 패닉 브레이크에 해당한다. 차의 충돌직전에는 패닉브레이크밖에 없다. 최고로 숙련된 랠리카의 운전자들도 마지막에는 패닉브레이크를 밟는다. ABS가 줄 수 있는 이점은 바퀴가 잠기지 않는다는 점이고 운이 좋고 잘 대응할 수 있으면 충돌을 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반대로 숙련이 된 운전자라도 아주 급한 순간에는 임계브레이크 같은 것을 구사할 여력이 없다. 패닉 브레이크에 가까운 제동을 한다. 그래서 ABS는 있는 것이 좋다.

ABS에는 몇 가지 논란거리가 있다. 자갈길과 눈길에서는 불리한 경우가 있다. 제동거리를 늘려 버린다. 이런 길에서는 네바퀴가 모두 정지하여 노면을 파고드는 편이 제동거리가 짧아진다. ABS의 제어 알고리즘은 제조시기별로 다르지만 이런 경우에 할 수 있는 조처는 펌핑간격을 늘리는 일 정도다. 오히려 장착되지 않은 차로 풀 브레이크와 풀기를 반복하면서 제동하는 편이 제동거리면에서는 더 낫다고 한다. 때로는 전혀 이상하게 듣지 않는 것 같은 경우도 생긴다. 앞차와의 거리는 짧아지며 ABS 펌프는 캉캉캉하며 발에 진동을 전하는 가운데 줄줄 미끄러지며 차는 서지도 않는 아찔한 경우를 가끔씩 경험한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예상외로 많다. 아주 낮은 속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필자의 경험은 ABS 차종이라도 펌핑브레이크 하면 조금 나은 정도라고 결론지었다.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갑자기 돌아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갈길에서 ABS로 인한 제동거리 증가는 미국 고속도로 안정청(NHTSA)의 통계에 의하면 22%나 된다. 아주 미끄러운 길 역시 풀브레이크 후 다시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편이 더 낫다는 통계로 나왔다. 그러나 급한 순간에 이런 조작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운전자가 당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ABS를 불필요한 것으로 보면 안된다.

ABS의 유무를 떠나서 눈길 운전은 특별한 방법이 없다. 가급적 끌고 나가지 않는 편이 좋다. 눈이 오고 특히 결빙이 되면 일반 타이어는 그냥 전후좌우로 미끄러질 뿐이다. 바퀴의 마찰력보다 관성이나 원심력이 더 중요한 힘이다. 체인이나 스파이더 같은 보조장치가 없으면 제설제를 퍼붓는 시내 주요도로를 제외하고는 차를 몰지 않는 편이 낫다. 완전히 얼어붙은 길을 체인 없이 달리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ABS는 이런 예외적인 경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면 일상의 운전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요즘은 ABS와 변속기 그리고 엔진의 구동력을 조절하는 새로운 시스템인 TCS와 ESC같은 것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운전자의 개입 여지를 더 줄여 놓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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