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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세상의 다양한 정보원들" 인식전환 필요
"환자는 세상의 다양한 정보원들" 인식전환 필요
  • 의사신문
  • 승인 2008.12.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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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잘하는 의사가 환자 진료도 잘한다 Q&A(27)

세상사에 뒤쳐진 느낌이라 답답합니다.

Q〉 병원에서 늘 아픈 환자들만 만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데 한 박자 뒤처지는 것 같아 좀 답답합니다. 사실 병원 일 외에 다른 데 관심을 가질만한 정신적 여유와 시간도 없습니다. 매너리즘(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전문의로서 좀 더 탄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A〉 오늘부터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정비하길 바랍니다. 환자를 그저 `아픈 사람'이라고만 인식하기보다 `세상의 다양한 정보원들'이라고 생각하면서 환자의 사적인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아 보시기 바랍니다. 또 취미나 종교 활동을 통해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시길 바랍니다. 확실히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많이 넓어질 것이며 매너리즘도 극복될 것입니다.

의외로 많은 의사 선생님들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매너리즘은 아픈 환자를 돌보는 `의사'라는 직업뿐 아니라 법정에서 변호를 하는 변호사나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 경영을 하는 경영인들도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부분입니다. 즉 매너리즘은 어떠한 직업에서도 빠질 수 있으며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사실 의사야말로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직업입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사회적 위치, 경제적 정도, 특성이나 유형, 성별, 연령 등 그 모든 것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일단 환자를 보는 시각부터 변화시키길 바랍니다. 환자를 몸이 아파 치료받으러 온 사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나에게 세상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해줄 수 있는 정보통,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진료 방식에도 변화를 필요로 하겠습니다. 지금처럼 환자에게 “어디가 불편하시죠?”라는 틀에 박힌 질문과 “네. 환자 분은 00 증상입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마시고 술·담배 금하시고 영양보충 잘하세요”식의 형식적인 답변으로 진료가 끝난다면 환자는 그야말로 `환자'일 뿐입니다. 그러나 같은 진료라도 환자가 현재 어떤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환자의 최근 동향이나 문제들을 귀담아 들어주면서 치료법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훨씬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음은 물론 환자는 의사 선생님께 `세상 소식을 전달해주는 정보통'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종교 활동이나 기타 취미 활동을 통해 지친 인생에서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진정한 `인생의 오아시스'를 찾는다면 삶의 분명한 목적이 생기고 에너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나와 직업이 다른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종종 찾아오는 매너리즘을 극복하는데 그야말로 특효약입니다. 일례로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세계의 접근은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바쁜 진료 때문에 얻을 수 없었던 수많은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는 보물창고입니다. 이제는 병원 홈페이지와 선생님이 속하신 학회 홈페이지를 넘어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편안히 이야기하는 공간에 적극 참여하신다면 삶이 현재보다 훨씬 윤택해지며 즐거워지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인간적으로 위로해주며 차분한 어조로 설명

사망소식 등 좋지 않은 소식을 알릴때?


Q〉 보호자에게 환자의 사망소식이나 치료가 더 이상 가능성이 없음을 알려야 할 때 적절한 표정이나 어조, 말투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A〉 어떠한 상황에서든 의사는 이성을 지키며 담담해야 합니다. 특히 환자의 안 좋은 소식을 환자 보호자에게 전달할 때는 의사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보호자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게 됩니다.

특히 이때는 평소보다 반톤 정도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빨리 전달하려는 마음에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이야기한다거나 순간적으로 흥분하여 격양된 목소리로 이야기하게 된다면 보호자는 더욱 충격을 받고 흥분할 수 있습니다. 또 보호자가 메시지를 전달받고 오열하거나 흥분하더라도 혹은 순간적으로 의사의 멱살을 잡을지라도 의사는 감정을 절제하고 다스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환자에게 차갑게 형식적으로 대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이러한 상황에서 보호자들은 의사가 보호자와 같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할 때 지지받는 느낌을 받게 되는 반면 전문적이고 무감각할 때 거리감이 느껴지고 고통 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우선적으로는 보호자의 슬픈 마음을 인간적으로 공감해주고 위로해주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이성적으로 접근하여 환자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보호자나 환자에게 정확히 알려줘야(전문적인 의료정보 제공) 합니다. 아울러 메시지를 전달할 때의 표정은 메시지 내용에 적합한 안타까운 혹은 슬픈 표정이 적절합니다만 아이 컨텍과 단호함이 묻어나는 차분한 어조, 배려있는 친절한 말투 등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인간적 호감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환자 보호자에게 역시 논리보다는 인간적 호감을 바탕으로 먼저 그 마음을 이해해주고 배려해준 다음 논리적으로 접근한다면 좋지 않은 소식일지라도 그 충격은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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