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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료지원단 동행취재기完> '고통받는 자 슬픔' 뒤로한채 귀환길
<서울시의료지원단 동행취재기完> '고통받는 자 슬픔' 뒤로한채 귀환길
  • 강봉훈 기자
  • 승인 2005.02.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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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에서 근무하는 동안 매일 저녁 8시 30분에는 육군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의료진 대표들이 모이는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병원에서 하루동안 진료한 실적이 보고되고 각 봉사단 별 특이사항을 발표했다.
安哲民단장은 통역과 함께 이 회의에 매일 참여해 서울시 의료지원단의 활약을 소개하고 각국에서 몰려든 의료봉사단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파악해 적극 지원했다.
육군병원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러 나라의 봉사단원들은 모두 입을 모아 한국의 의료봉사단이야말로 Dream Team이라고 불렀다.

  16일에는 소년 레판자(13살)가 지원단이 머무는 천막 숙소를 찾아왔다.
  레판자는 쓰나미로 인해 여동생과 형을 잃고 엄마는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아버지는 사고 이전에는 야채장사를 했었지만 쓰나미로 인해 집과 함께 모든 것을 다 잃었다. 

  레판자는 다니던 학교도 완전히 부서져 낮 시간에도 갈 곳이 없이 병원 내를 방황하다가 安哲民단장을 만난 것이다.

  安哲民단장은 심한 마음의 상처로 아파하는 소년을 위로하고 모포와 식료품 등을 전달했고 레판자는 매우 고맙다며 돌아갔다.

  다음날 레판자는 공책과 볼펜을 들고 와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지원단은 'ㄱ ㄴ ㄷ ㄹ' 등 자음과 'ㅏ ㅑ ㅓ ㅕ' 등 모음을 차례로 가르쳐줬다.
그리고 이를 조합해 '가 나 다 라'라고 쓸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자 곧바로 지원단원들의 이름을 조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후 레판자는 틈 나는 대로 지원단 숙소 천막으로 찾아와 한글과 우리말을 배우고 한국 노래도 익혔다.

  떠나는 날 아침 버스를 타는 곳까지 따라 온 레판자는 그 동안 배운 한국 노래를 부르며 전송하고 꼭 편지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말 배운 어린이 편지쓰겠다며 배웅

各언어로 '석별의 정' 부르며 아쉬움 달래

  서울시 양인승 팀장은 어린 나이에도 외국어를 습득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난 것 같다고 지적한 뒤 잘 가르친다면 나중에 분명히 반다아체를 이끌 인물로 자랄 것이라며 서울시에 건의해 후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다.

  반다아체에서 철수하는 전날인 18일 저녁에는 병원 알렉스 부원장이 지원단 숙소 천막으로 찾아와 대원 회의에 참석했다.
알렉스 부원장은 그 동안 지원단에게 차량을 지원하고 직접 시내 곳곳을 돌며 소개하는 한편 여러 난민촌을 돌며 물자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부원장은 ""눈부신 여러분들의 활약에 많은 주민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으며 앞으로 반다아체 재건에 많은 도움이 될 것""고 전한 뒤 ""주민들을 대신해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원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석별의 정'이라는 노래를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로 연속해 부르며 작별을 아쉬워했다. 단원들도 이어 한국말로 이 노래를 이어 불렀다.

  반다아체에서 철수하는 19일 아침에는 崔文誠원장의 생일을 맞아 조촐한 파티를 벌였다.
그 동안 아껴둔 미역국밥을 꺼내 끓여 나누어 먹고 다함께 축하했다.
崔文誠원장은 떠나는 날 아침까지도 수술한 환자 몇 명에게 드레싱을 해줘야 한다며 서둘러 수술실로 올라갔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선발대로 출발해 1진에 이어 2진까지 계속해서 23일간 봉사활동에 참가한 신용경씨(시립 서대문병원 내과)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더 머물러 도움을 주고 싶지만 아쉽다""며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을 주축으로 한 의료 지원단이 머무른 육군병원의 데디 원장은 서울시 의료지원단의 봉사활동의 고마움을 담아 安哲民단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했다.

  데디원장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의료진이 몰려와 활동하고 있지만 이렇게 성심 성의껏 봉사하는 곳은 한국 의료진밖에 없었다""며 고마움을 표하고 ""쓰나미로 인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 봉사활동에 도움을 줄 수 없었다""며 미안하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환자들이 계속 발생하겠지만 지원의 손길은 머지 않아 끊길 것 같다""며 ""많지 않은 인원이라도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의료진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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