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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에 동조·변호하지 말고 객관적인 입장 지겨야
험담에 동조·변호하지 말고 객관적인 입장 지겨야
  • 의사신문
  • 승인 2008.12.2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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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잘하는 의사가 환자 진료도 잘한다 Q&A(26)

타 병원 의사를 험담하는 환자를 만날 때?

Q〉 종종 타 병원 의사를 험담하는 환자들을 만나면 같은 의사로서 매우 당황스럽습니다. 라포 형성을 위해 환자의 험담에 동조하기도 그렇고 같은 의사라고 그 의사의 입장을 변호해주기도 그렇습니다. 이럴 때 환자의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해 주어야 하는지 적절한 태도가 궁금합니다.

A〉 환자가 다른 병원 의사를 험담한다고 해서 환자의 험담에 동조하거나 그 의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냥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 동안 참 많이 힘드셨겠네요. 앞으로 제가 열심히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식으로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준다면 환자도 `의사가 내 마음을 이해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넘어갑니다.

그러므로 환자가 타 병원 선생님을 험담할 지라도 절대 험담에 동조하거나 그 선생님의 입장을 변호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또 거기에 대한 견해를 꼭 말씀하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선생님도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러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만 의사들도 나름대로의 경험이나 이론에 따른 치료 계획이 있기에 치료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라고 나쁘게도 좋게도 이야기하지 말고 센스 있게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즉 가능하면 환자가 타 병원이나 선생님을 나쁘게 이야기하더라도 선생님은 그 병원이나 선생님을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어떤 경우든 한 쪽 입장의 이야기만 듣고 잘잘못을 판정 짓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의사가 다른 의사를 비방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결국 의사 스스로를 낮추는 일입니다. 혹시 타 병원 선생님이 명백한 잘못을 했을지언정 의사 선생님이 다른 병원이나 선생님을 환자와 함께 험담하신다면 상대적으로 `의료 전문가'로서의 위신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환자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위로해 주되 언제나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특별히 이렇게 환자가 다른 병원이나 의사에게 상처를 받았거나 불만이 쌓인 경우에는 의사의 `공감과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기서 `공감과 이해'는 환자의 이야기에 무조건 `동조'하라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공감과 이해'란,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환자의 마음을 진심으로 위로해주라는 의미입니다.
 



설문지 이용 세분화된 '닫은 질문'이 효과적

병력·생활습관을 감추려는 환자와의 대화법?


Q〉 환자가 과거 병력이나 생활 습관 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만성질환 환자의 대다수는 이러한 생활 습관과 과거 병력 등이 관계가 깊은데,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진단이나 처방을 내리기가 힘듭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고 자꾸 감추려드는 환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방법은 없나요?

A〉 있습니다. 자신의 병력이나 생활 습관 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환자가 직접 생각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열린 질문'이 아니라 `네' `아니오' 식으로 간단히 답을 할 수 있는 `닫힌 질문'이 효과적입니다.

사실 부부관계에 심한 문제가 있다거나 결혼 전 낙태 유무, 주량이나 흡연, 약물복용, 혹은 가정폭력이나 경제적 빈곤이 현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이라면 환자는 그런 것들을 진료 시 솔직하게 털어놓기 힘들 것입니다. 이렇게 환자가 스스로 이야기하기 힘든 점은 면대면 진료와 병행해 설문지 작성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진료 시 환자에게 질문을 던질 때도 `최근 건강상에 어떤 문제가 있으셨습니까?' 같은 `열린 질문'보다는 `최근 약물을 복용하신 적이 있습니까?' 식으로 환자가 `네', `아니오'로 빨리 답하고 넘어갈 수 있는 `닫힌 질문'이 좋습니다.

즉 처음부터 환자에게 구체적인 정보나 사실을 담고 있는 `닫힌 질문'을 단계별로 세분화하여 던진다면 그 질문에 대해서는 환자가 최소한 `네', `아니오'라고는 대답을 할 것이기에 진료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질문을 세분화하여 던질 만큼 진료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진료 전 상세한 설문지를 통해 서면으로 환자의 과거 병력이나 생활습관을 알아내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환자는 실제 면전에서 의사에게 밝히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서면에서는 솔직히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더해 의사 본인이나 다른 환자들의 예를 들며(환자들의 리스트를 적절히 이용한 `리스트 테크닉'활용) 환자가 부담 없이 자신의 생활 습관을 밝힐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당신은 환자, 나는 의사'가 아니라 `우리는 생활 습관에 여러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는 같은 사람입니다' `나는 의사이기 전에 당신의 스트레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식의 공감대를 형성할 때 환자의 솔직한 생활습관과 병력 등을 솔직히 들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실제 진료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과거병력이나 객관적으로 민감한 생활 습관 등에 대해서는 얼굴을 직접 마주하며 던지는 `면대면 질문'보다는 환자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솔직히 자신에 대해 밝힐 수 있는 설문지(페이퍼) 등을 이용한 `서면 질문' 방식을 권장합니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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