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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근석
남근석
  • 의사신문
  • 승인 2008.12.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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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이정균내과의원장>

▲ 이정균 원장
월악산 국립공원에는 금수산(錦繡山)과 월악산(月岳山)이 끼어있다. 동산(東山)은 금수산과 맥을 같이 하는 산세다. 동산(東山)은 월악산과 금수산의 위세에 밀려 있었지만 물 맑은 고장에서 충주호의 경치조망 제일명소가 되었으니 충주호 덕분에 관광, 등산의 날개를 얻었다. 충주호 속 청풍대교, 강변 따라 이리 돌고, 이리 꾸불 저리 꾸불 현기증이 날 즈음 무암사(霧巖寺) 간판에 정신 차려 동산(東山) 등산길을 찾아 들어간다. 동산(東山)은 우리들 흔히 뒷동산 야산에 오르는 산책 가는 기분의 산이 아니다. 아기자기한 암릉, 기암괴석, 노송이 연출하는 한 폭의 동양화, 천년고찰 무암사와 소부도(牛浮屠) 쌍과부바위, 칼바위, 낙타바위, 장군바위 그리고 남근석(男根石)이 자랑꺼리란다.

무암사 전설은 흥미롭다. 절 건너편 능선 절벽에 안개가 끼면 그 암릉이 모습을 드러내고, 안개가 걷히면 사라지니 그 바위의 신비함에서 유래한 부암사다. 동산(東山) 등산의 매력은 남근석에 있다. 남근석은 무암사에서 또렷하게 보인다. 동산(東山) 능선, 성봉에서 7∼8분을 하강하면 남근석 안내판이 참나무에 걸려있다. 안내등산에서 빠뜨리기 일쑤. 일부러 찾아 가야만 되는 접근로, 그곳은 아들을 낳게 해달라는 치성도 한몫하는 듯 그러나 접근은 쉽지 않으니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산북 쪽 암릉따라 5m 밧줄을 당기고 내려서 10분 걸어 무암골 무암사가 보이는 바위에 또 10m 밧줄 당기고 내려서고, 다시 10분 걸어 연이어 15m 밧줄에 몸을 의지하며, 위쪽 급사면 쪽 V자 침리를 20m 밧줄에 의지하여 하강하여 8m 급경사 바위에 다다르니 완만한 암릉 100m를 지나면 높이 4m, 상단부 직경 1.5m 하단부 2m의 신의 걸작 남근석이 의젓하게 서 있어 어렵게 찾아온 등산객을 반겨주고 서 있다.

금수산은 동산(東山) 남쪽에 있고 단양과 관련이 깊다. 충주호 건너 구단양에서 금수산 전경을 쳐다보면 임산부가 반듯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구단양쪽으로 금수산 정상바위가 툭 튀어 나온 것은 머리이고, 정상 오른쪽 아래 신단양 방면으로 뻗어내린 능선 상에는528m 봉우리가 젖무덤을 방불케하고 펑퍼짐한 571m 봉은 임신부의 배 모습이다. 더 아래쪽으로 움푹꺼진 과게이재(416m)는 발목과 발을 닮았으니 그 전체 모습은 침상에 누워있는 임신부의 모습을 닮아 예부터 아기를 낳기를 바라는 여인들이 구단양 뒷산 두악산(732m) 꼭대기 소금무지에 올라 금수산을 향해 제물을 올리고 지성을 들였다고 전해오고 있다.

적성면 상리마을 절골 등산로 입구에는 돌을 깎아 세운 남근석이 설치되어 있다. 등산객들은 등산길 초입부터 흥미를 더하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열을 올린다. 남근석 공원은 금수산이 임산부를 닮았다하여 세워진 설치물이다.

월악산 덕주사(德主寺) 뒤편 수산리 쪽에서 바라보면 월악산은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모습과 닮은 형태로 보인다.

우리 선조들은 태양(日)을 양(陽), 달(月)을 음(陰)으로, 사람도 남자는 양(陽), 여자는 음(陰)으로 생각하였다. 월악산은 음기(陰氣)가 왕성한 산이요,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 이름도 월악산이라 칭하게 되었다 한다. 음(陰)의 지기를 누르고 음양조화가 왕성한 산, 월악산의 음의 지기를 눌러 음양조화를 이루기 위해 남근석을 세웠다 한다. 월악산 덕주사에는 남근석 3개가 있다. 하나는 그 크기가 길고 하나는 작다. 그 중 하나는 가운데가 부러져있다. 덕주사 남근석은 월악산의 음증 중 화제였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아들을 바라는 사람이나, 또 소망, 행운을 기구하는 민속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삶과 죽음을 이원화하였고 우리 인간의 삶은 유한(有限)하니, 우주의 모든 질서에서 유환(有限)과 무한(無限)을 배우고 터득하였다. 우주의 모든 질서는 유환과 무한, 음과 양 그리고 빛과 어둠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생각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이 모든 것들 속에 영원불멸의 진리를 체득하였다.

덕주사 남근석은 조상의 지혜가 응축된 상징이요, 생과 삶의 윤회의 진리를 터득케 하는 다른 상징물이다. 남근석은 기자(祈子)신앙의 상징물이라 하나,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빌기 위해 세워진 성기(性器)숭배 관렴이라고 한다면, 전국 방방곡곡에는 셀 수 없이 남근석이 세워졌을 것이란 사려는 설득력이 있다. 남자의 성기 같은 것이 왜 서있는가. 그것도 동네 한 가운데 민망하게 서 있을까? 동네 사람들은 음기가 센 곳에 세워진다고 말한다.

동산(東山) 남근석은, 너무 정교하며 흡사하니 그 남근석엔 무슨 곡절이 숨어있을 듯, 자연의 해학, 민속의 진지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풍모를 지닌 자연의 조화가 신통할 뿐이다. 남근석은 생산의 의미로 해석하게 된다면 아들을 낳기 원하는 마음은 그것을 눈으로만 볼 수 있겠는가. 쓰다듬어 손때가 묻겠지. 동산(東山)의 남근석은 인간의 지극한 정성과 마음을 알아주는 듯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바위의 질감이 주는 강인함보다는 부드러운 곡선에 다정함을 느끼게 되니, 자연의 해학이다. 금수산 지세를 누르기 위해 인공적으로 세운 남근석과 여근석을 다담하게 배치하여 조성한 대담한 발상 그 자체도 해학이다.

이정균<이정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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