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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이야기 <1>
브레이크 이야기 <1>
  • 의사신문
  • 승인 2008.12.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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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시 바퀴의 '로킹' 방지하는 ABS

요즘은 ABS가 달리지 않은 차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달려있는 차가 훨씬 많다. 그러나 ABS가 정작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예상보다 적으며 일반적인 브레이크 시스템의 역할부터 잘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상식적으로 브레이크는 밟으면 차가 서는 무엇으로 알고 있다. 정상적인 도로 위에서는 대부분 이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도로를 주행하는 방법과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를 잡는 방법은 너무 많다. 브레이크를 급히 잡을 수도 있고 느리게 잡을 수도 있다. 속도가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으며 도로가 미끄럽거나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때로는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며 핸들과 브레이크의 조작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급박한 경우에는 목숨이 걸려 있는 경우도 많은데 정작 TV나 인터넷에서는 사용법을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다. 알아서 연구하던가 그냥 타고 다니던가를 스스로 정해야 한다.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글쓸 주제를 마음대로 정해버리는 필자의 소재가 되고 말았지만 브레이크의 이해는 정말이지 중요하다.

우선 ABS부터 시작하자. ABS는 항공기에 먼저 적용된 기술이다. 고속의 항공기가 제한된 거리의 활주로에 착륙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랜딩기어의 브레이크를 잡아 활주로 끝에 도달하기 전에 멈춰야 한다. 브레이크를 세게 잡으면 타이어는 멈추는 경우도 있고(락 또는 블러킹이라고 한다) 이때는 타이어가 멈춰 버린다. 로킹이 일어나 바퀴가 잠기면 타이어의 제동력이 더 증가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손해다. 타이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더 유효하다. 게다가 조향은 전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궤도를 곧잘 벗어나기도 한다. 혹시라도 한쪽이 완전히 멈추어 버리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스핀이 일어나거나 전복이 올 수도 있다.

아주 빠른 속도에서 브레이크를 완만하게 조작하기는 불가능하고 언제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은 바퀴에 센서를 달아 회전량을 감시하고 바퀴가 완전히 잠기면 유압을 내려서 다시 돌게 만들어주는 아이디어였다. Anti-Lock Brake System 또는 Anti Blocking Brake System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시스템이다.

차에서 타이어가 잠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핸들링이 되지 않는다. 차량의 조향은 앞 타이어가 굴러간다는(그리고 많은 경우 뒷 타이어도 구른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도로에 나있는 많은 사고의 흔적인 스키드 마크들이 직선처럼 보이는 것은 많은 경우 핸들을 틀어도 핸들이 말을 듣지 않은 경우에 일어난 사건들이다. ABS가 없는 차량에서 급브레이크를 잡고 핸들을 돌려도 차는 고무지우개처럼 아스팔트에 궤적을 그리고 만다. ABS가 있다고 해서 관성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은 많이 줄어든다.

ABS 이전의 운전법으로 펌핑 브레이크라는 것이 있었다. 급한 감속과 핸들링이 필요한 경우 브레이크와 핸들링을 나누어서 조작했다. 브레이크를 밟고 감속을 한 후 브레이크를 떼면서 핸들을 돌리고 다시 브레이크를 밟는 방법이었다. 핸들이 잠기지 않게 조작을 하려면 연습이나 경험이 필요했다. 예전의 레이싱 기술에서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펌핑 브레이크나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려면 바퀴가 언제 잠길지를 미리 알고 그 전에 브레이크의 압력을 내려야 한다. 몸이 일종의 ABS 센서처럼 훈련되어 본능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특별한 기술을 익히지 않아도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핸들링과 브레이킹이 동시에 일어나는 놀라운 제동장치를 일상적으로 갖게 됐다. 운전기술에 상관없이 ABS는 필수적인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ABS로도 부족해 Brake Asist를 갖는 차들도 있다. 초기 브레이크 압력을 미리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차는 더 효과적으로 제동한다. 앞뒤의 브레이크압을 조절해 더 안전하게 차를 정차시키는 Electronic Braking Distribution같은 것들도 있다.

하지만 ABS가 만능은 아니다. 눈길이나 미끄러운 길에서는 ABS가 작용해도 이미 그 전에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역시 브레이크를 살짝 떼어줘야 한다. ABS가 일종의 오동작을 하기도 한다. 얼어붙은 길에서 ABS의 작동 진동음이 느껴지지만 차는 정지하지 않기도 한다. 의외로 많이들 경험하는 일이지만 이 경우는 사실 미리 감속하는 수밖에 없다. 때로 ABS가 중재하여 브레이크압을 너무 낮추지 않았으면 앞차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미끄러지더라도 타이어가 로킹이 안 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ABS는 정말 중요한 요소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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