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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실적 과세자료 사용 '황당'
예방접종 실적 과세자료 사용 '황당'
  • 정재로 기자
  • 승인 2005.0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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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무분별한 단체예방접종에 대해 서울특별시의사회가 적극적으로 계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의원들이 인플루엔자 백신의 재고정리 차원에서 덤핑 예방접종을 실시, 또다시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서울시의사회가 불법 단체예방접종 의원들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각 의원의 예방접종 실적이 일선 세무서에서는 수입금액 과세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의료계에 큰 파장을 불러오며 단체 예방접종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의 요구가 뜨겁게 일고 있다. 

서울시의사회(회장·朴漢晟)는 지난해 10월에만 불법 단체독감예방접종에 대한 민원이 21건이나 접수되는 등 그 일선 의원들의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일선 구의사회와 함께 현장 적발에 나서 각서를 받는 한편, 재 적발될 시 실명공개 및 윤리위원회 회부, 고발조치 등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며 단체예방접종 계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강북구에서는 독감예방접종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플루엔자 백신의 재고정리 차원에서 5000원에 접종한다는 독감접종안내 전단지가 배포되는 등 아직까지 불법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국민으로부터 도덕불감의 비난여론을 받으면서 내부적으로는 의료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다.

 백신 재고정리 위해 독감 접종(?)  

 문제는 이러한 일부 의원들이 예방접종을 인근 의료기관과의 가격경쟁력을 통해 사실상 박리다매 형태의 의료업으로 활용함에 따라, 세무서는 예방접종을 의료업행위로 인식하고 일선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실적 자료를 접수받아 수입금액 과세자료로 활용, 의료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지역 모 세무서가 관할 보건소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국세청에서는 매년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의 수입금액 과세자료 확보를 위해 국세기본법 제854조의 규정에 의한 과세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세무서에서도 우리서 관내에 소재하는 귀 보건소에서 200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지급한 예방접종 자료를 수집하고자 하오니 붙임 서식에 의해 2005년 1월 28일까지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반드시 기한내에 제출을 당부드립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으며 이러한 내용의 공문이 세무서를 통해 모든 관할 보건소로 보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접종 실적이 과세자료라니...  

 이와 관련해 서울지역 한 보건소장은 “본 보건소의 경우는 예방접종실적 자료가 목적 이외의 용도로 활용될 경우 정부의 예방접종사업에 대한 불신으로 의료기관의 예방접종 기피 또는 실적 미보고 등으로 이어져 지역 주민들에 대한 예방접종서비스가 불충분하게 제공될 소지가 있어 세무서의 자료제출 요청에 대해서는 현재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일부 수도권의 보건소를 비롯해 많은 지방 보건소가 자료요청에 응하고 있어 보건소에 적극 협조한 의사들이 오히려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서울시의사회는 “예방접종실적 자료는 전염병예방법에 의해 예방접종률을 파악해 전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예측, 이에 대비하는 등 전염병예방과 관리에 이용되는 것이지 과세자료로 이용되라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고 강력히 반발하며 예방접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일선 회원들 역시 최근 의원들의 경영악화로 인해 일부 의원들이 독감예방접종을 비롯해 예방접종을 의료업 행위로 인식해 무분별하게 단체접종을 실시, 의료행위의 안전성을 저해하고 의료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다며 매년 반복되고 있는 불법 단체예방접종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인플루엔자가 단체예방접종 대상이 아님을 밝히고 “대유행을 제외하고 접종의료기관의 내소자 접종이외에 접종주체에 관계없이 기관방문이나 간이 설치된 접종실에서 단체예방접종 형태의 접종은 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적 규제조항이 없어 단속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서울시의사회는 의료기관이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지역주민 다수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등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경우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 후 행하도록 하고 있는 지역보건법 제18조 및 동법시행규칙 제11조 등을 개정, 이를 전면 금지케 하거나 허가사항으로 강력히 규제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등 행정당국에 불법 단체예방접종 시행 근절을 건의, 서울시에서도 현 실태와 같은 의료기관 이외의 장소에서의 박리다매 형태의 의료업 행위가 지역보건법 제정목적에 현저히 위배된다고 보고, 제18조 규정을 △의료기관이 아닌 자는 수수료를 받는 등의 사실상의 의료업 행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며 △의료기관이 의료기관이 아닌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대상자에게 직접 의료처치를 하는 예방접종과 같은 행위는 제한하고 현실을 감안해 건강진단 및 순회진료에만 한정하도록 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부에서는 독감예방접종을 비롯한 모든 예방접종이 현재 인력과 시설이 미미한 보건소에만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는 현 예방접종에 대한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염병의 국가 위급상황 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민간의존도 2년새 10% 하락  

 서울지역 한 보건소의 `2004년도 예방접종 실적 보고'를 보면 DTaP의 경우 전체 1만550명 접종자 가운데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한 수는 3340명으로 31.5%불과했으며 폴리오는 30%, MMR 28%, 일본뇌염 33%, BCG 42%, B형간염 44.8%, 인플루엔자 45.1%로 나타났다. 바로 대부분 예방접종 실적이 200여 개 이상의 민간의료기관보다 한곳의 보건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예방접종의 단편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를 `2002년도 예방접종 실적'과 비교해 보면 그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예방접종에 대한 민간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DTaP의 경우 2002년도 40.5%에서 2년 새 9%하락하는 등 모든 예방접종(DTaP, 폴리오, MMR, 일본뇌염, BCG, B형간염, 장티푸스, 인플루엔자, 신증후군 출혈열 등)을 통계한 결과 2002년도 총 예방접종자 7만5650명 가운데 민간의료기관이 차지한 비율이 50%(3만7862명)에서 2004년도는 39.1%(총 7만9763명 가운데 3만1260명)로 10.9%가 급속히 하락 한 것으로 조사돼 해가 거듭될수록 예방접종의 민간의료기관의 의존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인플루엔자 접종의 경우 9∼10월 경 서울지역 보건소에서만 약 40만명 정도의 인원을 일시에 접종하고 있어 9월이 되면 보건소에서 아르바이트 의사까지 고용하는 한편, 한 의사가 하루에 수 천 명씩 접종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어 안전사고 역시 무방비 상태다.  

지난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복지부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예방접종 기간 동안 보건소 공보의 1인이 하루 접종하는 인원수가 적정인원 200∼300명을 훨씬 넘은 4000∼6000명을 접종하고 있으며 이를 공보의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고려했을 때 접종대상자 1인당 10∼20초안에 예진(시진, 문진, 발열, 검사 등)과 접종을 마쳐야 하는 꼴로 정상적인 접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이는 현재 개원의에게 있어서 1일 진료인원을 8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제도에도 맞지 않는 실적위주 전시 행정의 대표적인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대한소아과학회는 우리나라 어린이 예방접종비용이 연간 5000억원에 이르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적지원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방글라데시, 우간다 등의 최빈국과 같은 수준이라고 보고하는 한편, 각 장애인단체들 역시 장애인 시설생활자에 대한 기본적인 독감예방접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등 계속해서 예방접종체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민간 협력방식 바람직  

 이에 현재 예방접종의 접근도를 높이고 필수 예방접종의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등 예방접종 개선의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으로 서울시의사회는 바우처(Voucher)방식을 적극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바우처 방식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 강화방안의 하나로 민간병원의 시설 재투자에 대해 공공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주고, 민간의원이 제공하는 예방접종 서비스에 대해 voucher방식으로 공공자금을 지원하는 것. 즉 접종대상자들에게 Voucher(인증서)를 발행해 이들이 민간 병·의원에서 접종을 시행하면 이 비용을 보건소에서 보상하는 방식으로 현재 강남구에서 실시, 보건소와 민간의료기관 모두가 만족하고 있어 성공적인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는 현재의 예방접종 시스템을 바우처 제도로 개선해 줄 것을 복지부 및 서울시에 건의한 상태지만 현재 예방접종 예산의 3배가 소모되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효율적인 전염병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바우처 제도 도입이 장기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질병관리본부에서 예전부터 준비해 온 이 제도가 金花中전장관 시기에 방문 예방접종 사업으로 변질된 만큼 장기적인 예방접종 시스템 구축을 위해 다시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정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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