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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이야기
명태 이야기
  • 의사신문
  • 승인 2008.12.0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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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이정균내과의원장>

▲ 이정균 원장
겨울바람이 제법 차다. 겨울 명태철이다. 계절이 바뀌어 오늘은 소설(小雪)이다. 눈 소식이 반갑다. 명태철은 더 반갑다. 한국인만이 먹는 명태가 아닌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생선은 명태, 오징어, 고등어, 갈치와 조기다.

명태 그는 아낌없이 주는 생선이다. 그것은 소(牛)와 같아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선이다. 명태의 고향은 동해다. 베링해에서 자란다. 이름은 `태'요 성은 `명'이다. 명태는 청정 바닷물 은이슬 먹고 자라니, 창자엔 이슬이 가득하다. 그래서 명태 없이는 동짓달이 허전하고, 생태맑은탕 한 그릇에 정월나기 거뜬하고, 얼큰한 동태 매운탕으로 2월 한 달은 따뜻하다 했을까.

최근 동해에는 명태가 고갈상태라 하니 안타깝다.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 했는가. 그러나 그것은 듣기 좋은 소리일 뿐, 슬픈 것이다. 슬픔으로 인해 아름다운 것이라 하는지 모른다.

명태, 생태, 춘태, 코다리, 먹태, 흑태, 깡태… 그 이름도 50여 가지, 명태가 금태(金太)가 되었다니 이름 하나 더 얻었는가.

겨울명태 만선이야기. 개들도 명태를 물고 다녔다. 부둣가 농가처마엔 파지 명태가 주렁주렁, 달려 겨울바람에 겨울의 소리를 들려주었었다. 동해안 항포구의 겨울철 명태는 어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생선이었고 도치는 찬밥신세였으나, 명태의 어획량이 줄어 금태가 되면서 도치의 담백한 맛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귀족 생선 반열에 올랐다니…. 더 그리워지는 동태 생각.

명태 많이 잡힐 때는 동네 아이들 덕장 명태설이도 용인 했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만 무성하다. 일어사색사미(一魚四色四味)의 속풀이 생선요리, 황태고추장 불고기, 두부감자 북어국, 생태찌개, 북어고추볶음 그리고 명태완자들은 세대를 초월하는 음식문화다. 날이 갈수록 얼큰한 맛 즐기는 젊은 세대들의 퓨전생선 요리가 아닐까. 명태의 내장을 꺼내고, 바닷바람에 한두 달 정도 말린 거무튀튀하고 막대기처럼 살이 딱딱한 건태(乾太), 북어(北魚)와 한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바람 속에서 서너 달 동안 얼고 녹으며 말린 황태(黃太), 그 최상품은 노랑태다. 황태덕장 황태가게에서는 꼬리부분을 손으로 꺾어 딱 소리 시범을 해 보인다. 얼리지 않고 마른 깡태, 날씨추워서 하얗게 마른 백태(白太), 겨울 날씨 너무 푹하여 거무튀튀하게 마른 흑태(黑太)라. 먹태, 찐태는 그 별명도 되고…. 반쯤 꾸들꾸들하게 마른 코다리와 한꺼번에 많은 알을 까는 명태처럼 말이 많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노가리”, “노가리 깐다.”, “노가리 푼다”까지 회자 되지 않는가.

맛있는 명태 그 몸통 모양 볼품 따질 것인가. 머리 떨어져 나갔으니 무두태, 흠집 많은 파태, 속만 딱딱하니 골태요, 게을러 내장도 빼지 못하고 말린 것은 봉태라. 말릴 때 땅에 떨어진 것은 낙태라 부르고 있으니…. 귀하신 몸 북어는 그 옛날 북어를 싸리로 20마리씩 한 쾌로 꿰어 매는 작업을 관태라 했으나 이젠 비닐 줄로 볼품없이 엮어 팔고 있지 않는가. 황태 생산 중심지역은 강원 인제군 용대리요, 북어는 강원 고성지역이 유명하다.

찬바람, 외로움, 촉촉한 생태와 칼칼하고 시원한 생태찌개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음식에 어울린다. 뻘건 국물에 기름이 동동 뜨는 진한 국물, 애(간)곤이, 내장 듬뿍, 부드러운 생태살, 그리고 씁쓸한 내장맛, 무뚝뚝한 주방장겸 여사장 에게서 입에서 고소하게 살살 녹는 크림치즈 같은 곤이를 더 얻어먹는 맛…. 그러나 따뜻한 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가리 풀고 있다가는 분명히 쫓겨 날거다. 빨리 방 빼주어야지.

어린시절 시골 장날이 그리워진다. 이젠 닷새장도 사라졌다. 할아버지 따라 십여리길을 걸어 읍내에서 장구경하고, `눈깔사탕'을 입속에 돌려가며 북어쾌를 들고 집으로 향하던 기억도 새롭다. 이제는 강원도에서 북어 한 두릅씩 사오면 서울에서 북어는 귀하신 몸이 되지 않던가. 명주실 옷 입혀 승용차에 모시고, 제사상에 오르고, 현관 문설주에 고이 모셔지는 신세로 신분이 상승하니 영원한 명태다.

그러나 이제는 강태가 흔치 않다지만 뽀얀 북어국물, 숙취에 뒤틀린 속, 숙취풀이 입맛 복원에 특효라니, 북어포와 가늘게 썰어 넣은 두부가 들어간 노란 국물, 그 위에 달걀이 어찌 빠지랴. 술 취한 사람에 좋다하나, 그 귀하신 몸 북어는 방망이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두드려 패야 맛이 나지 않는가. 고중망태 아저씨들 위하여….

“아유웬수” “오늘도 고주망태야…” “누가 매일 술을 마시게 하누” 아줌마 방망이에 힘이 들어간다. 억울하고 애꿎진 북어신세.

시인은 벌써부터 명태의 생애를 노래하였다. 시인 양명문의 `명태'는 작곡가 변훈 선생이 곡을 붙여 바리톤 오현명이 “…명태, 명태라고 하하하 하하하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노래했다.

바리톤 오현명 교수의 `명태'를 듣고 있으면 청정 동해바다 밑에서 힘차게 뛰어노는 명태의 모습이 어른거리고, 명태일생 눈에 선하다. 하하하…. 호탕하고 우렁찬 노래가사 하하하 하하하…. 명태가 기분 살린다. 겨울나기 힘을 얻는다.

이정균<이정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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