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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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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08.12.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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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안전한 드라이빙의 본질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경제 이슈들이 등장하는 요즘은 새 차를 사는 것보다 있는 차를 그냥 타고 다니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하다.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오래 타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정비 매뉴얼을 구해주거나 인터넷으로 필요한 자료를 다운 받아 주기도 한다. 성의 있고 실력 있는 미캐닉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가뜩이나 불황이라고 하는 메이커들에게는 재앙이겠지만 차를 사거나 바꾸지 않더라도 차를 재미있게 타는 방법은 많다.

사실은 고성능의 차도 필요 없다. 주행방법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경향이 생겼다. 필자 주위의 속도광들이 40대를 넘어가면서 조금씩은 변하는 것을 모두들 실감하고 있다. 속도와 스릴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차의 컨트롤을 퍼펙트하게 하는 일에 신경을 쓴다. 빠른 속도의 위험이나 스릴을 즐기는 시기는 지났고, 정비와 튜닝에 미쳤던 시절도 지났다.

친구들이 갑자기 운전의 퀄리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이지 드라이빙'이라고 할 수도 있고 `펀 드라이빙'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길을 어떤 감각으로 달렸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을 나누곤 한다. 차의 감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실 빠르게 달리기보다는 마음에 들게 달리기가 더 어렵다. 어떤 가을 길을 어떻게 달렸다는 느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정말 본질적인 문제와 마주친 것이다. 즐겁게 또는 제대로 달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차의 성능보다 감성이 더 중요하고 기본적으로 완벽한 콘트롤이 필요하다. 차와 합일되는 것 같이 마음에 드는 드라이빙 시점을 즐기려면 차의 변속시점부터 코너의 진입속도와 각도 같은 것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매일 같이 해보는 훈련이기도 하다.

필자는 예전에 청담동의 아파트 앞에서 힘차게 달려오는 낡은 소나타II 승용차를 보면서 고개를 저으며 웃은 적이 있다. 운전자는 힐앤토 비슷한 변속을 하며 언덕길을 코너링하고 있었다.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속도를 줄이지 않고 언덕길 진입로에서 코너링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거칠게 몰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키드음이 나올 것 같은 순간들을 절묘하게 조절하고 있었다.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순간이었다. 출력이 큰 차는 아니지만 주행의 포스가 다른 것이다. 과속도 아니고 난폭운전도 아니다. 그저 차를 잘 모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아주 노련한 기사들이 비슷한 트릭을 이용하곤 했다. 굴곡이 심한 언덕길에서 차의 RPM이 너무 떨어지면 언덕을 올라가기 힘들고 너무 과속이 되면 사고로 이어진다. 경사가 있는 코너 길을 올라가거나 코너에 진입하기 전 본능적으로 액셀레이터를 밟아 회전수를 올린 후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을 살짝 일으키고 빠르게 변속을 하면서 액셀레이터로 회전수를 조정한다. 그러면 엔진은 속도를 크게 잃지 않은 상태로 낮은 기어비로 변속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언덕길을 돌파하면서 계속된다. 출력이 낮은 엔진으로 산길을 달리려면 많은 궁리를 해야 했다. 차에 무리를 주어서도 안 된다. 불안한 운전으로 돌입해도 안됐다.

나중에 도로의 고속주행에서는 힐앤토라는 방법으로 정립이 되어 운전자들은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를 살짝 같이 밟아 주기도 하고 토앤토라는 방법처럼 빠르게 놓았다 떼는 식으로 이 과정을 다르게 대체하기도 한다. 변속이 완벽하게 되면 정말 희열의 순간이 오기도 한다. 완벽한 타이밍의 순간이다. 엔진 RPM과 차의 속도에 리듬을 맞출 줄 아는 운전자들은 클러치를 밟지 않고도 변속을 할 수 있다. 기어는 엔진의 어떤 회전수와 차의 속도에서는 기어를 3단에서 2단, 2단에서 3단으로 쉽게 변속된다.

차라는 것은 이상한 기계라서 모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그 무엇이다. 어떤 운전자는 험한 코너길도 가볍게 빠져 나오고 어떤 운전자는 고속도로에서 당황하여 차를 스핀 시켜 사고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분야를 적은 책이 너무나 적다. 한때는 단 한 권밖에 없던 적도 있다. 예전에 최종림님의 `주행기술'이라는 책은 1990년대에는 중요한 책이었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적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요즘은 인터넷이 부족한 정보를 대체하고 있다. 유튜브나 구글 같은 곳에서 힐앤토 기술은 `heel toe technique', 기어의 변속은 `stick shift car' 같은 단어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주행기술' 같은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정작 중요한 내용은 차량 주행에 대한 깊은 이해다. 요즘도 책이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비슷한 서적들이 너무나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책들의 실질적인 중요성은 매우 크다. 잘 달리고 달리지 않고를 떠나 어떤 사고들은 이해가 증가하면 발생할 필요나 가능성이 없는 것들이 더 많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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