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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마법의 감동 - ‘요리’라는 이름으로
건강한 마법의 감동 - ‘요리’라는 이름으로
  • 김향희 기자
  • 승인 2008.12.02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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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香희 기자의 특별한 Book Recipe 8

정성껏 만든 요리가 주는 행복한 즐거움에 대한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신가요. 또 ‘초밥왕’이나 ‘식객’을 읽으며 맛있는 요리에 열광한 적이 있으시다면 당신은 최소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장담합니다. 책 속에서조차 맛있는 요리를 찾아 즐거움을 만끽하는 미식가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에게 먹는 것은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과의 연속이거나 그저 몸을 살찌우는 칼로리 덩어리일 수 있지요. 하지만 또 환자들에게 한 끼 식사와 건강한 음식은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것입니다. 이번주 테마는 바로 건강을 지켜주고 때로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미각을 탐닉하는 ‘요리로의 초대’입니다.

행복한 건강을 위한 똑똑한 리얼 밥상노트 위암을 이겨내는 즐거운 밥상 이병욱 지음/ 중앙 m&b

“환자에게 음식은 그 어떤 치료보다 중요하다”는 저자는 “그렇지만 반드시 피해야 할 것도 특별히 챙겨먹어야 할 것도 없다. 무엇이든 맛있게 먹으면 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대화 없이 냉랭하게 환자 혼자 먹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지적. 따라서 가족들이 평소에 먹는 밥상을 환자도 함께 먹으면서 가끔씩 환자의 상태를 감안해 ‘깜짝요리’를 추가하라고 조언한다. 이 깜짝요리가 입맛이 없거나 소화를 못 시킬 때 지루하고 어려운 식사를 아주 산뜻하게 바꿔준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암 전문의 이병욱 박사가 위암 환자들에게 좋은 음식들을 엄선해 요리법을 소개하고 ‘cooking tip’과 ‘영양 균형을 맞춘 음식’, ‘이병욱 박사의 어드바이스’를 곁들여 친절하게 구성했다. 들깨감자미역국이나 볶은채소무침, 우엉잡채 등은 수술 후 회복기에 먹으면 좋은 음식이다. 입맛이 없을 때는 메밀온면이나 콩연근조림, 해조비빔밥, 미강을 넣은 청국장을 권하고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불편할 때는 시금치 두부무침이나 감자옹시미, 조기콩조림 등을 권한다. 힘든 치료 후에 도움이 되는 요리로 꽃게탕도 몸에 좋단다. 매콤한 국물이 메슥거리는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는 것. “맛이 담백한 꽃게는 저지방 고단백질 재료로 환자의 입맛을 돋우거나 기력을 회복하기에 알맞은 식품”이라며 “고춧가루를 조금 풀어 매콤하게 먹어도 꽃게가 매운맛을 줄여 줘 그다지 맵거나 짜지 않다”고 어드바이스 한다. 연한 꽃게살과 시원한 국물이 게장 못지 않게 밥도둑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영양 균형을 맞춘 음식으로는 검정콩밥과 마늘깨전, 부추콩가루무침이 좋다고 덧붙인다. 마치 소풍을 나온 듯 가끔은 환자를 위해 ‘깜짝도시락’도 필요하다고 권유한다. 식어도 먹기 좋은 채소쌈밥이나 김밥과 유부초밥, 이국적인 화이타까지. 여기에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가족의 도시락 편지가 함께 한다면 환자는 더욱 힘을 낼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는 것이 힘든 것처럼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참아야 하는 것 역시 힘들다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조리법을 달리해서 먹어보라고 당부한다. 단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일 경우에도 면 삶은 물은 일단 버리고 다시마나 멸치로 맛을 낸 국물에 야채를 넣고 스프는 절반만 사용한다던지, 몸에 좋은 채소를 맛있게 먹는 아이디어로 유자나 벌꿀, 매실, 마늘 등을 직접 갈아 소스를 만들어 곁들이면 영양과 입맛을 한층 돋워준다는 것이다. 환자의 기분 전환을 위해서는 가끔씩의 외식도 도움이 되고 지루한 병원식도 예쁜 그릇에 새로 담아주면 한결 식욕이 살아난다고 말한다. 치료 부작용으로 몸이 힘들 때 도움이 되는 식사법이나 속을 편하게 해주는 마실거리 레시피와 암을 이긴 사람들의 실제 케이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특히 부록으로는 이 박사가 선곡한 ‘식욕이 좋아지는 클래식 15’ 컴필레이션 cd도 수록돼 있다. 이병욱 박사의 행복한 암치료 시리즈는 현재 2권 ‘대장암을 이겨내는 즐거운 밥상’이 출간됐고 11월 말에는 ‘유방암을 이겨내는 즐거운 밥상’도 출간될 예정. 첫 눈이 올 것 같은 날씨, 오늘 저녁엔 이 책 레시피 대로 만든 얼큰하고도 담백한 국물의 꽃게탕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루키와 만나는 달콤한 요리의 세계 내 부엌으로 하루키가 걸어들어왔다 1, 2 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 지음/ 작가정신

토요일 오후 3시 ‘노르웨이 숲’을 읽다가 혼자 만들어 먹는 스파게티 맛은 어떨까. 그리고 나 홀로 추는 ‘댄스 댄스 댄스’의 느낌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물론 좋은 소식부터 전하겠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정말 흥미있는 요리책이다. 무엇보다 간단하고 맛있다. 하루키의 책을 읽다가 한번쯤 군침을 삼켰다면 더욱 특별한 요리 지침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쁜 소식은? 얼큰한 국물이나 밥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입에 맞을 음식이 드물다는 것. 어쨌든 “소설은 눈으로 읽고 즐기는 것이지만 무라카미의 소설에는 다양한 요리가 등장하고 그의 책은 재미있을 뿐 아니라 맛있다”고 표현한다. 이 책은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요리를 레시피로 소개하고 “꼭 한번 부엌에서 직접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1권이 하루키의 작품 중 소설에 나왔던 35가지 요리를 소개했다면 2권에는 수필 작품 중의 요리들로 구성됐다. 하루키 작품에 등장하는 ‘나’는 유독 스파게티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 ‘태엽감는 새 연대기’에는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가 등장하고 ‘댄스 댄스 댄스’에는 햄 스파게티가, ‘양을 둘러싼 모험’에선 대구알과 버터 스파게티가 등장한다. 특히 백포도주와 간장으로 맛을 낸 버터 스파게티는 뉴질랜드에서 일본친구 지오코가 만들어 주었던 ‘소이 소스 스파게티’를 추억하게 해 주는 레시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등에서 등장하는 샌드위치 역시 손쉽게 생각해서는 맛있게 만들 수 없다고 충고한다. 무엇보다 버터 프렌치 빵이나 통밀 식빵, 영국 식빵 등 맛있는 빵 선택이 중요하고 잘 드는 칼 선택이 또 중요한 도구라고 강조한다. 양상추와 훈제연어, 오이와 햄치즈, 토마토와 로스트 비프 등의 영양 만점 재료들도 인상적이다. ‘노르웨이의 숲’에서 와타나베를 처음 초대한 미도리가 그를 위해 준비한 음식은 도톰한 계란말이다. 보고 싶은 친구와 마시는 술과 갖가지 술안주 뿐 아니라 핫 케이크와 헤이즐넛 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 각각의 요리 레시피에는 경험에서 우러난 맛내기 포인트가 적혀있고 매 쳅터 마지막엔 ‘음식이 있는 풍경’을 통해 작품 속에서 만났던 유명한 음식점도 소개하고 있다. 문득 11월 아침 어느 날, 그렇게 햇살 속 선반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중얼거릴 하루키를 떠올린다. 마치 세잌스피어의 대사 같은 그 한마디는 바로 ‘세계는 부엌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Dinner For 8 정명훈 지음 | 동아일보사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쓴 요리와 요리를 둘러싼 인생, 음악,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성한 세 아들들이 모두 결혼하면 8명의 대가족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 그의 꿈이기도 하다. 연미복 대신 앞치마를 입은 정명훈은 어렵지 않지만 깊은 맛을 내는 소박한 음식들로 식탁을 채우고 요리에 어울릴만한 클래식 음반을 추천해 준다.



타샤의 식탁 - 시간을 담은 따뜻한 요리 타샤 튜더 지음 | 공경희 옮김 | 윌북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타샤 튜더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조리법을 소개한 책. 조리법뿐만 아니라 요리와 관련된 아름다운 추억들도 실었다. 타샤의 요리에는 요리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들이 따라다닌다. 화려한 요리 사진으로 가득한 요리책이라기보다 타샤의 여성스럽고 고전적인 일러스트가 어우러진 특별한 요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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