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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교수 절반, 촌지로 갈등 경험"
"임상교수 절반, 촌지로 갈등 경험"
  • 권미혜 기자
  • 승인 2005.0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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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겪는 윤리적 딜레마는 무엇인가. 진료과정에서 환자들이 건네는 '촌지'는 감사의 뜻일까, 뇌물로 간주될까. 최근들어 환자의 권리 증대에 따라 복잡한 윤리문제 발생을 내포한 의료행위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은 진료과정에서 의료윤리 문제의 갈등을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도로 민감한 사안으로 등장하는 '촌지'관행을 비롯, 의약품 및 의료기기 관련 사례비, 임상시험 및 연구윤리등 의료윤리 문제 전반에 걸쳐 교수들의 의견을 묻는 국내 첫 연구결과가 나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에 재직하는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 같은 '촌지'가 진료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교수들의 절반은 환자들로부터 '촌지'때문에 가끔 갈등하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정작 교수들의 절대 다수는 ""촌지가 환자의 진료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해 건전한 의료풍토 조성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학생이나 전공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의 제도적 장치 마련과 임상시험심의기구 활성화방안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임상시험 동의얻어 시행 78.1%

  울산의대 아산사회의학연구소 高允錫교수팀(구영모·민원기·김영식·이재담·한호수)은 서울지역 21개 대학병원에 재직중인 임상 교수 1884명 가운데 무작위로 403명을 선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이중 회수된 202명(회신율 50.1%)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내 첫 교수대상 의료윤리관련 설문조사로, 지금까지 의과대학 교수들이 경험하는 의료윤리 갈등에 대한 연구조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임상에서 경험하는 의료윤리 문제는 여러 측면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고, 담당의사들의 훌륭한 인품이나 건전한 상식 혹은 풍부한 임상경험만으로는 적절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아 중대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임상시험 및 연구윤리와 관련, 임상시험심의기구가 활발히 운영되는 병원일수록 환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한 뒤 동의를 받는 경우나 연구와 연관된 윤리문제를 심의기구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3.9%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대상환자들에게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를 받는 경우가 78.1%,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21.2%로 나타났으며, 0.7%는 아예 동의도 받지 않고 시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의에 대한 진료위임에 대하여 외과계 교수들이 내과계 교수들에 비하여 보다 더 엄격했으며, 의료윤리교육도 외과계 교수들이 보다 더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74%는 진료행위 선택시 환자의 치료비를 고려하고 있으며, 20.3%는 진료방법의 선택시 환자의 부담 능력을 짐작하여 의사가 미리 차선을 선택한다고 응답했다.
 

  #사례비 공적기금화 해야 88.1%

  환자들로부터 받는 촌지 때문에 오는 갈등은 48.0%가 ""가끔씩 경험한다"", 3.5%는 ""자주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촌지에 대한 갈등을 가끔씩 경험하는 빈도는 조교수 이하에서(60.8%) 교수들(50.0%)이나 부교수들(33.3%)에 비해 높았다.

 그러나 촌지는 진료에 거의 영향이 없거나(48.0%), 혹은 약간(38.6%)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응답, 촌지가 환자 진료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품 및 의료기기 관련 사례비와 관련, 53.9%의 응답자가 제약회사나 의료기 상사의 청원 대상이 된 경험이 자주(8.9%), 혹은 가끔(45.0%) 있으며, 이들 회사의 청탁은 약품 혹은 기구 선정시 약간(55.0%) 혹은 아주 큰 영향(9.4%)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이런 회사들의 음성적인 사례비 관행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공적 기금 형태로 양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88.1%)고 생각하였으며, 금지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8.5%를 차지했다.
 

  또한 병원으로부터 진료수익으로 인해 압박감을 느낀 경우가 교수들의 12.4%는 ""자주"", 48.5%는 ""가끔""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경우 46.0%는 소신대로 진료를 하고 있었으며, 특히 조교수 이하의 직급은 교수, 부교수급에 비해 소신진료를 하는 빈도가 높게 분석됐다. 병원으로부터 진료수익으로 인해 압박감을 받게 되는 원인의 대부분(81.4%)은 불합리한 의료보험 때문이라고 지적됐다.

 이와함께 의료보험 제약에 의한 치료법 선택의 제한, 새로운 진단 기술, 진료재료 및 약제의 선택에 따른 갈등도 따랐다.
 

  #부교수이상 문제해결 원칙 고수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진단서 발급 요청을 받은 경우는 ""가끔""(72.8), 혹은 ""자주""(5.4%) 경험한다고 응답, 대학병원 교수들은 진단서와 같은 중요 문서 및 진료행위에서 조차 내외부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경우 반드시 거절하거나(56.0%), 의학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내에서만(43.5%) 발급에 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윤리교육에 대한 관심은 부교수 이상의 교수들에서 더 높았고 진단서 발급과 같은 문제해결방식도 부교수급 이상의 교수들이 보다 더 원칙을 준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교수 이하의 교수들은 동료 의료인의 부정행위에 대한 징계 및 공저자 선정에 보다 더 엄격한 태도를 보였으며, 진료수익에 대한 고려와 소신진료 사이의 갈등 및 촌지에 대한 부담감은 더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 사생활 배려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22.8%가 격리된 장소에서, 53.9%는 가리개를 하고 진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교수들이 여성 환자들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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