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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제너럴하지 않은 스페셜한 카페와 조우하다
결코 제너럴하지 않은 스페셜한 카페와 조우하다
  • 김향희 기자
  • 승인 2008.11.14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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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Space 2- 제너럴닥터

제너럴닥터: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와우산길 98번지 www. generaldoctor.co.kr

젊음과 예술의 거리, 홍대에서도 놀이터는 그 중심에 있다. 홍대 놀이터 바로 옆, 그러나 열십자 무늬가 중간에 새겨진 파란색 컵 모양의 조그만 간판이 ‘병원’같은 느낌을 갖게 하지만 처음 이 곳에서 제너럴닥터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렇게 어렵사리 계단을 따라 2층 같은 3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제너럴닥터가 나타난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의사같지 않은’ 김승범 원장과 정혜진 의사선생님 두 분과 ‘바둑이’라는 다소 이름이 생뚱맞은(?) 고양이가 나를 맞는다.

“홍대나 신촌 등 젊은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은 으례히 ‘성형외과’나 ‘피부과’만 잘 되는 것으로 의사도 모두 지역적인 편견을 갖고 있어요. 이곳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젊은 사람들 역시 병원을 이용할 것이다. 아플 때 정작 찾아갈 병원이 가까이에 없다면? 그것 역시 의사들 스스로 한계의 범위를 우리 의사들이 가둬두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김 원장은 의사들의 입지를 스스로가 좁게 만드는 현실과 개원시장의 지역적인 편견을 탈피하고 싶었고 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는 측면에서도 홍대를 고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2007년 5월에 오픈했다.

홍대가 갖는 문화공간, 또 다른 곳에서는 엄두도 못 낼 시도들이 홍대라는 예술적인 분위기로 인해 모든 것을 무장해제 시켜준다는 것. 창문 너머로 홍대 놀이터의 풍경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실 처음에는 지인들조차 병원에 웬 카페? 라고 반신반의했다는 것. ‘여기는 카페’, ‘여기는 병원’이라는 획일화된 정의 이전에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를 ‘제너럴닥터’라고 봐주길 원한다. 이처럼 제너럴닥터가 기존의 병원이란 틀이 아닌 제너럴닥터만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고 사실 제너럴닥터를 찾는 카페 이용자와 병원이용자의 구별이 따로 없는 점도 흥미롭다.

제너럴닥터는 동네병원이다. 거창하지 않은 동네에 묻어있는 병원. 동네사람들이 꼭 아프지 않아도 언제든지 찾아와서 ‘의사샘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네사람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

제너럴닥터의 컨셉을 굳이 말하라면 ‘의사의 집‘이란다. 언젠가 우리가 외국영화에서 봄직한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고. 주치의 제도가 잘 발달한 미국. 간혹 환자가 저녁에 자신의 주치의에게 전화해 만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주치의 집을 방문해서 상담을 진행하는데 그 ’의사의 집 거실‘ 처럼 편안한 공간이 바로 제너럴닥터의 모티브다. 의사의 집 거실에서 환자들은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 또 집처럼 쉽고 편안하게 이용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처럼 제너럴닥터에는 카페와 진료공간이 혼재하고 인터뷰 내내 갓 볶아낸 커피향이 온 공간을 은은하게 감싼다. 김 원장이 좋아하는 ’재즈‘ 음악이 또 인상 깊다. 아련한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는 오래된 풍금과 지금은 전설이 된 맥킨토시의 초기모델도 있고 꼬맹이 손님들이 그린 그림들이 창가 한쪽을 자리잡고 있다. 맞은 편 세로로 긴 창가는 특히 김 원장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다. 비오는 날에는 비바라기를, 햇살 가득한 날엔 해바라기를 하며 앉아 있노라면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장소란다.

‘인간적인 진료’ 이것은 두 젊은 의사선생님이 가장 고민하고 있고 또 노력하고 있는 제너럴닥터의 존재이유다.

의사도 사람이고 환자도 사람.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지금의 2~3분 진료시스템을 탈피하고 싶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최소한 병원 문을 나갈 때 하고 싶은 얘기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을 느끼지 않았음 했다고. 그래서 의사와 환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서 얘기 나누기를 시도한다. 바로 환자와의 소통이다. 속이 아픈 사람들이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전날 술을 엄청 많이 마셔서 속이 쓰린 경우와 집안에 위암에 걸린 환자가 있는 가족이 있는 사람, 또 시간이 없어 빨리 의사의 처방만 바라는 환자 등 환자마다 의사에게 듣고 싶은 얘기는 다 다르다는 것. 물론 무조건 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이 최상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충분히 지금까지의 의료시스템과의 장단점을 잘 혼합해 해결점을 고민하며 운영해가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혼재는 ‘인간적인 진료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의 의료현실에서 어떤 경쟁력이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실제 의사와 환자와의 인간적인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하는 것이 치료에 정말 효과적일까, 환자와 의사가 얼마만큼 자주 만나야 충분히 병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 가능한가’ 등등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연구하는 한 방법이라고도 설명한다. 꼭 의사가운을 입지 않아도 진료가 가능한 환경 등 다양한 경험의 레퍼런스는 앞으로 젊은 의사들에게 새로운 의료시스템의 최소한의 족보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홍대라서 젊은 사람들만 찾아올 것 같지만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오는 젊은 엄마부터 나이 든 어르신들까지 제너럴닥터는 홍대의 명실상부 ‘동네병원’이 되었다. 병원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의사는 의사의 말만 하고 환자는 잠깐 들러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닌 공간. 더욱이 아플 때만 찾는 곳이 병원이 아니었음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바람이다. 건강할 때도 가끔씩 들러 혈압을 측정하고 쉬다가 갈 수 있는 곳. 처음에는 어르신들조차 아니 무슨 병원선생님이 이렇게 잔소리가 심하냐며 귀찮아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시간을 내서라도 들러야하는 곳이 병원임을 공감한다.

“내 건강을 정말 챙겨주고 생각해주는 의사가 있다는 것, 의사가 환자에게 관심을 가졌을 때의 환자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느껴진다는 것이 제너럴닥터를 운영하면서의 보람이죠. 선배님들은 요즘 의사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들 하죠. 막된 말로 ‘네이버 지식인’ 보다도 더 권위가 없다고요. 하지만 단지 의료현실이 힘들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실제로 환자들과 소통하고 전달하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고 봐요. 원래는 기본적인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우리 의료계에서 하지 못한 것, 그것이 바로 인간적인 관계를 회복할 때”임을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가 병원과 함께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다고. 아프기 전에도 병원에 들르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힘들다. 하지만 좋아하는 까페가 병원과 함께 있다면 평상시에도 누구든지 차 한잔 마시러 가듯 잠깐 들러서 얘기를 나누고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의 일상을 언제든 옆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안 아픈 상태와 아플 때를 비교할 수 있어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제너럴닥터는 카페라는 열린 공간을 통해 환자의 건강한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종종 들러는 병원. 따라서 제너럴닥터는 의사와 환자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소통의 기회도 많아졌다.

김 원장은 카페를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고 환자들을 위한 요리에도 관심이 많다. 까페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 중 하나가 바로 ‘병원식 샌드위치’다. 이것 역시 기존 병원식의 고정관념의 틀을 깬다.

일단은 ‘푸짐하다’. 다른 어느 곳의 병원식이 아닌 제너럴닥터 병원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병원식이라는 것. 사람들이 너무 어렵게만 건강을 생각한다며 건강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님을 또 이야기한다. 건강식, 병원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과일, 제철채소 등. 먹으면서 일상적인 건강을 메뉴에서 추구한다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쉬운 건강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특히 카페의 메뉴는 조금은 더 달콤해서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는 것. 꼭 디카페나 유기농이 아니어도 언제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 즐기면서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건강식’, ‘건강에 대한 생각’ 이라고 얘기한다.

병원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공간. 종종 일본인들까지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오기도 한다. 일본은 그나마 ‘동네병원’이 활성화 되어 있고 1차 진료에 집중하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유명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제너럴닥터는 ‘제너럴’하지만은 않은 병원이다.

정 선생님은 2년차 끝내고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하고 있던 차에 김 원장의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처음 만나고도 허물 없이 오랜시간 그렇게 얘기한 후 고민 없이 3월 합류했다. 현 의료시스템이 너무나 견고한 패러다임으로 구축돼 있어 ‘인간적인 환자와의 관계’는 포기해야 하는 것에 많은 불만과 아쉬움을 갖고 있었지만 김 원장을 만나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살짝 현 시스템을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막연한 불만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한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의료, 의사라는 직업을 평생 가져가야 한다면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떳떳하고 싶었다. “사람 냄새가 나는 병원,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은 병원“이 제너럴닥터였음 좋겠다는 것.

한편 김 원장은 의료디자인회사인 ‘코메디라이프’를 운영하고 있다.

“소통 방식 자체를 디자인하는 거예요. 한마디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죠. 환자와 의사가 만나서 형성된 의료시장의 ‘좋은 병원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제너럴닥터의 모든 것들도 연구의 중심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좋은 병원이라면 실제 행해지는 진료방식은 과연 어때야 하는 것인지, 환자와 의사가 과연 몇 번을 만나고 몇 시간을 얘기를 나눠야 실질적으로 질병에 대한 좋은 진료를 내릴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것 등이 모두 좋은 병원을 위한 모델 연구라고 할 수 있겠죠”라며

“코메디라이프는 앞으로 의사들의 교육이나 의료시장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와 철학을 만들어서 제시하는 것이 목표”임을 설명하는 김 원장은 특히 ‘코메디’가 단순히 의료디자인회사가 아닌 의료 컨설팅을 포함하는 크리에이티브 회사라고 덧붙인다.

두려움, 의심, 걱정이 들 때 항상 과학적인 피드백을 생각한다. 하는 일이 정말 맞는 것인지, 실제로 해야 할 일들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또 행복하다고. 김 원장은 바둑이와 장난치며 놀 때도 행복하다. 블로그 역시 김 원장의 소통의 도구. 일기를 쓰듯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린다. 가끔씩은 방문자 수가 급증할 정도로 상위에 링크되기도 한다. 내 생각이 맞다. 작은 만족. 환자들이 찾아오고 진료하고 대화를 나누고 나갈 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카페와 진료실 창가로 비춰지는 햇살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일상적인 소소함들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기도 한다. 꼬맹이쩍 해외특파원이 꿈이기도 했다는 김 원장은 별 사건사고 없는 한가한 나라의 경치좋은 곳에서 유유자적 특파원이 되는 일상을 꿈꾸기도 했다고 한다. 엉뚱하지만 또 잘 어울릴 것 같다.

제너럴닥터. 그 이름 속에는 일반의가 일반의다운 진료를 잘 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바람이 담겨 있고 환자들이 일반적인 의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란 소망도 함께 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진료’, 아직은 제너럴닥터가 제너럴하지만은 않은 ‘스페셜’하고도 특별한 공간이지만 나중 언젠가는 사람들의 인식이 이런 시스템을 그냥 ‘당연하고도 평범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정말 ‘제너럴’한 병원으로 존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메이의 엄마가 큰 병원이 아닌 동네병원에 입원했다면 아마 제너럴닥터일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이 공간 어디에선가 불쑥불쑥 토토로와 함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 ‘고양이의 보은’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수없이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씨~익 웃으며 튀어나올 것 같은 곳, 제너럴닥터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메이저 리그'가 될 날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신나는 하루다.

김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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