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시간 있으세요? 건축과 미술관 秋억 여행
혹 시간 있으세요? 건축과 미술관 秋억 여행
  • 김향희 기자
  • 승인 2008.11.14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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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香희 기자의 특별한 Book Recipe 5

혹 시간 있으세요? 건축과 미술관 秋억 여행

바쁘기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의료계죠. 그래서 또 가족들과 여행이나 대화의 시간을 가져본 것이 아득하기만 하시다구요? 도심 속에 조금만 눈을 돌리면 부담없이 찾아갈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많답니다. 특히 일상 속에 함께 있는 그 공간들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아들 딸 손잡고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면 더욱 즐거워지는 나들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호 테마는 일상처럼 친밀해지는 우리나라의 건축과 미술관 이야기입니다. 돌아오는 주말 그렇게 가족들 손잡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감성의 문화공간들을 찾아 가을 추억 한 자락 만들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딸아, 건축은 역사와 예술이며 삶이란다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이용재 지음/멘토프레스

한 아빠가 있다. 건축가이면서 건축전문지의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녹록치 않은 삶의 무게로 현재는 택시기사를 하고 있다. 그 아빠는 결혼할 때 아내와 약속을 했다. “절대로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말자. 우리가 받은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전수하지 말자. 그냥 냅두자. 그리고 영어, 수학은 당신이 맡고 공자, 맹자는 내가 맡는다. 인문학적인 자녀로 만들자. 돈 버는 방법은 그대가 가르치고 돈 쓰는 방법은 내가 가르친다”고. 여기 그 아빠의 딸이 있다. 인생이 공부가 전부도 아니고 괜히 하기 싫은 공부 부모 때문에 억지로 할 필요 없으니 학교 안가도 된다는 아빠의 말에 딸은 말한다. “공부를 못해도 학교에 다니고 싶습니다. 학교에 다니며 아이들과 우정도 쌓고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집단에서 어떻게 말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가며 즐겁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싶습니다...학교를 다니는 건 자신의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중학교 1학년 때의 에피소드란다. 과연 부전여전이다. 이 책은 그 아빠와 딸이 함께 한 건축이야기다. 각종 신문을 뒤져 미술전시회와 사자성어를 체크하고 일요일에는 택시에 딸을 태우고 ‘딸과 함께하는 건축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사자성어는 하루도 빠짐없이 딸의 휴대폰으로 보내면 딸은 한자로 외워야 했고 그리고 일요일 저녁에 테스트를 한다는 것.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은 어느새 중학생이 되었고 딸과 함께 하는 건축여행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 그 아빠가 이렇게 건축답사에 목숨을 거는 까닭은? “딸에게 남겨줄 유일한 유산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의술과 선교, 교육을 꽃피우고 구한말 이 땅에 묻힌 사람들의 아름다운 기록이 있는 ‘서울외국인교회’. 그들 무덤 하나하나가 모두 한국의 역사인 그 공간에서 딸은 “흰 국화 몇 송이라도 사올 걸 그랬다”며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에서 아빠는 "이럴 때 나보다 더 늙은 아이 같아 무섭지만 또 어여쁘다“고 흐뭇해하기도 한다. 마징가 Z와 로보트태권V가 지붕이 열리면 그 속에서 날아오른다는 전설을 간직한 르네상스 버전의 국회의사당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돔이 얹혀진 역사적 히스토리를 알려준다. 인사동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쌈지길’은 건축 자체가 길이고 골목이며 아트라고 설명한다. 상업과 예술이 만나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나선형 길을 산책하며 예술을 경험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의 작품인 ‘서울대학교미술관’ 역시 지역사회를 위해 열려진 공간이기도 하다. 이제 무조건 ‘서울대, 서울대’ 타령만 하지 말고 “미술관 둘러보고 잔디밭에 둘러앉아 김밥 먹을 이유가 이제 서울대학교에 생겼다”며 가족들 손잡고 직접 가서 보기를 권유한다. 이처럼 혼잡한 도심에도 의외로 일상에서 눈을 돌리면 가깝게 닿을 수 있는 고즈넉한 역사적 건축공간과 미술관이 많음을 새삼 알게 해주는 책이다. 단순히 건축물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건축가와 역사, 예술, 그 건축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까지 방대한 교양서의 지식을 제공한다. 더구나 기러기 아빠, 고개 숙인 가장, 돈버는 기계로 전락했다는 아버지 위기론에 놓여있는 요즘, 특히 딸과 아빠와의 대화를 통해 따뜻하고 정겨운 부녀지간의 알콩달콩 사랑과 함께 아버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지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사자성어를 공부하는 덤도 있다.

감성과 교양의 공간-지금 만나러갑니다 내 사랑 미술관 황록주 지음/ 아트북스

그녀는 그렇게 미술관을 찾아 말을 건넨다. 예술, 미술, 전시, 작품이란 단어의 원래 생겨먹은 모양새가 좀 권위적이어서 일반인들이 쉽게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운 까닭도 있고 미술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그러나 직접 발품을 팔아 일단 미술관을 찾아가면 얻는 것이 정말 많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미술관이란 공간의 미덕은 “작품이 놓인 상황에 따라 내가 알고 지낸 사람들, 습관, 오래 묵혀둔 기억 같은 것들이 그림을 보는 일에 불쑥불쑥 개입”하고 “미술관 속에 함께 했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 스스로를 발견하게 해 준 크고 작은 사건들, 관심을 가져준 사람들의 따스한 미소 하나까지 담아내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미술관에 가는 것은 직접 작품을 감상하는 감동과 그 감상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쏠쏠한 재미 뿐 아니라 미술관 건축이나 예측하지 못한 사소한 풍경들과 만나는 우연성이 함께 하는 “작품과 함께 여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그녀의 글은 시를 읽는 것처럼 서정적이면서도 위트가 가득하다. 김환기의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서는 “누군가를 밤새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다가 눈물이 떨어지면 번지는 잉크 같은, 차라리 모든 것을 번지게 만드는 내 눈 같은...”이라거나 모란미술관 산책로를 걸으면서는 “헐거워진 나사를 죄듯 남루해진 삶의 옷깃을 여며보라”라고 충고하고 호암미술관 부루델조각공원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에게는 그 날아간 화살이 맞춰졌는지를 궁금해 한다. 특히 예술과 삶은 우리에게도 멀리 있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성곡미술관과 변종하미술관이 그렇고 테헤란로의 긴장감 속에서 ‘아마벨’이란 애칭으로 홀로 제멋대로 일그러져 있는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처럼 때로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또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도 그렇게 예술과 조우한다. 나 또한 우리가 사랑한 우리의 화가들과 수많은 작품들이 마음만 먹으면 달려갈 수 있는 곳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표적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작품 역시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는 것도 흥미롭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은 10월 3일 개천절을 뜻하는 1003개의 모니터가 깜박이고 천년의 고도 경주에 있는 아트선재미술관에는 고대 왕국의 역사를 담고 있는 듯한 ‘기마상’이 있다는 것. 물론 정답에 가까운 작품 설명 같은 건 없다. 감상이란 영역은 지금 그것을 보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반추하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라는 것. 누군가가 미리 규정해버린 교과서적인 감상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그 감상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 미술관의 낮은 담벽에 남아있는 늦가을 담쟁이 한 잎에도, 뒤뜰에 앉아 좋아하는 바람소리를 즐길 줄 안다면 그것 또한 작품을 감상하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그림이 된 건축, 건축이 된 그림 1 - 신화와 낭만의 시대 김홍기 지음 | 아트북스 알함브라 궁전, 틴턴 수도원, 생라자르역, 수정궁, 에펠탑... 시대도 다르고 지역도 각각 다른 이 건축물들의 공통점은 모두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세기의 건축과 그 건축을 화폭에 담은 화가들, 또 화가의 그림에 감명 받아 그림 속 세상을 현실로 구현하고자 했던 건축가들의 이야기다.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945~2000 임석재 지음| 휴머니스트 건축과 미술을 상호 교차시키면 어떻게 될까? 건축사학자 임석재 교수는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계속 건축에만 머물 경우 가우디 이상으로 확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때 미술적 현상을 도입하면 관심 대상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공미술과 도시 속의 시각예술, 그리고 해체주의 건축과 하이테크 건축까지 건축과 미술에 대한 비교 담론서다.

김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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