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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에 한의대 신설' 극비리 재연
`국립대에 한의대 신설' 극비리 재연
  • 권미혜 기자
  • 승인 2005.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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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를 국립대에 설치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청사진과 한방의 과학화 등 정책적 뒷받침없이 정부가 또 다시 의료이원화를 고착화하는 국립대 한의학과 설치를 은밀히 재촉하고 있어 큰 파문이 예고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후 대통령 공약사항인`국립대학내 한의대 신설'움직임의 악몽이 올들어 극비리에 재연되고 있어 의학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현대의학과 국민 의료상황을 연계하지 못한 채 단지 `공약 실현'목표에 얽매여 추진되는 정책 남발의 극단과 해악이 국민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 갈 것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따라 현재 지방의 일부 국립대는 한의과대학 유치를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 일원화에 역행하는 잘못된 정책은 한국 의료제도의 선진화와 의학교육의 질적 개선 차원에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인력의 공급과잉시대에 진입해 있는 현 시점에서 정부의 정책은 향후 양한방 의사인력의 동시 감축 및 질적 수준 개선을 위한 정책수단 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보건복지부 金槿泰장관은 지난 17일 오전 과천청사 장관실에서 극비리에 서울의대 王圭彰학장을 접촉, 한의과대학 신설에 따른 정책 의지를 최종 타진했다. 金장관은 이 자리에서 서울의대가 기존의 반대 입장을 재확인, 전달하자 “빠른 시일내에 지방의 국립대를 선정, 이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차관과 한방정책관, 서울의대 연구부학장등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면담에서 서울의대는 “현행 의료체제하에서 한의학과 설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료일원화에 역행하는 국립대내 한의학과 설립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 엇갈린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면담은 그간 언론에 공개해 온 장·차관의 공식 주요일정에도 누락된 채 철저한 보안속에 진행됐다. 서울의대는 그러나 자체 수립한 `한의학 발전 3단계 로드맵'에 의거, 향후 한의학 연구 및 연구인력 양성등은 지속적으로 검토,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의학계는 현재 의사인력 과잉에 따른 국가적 폐단을 막기 위해 의대 정원감축이라는 유례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의대입학정원의 10%감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발되는 이 같은 정책 발상에 따라 정부는 또 다시 시대착오적 정책 모순과 허구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6공·문민정부 시절, 정치논리로 남발한 의대 신증설의 악몽속에서 실패한 정책을 한의학에서 또 다시 반복하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난 2001년, 국민의 정부는 세계 최고의 한의대 설치·육성 차원에서 “국립대 1개교에 한의학과 신설을 추진한다”고 발표, 의료계를 당혹케 한 적이 있다. 이에앞서 정부는 2002학년도 전국 대학 학과·정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의사·한의사 의료인력의 공급과잉을 우려, 의대및 한의대 신설및 정원 증원을 불허한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 후 느닷없이 한의대 신설 방안을 추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정부측에서 흘러 나오면서 의료계는 정부의 움직임에 경악하면서 즉각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국립 한의대 설치 움직임은 결국 산발적 여론을 타다 이론적 배경과 타당성 부족의 한계에 부딪쳐 곧 무산되는 해프닝을 빚었다. 참여정부 역시 이런 성숙치 못한 정책적 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대는 당시 교육부로부터 “한의학과 신설을 희망하는 국립대학교는 신청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내부 의견을 집약, 의료일원화에 역행하는 정책 발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서울의대는 그러나 올 들어 또 다시 복지부가 이 같은 정책안 검토를 요청해 오자 서울대 본부와 함께 “한의대 설치는 반대하되, 한방의 과학화를 위한 학문적 연구는 추진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양한방이 공존하는 우리 나라 의료체계하에서 의료 일원화 문제는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 온 핫 이슈 중 하나이다. 국민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의학과 한의학 교육체계의 접목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 탓에 그간 의료일원화에 대한 요구는 강력히 제기되어 왔다. 더욱이 한방에서 방사선, 초음파, 심전도, CT등 양방 의료기기 사용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어 무분별한 한의사 양산은 한국 의료제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의학 육성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립 한의대 및 한의학과 신설을 유도할 것이 아니라 먼저 한방의 과학화가 국제화 시대의 정도이자 순리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발전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현행 의료체계를 일원화하는 정책 결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국립대 한의학과 설치는 이런 정책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부실한 한의대 신설 추진에 앞서 정부는 교육제도의 개선과 의대·한의대의 교과과정 접목등 법적·제도적 기반을 확립하여 한방의 과학화와 의료일원화를 우리의 제도권내로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권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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