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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로 일래스틱 서스펜션
하이드로 일래스틱 서스펜션
  • 의사신문
  • 승인 2008.11.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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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로드홀딩 가졌으나 내구성 취약해

다시 미니와 관련된 이야기로 돌아가보기로 한다. Hydro Elastic Suspesion은 고무원뿔에 유압완충기를 더해 충격을 흡수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 매달린 회사는 정작 시트로엥이었다.

시트로엥의 많은 모델들이 유압을 이용한 완충시스템을 만들었다. 필자의 기억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모델은 XM이다. 605와 같은 차체를 쓰지만 밖에서 보면 거대한 에스페로같은 느낌을 주는 디자인으로 차의 충격 완화 장치는 이른바 쇼바라고 부르는 Shock Absorber가 아니라 공기와 유압을 섞어서 차의 자세제어와 충격흡수를 하는 HydroPneumatic시스템이다.

영화 `로닝'에서 러시아 마피아 보스가 타고 도망치는 차가 XM이다. 아무리 차를 많이 타본 마니아라도 이 차를 타보면 당장 이상한 느낌이 든다. 전혀 다른 느낌의 무게중심 이동이 느껴지는 것이다. 원래 밸런스가 좋은 차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차의 자세제어는 바퀴마다 연결된 작은 원통에 유압을 공급하여 공기와 밸런스를 맞추는 시스템이다. 그러니 일반적인 충격 완충기와는 전혀 다르며 차가 급회전을 해도 차는 그 힘을 고루 분산시킨다. 때로는 기울지조차 않는다.

그 전의 모델 시트로엥 BX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차였으며 그것은 디자인적으로 완전히 에스페로의 사촌 격인 잔티아(Xantia)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잔티아나 XM은 상당히 큰 차인데도 불구하고 로드홀딩이 아주 우수하다. XM은 차의 높이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서스펜션의 장력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래서 3000cc의 Xm을 시내에서 따라 잡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에 속한다. 출력도 낮지 않고 움직임도 민첩하며 커다란 브레이크와 좋은 서스펜션으로 커다란 차가 적당한 속도로 차들 사이를 빠져나갈 수 있다. 그것은 BMW의 5시리즈나 벤츠의 E클래스의 느낌과는 또 다른 절묘한 느낌이다. 아무튼 아주 좋은 로드홀딩을 보여준다.

문제는 오래돼 유압시스템이 이상해지면 유압오일이 새고 차에 경고등이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오일의 누유는 노후된 호스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고 유압을 받아 공기를 압축하는 벌브가 망가지는 일도 잦다. 설계하기도 어렵지만 이 방법이 내구성만 좋았으면 다른 차 회사들이 그냥 보고 있을 리도 없고 아마 대부분의 차들이 이 서스펜션을 채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일반적인 차량의 서스펜션은 스프링만 갈던가 충격완충기만 갈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어쩌면 이 중간 사이에 이상적인 솔루션이 있을지도 모른다.

미니는 이보다는 간단하나 효과적인 서스펜션으로 절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서스페션은 위시본 타입으로 일반적인 서스펜션을 유지하되 스프링만 HydroElastic 시스템으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크기도 작고 가벼웠으며 승객들의 숫자가 1명이건 4명이건 높이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이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의 기술로는 작은 차의 무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에 속했다. 그리고 무게 중심을 50:50 정도로 유지할 수 있었다. 작고 가벼운데다가 무게중심이 낮고 밸런스가 잘 맞는 차가 탄생했다.

가볍고 빠르며 자세제어에 능한 미니를 이시고니스의 친구 존 쿠퍼가 그냥 놓아두지 않았다. F1에 참가하는 차를 만든 엔지니어이며 레이서이기도 했던 쿠퍼는 이 차가 랠리차로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차를 랠리카로 바꾸는 것을 디자이너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쿠퍼는 이 차에 몇 가지 변형을 가해 약간의 개조만으로 당대 최고의 랠리카로 만들었다. 800cc대의 엔진을 직경과 스트로크를 조금 키워 1000cc가 조금 안되는 정도로 만들어 랠리에 나간 것이 미니 쿠퍼이고(기존의 35마력에서 55마력 정도로 올렸다.) 나중에 최종적으로 1275cc 정도로 만들었진 것이 미니쿠퍼 S였다.

타이어를 조금 키우고 서스펜션을 약간 개량하는 정도로 랠리에 출전하는 수퍼미니가 만들어 졌는데 경기에서 훨씬 크고 배기량이 높은 차들을 모두 압도했다. 1960년대 초중반의 몬테칼로 랠리를 휩쓴 것이다. 이 랠리카의 시판용 차종이 미니 쿠퍼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많은 양이 팔린 것은 아니지만 인기가 높아 지금도 희소가치의 프리미엄이 높은 차량이다. 지금은 그냥 미니는 없어지고 이 이미지를 이어받은 미니쿠퍼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실용적인 소형차로 설계되어 랠리카로 명성을 떨친 것은 단순하면서 탁월한 디자인의 힘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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