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의 서스팬션 <하>
미니의 서스팬션 <하>
  • 의사신문
  • 승인 2008.10.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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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안전성 모두 만족시킨 새 서스팬션

고무원추라는 것이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다. 탄성이 좋은 고무를 원뿔 모양으로 만들어 차체와 조인트 사이에 넣어 버렸다. 스프링과 충격완충기를 합쳐 놓은 것이다. 차가 작으니 큰 힘을 받지 않아 이 정도로도 충분했으나 고무의 탄성은 스프링보다 크다. 차의 승차감은 매우 터프해서 고카트(카트라이더 게임을 기억할 것이다)를 타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가장 큰 문제를 이런 기발한 문제로 해결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들이 고무원추를 사용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더 진보적인 시스템이 있었다. 고무의 탄성과 유압을 조합한 Hydro-elastic 서스펜션을 사용하려 했는데 미니의 개발시기까지는 완료되지 않았다. 미니가 팔리고 몇 년이 지나서야 고무원추에 기름을 넣고 안의 유압을 조절하는 것으로 차의 서스펜션을 제어했다. 1964년에 미니는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몇몇 최고급차들을 제외하고는 미니와 필적할 만한 차가 없었다. 사이즈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성능마저 좋아진 것이다.

HydroElastic System은 좀 더 큰 차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메이커들이 아직도 도전하고 있다. 미니에 전륜구동(traction avante)의 아이디어를 준 시트로엥은 서스펜션에서는 미니의 시스템을 더 발전시킨 시스템을 갖고 있다. 고압의 개스통(수류탄처럼 생겼다)을 몇 개 달고 유압오일을 보충하는 시스템이다.

필자는 시트로엥의 대형차 XM을 갖고 있었는데 차체가 크니 많은 개스통을 유지해야 하고 오일이 새기도 했다. 차의 서스펜션은 정말로 좋았는데 유압계는 너무 복잡했다. 미니의 미니멀리즘 같은 타협안을 갖고 있었다면 아마 필자는 지금도 XM을 타고 다닐 것이다.

서스펜션은 지금도 메이커들마다의 비밀이다. 엔진은 다 비슷해졌지만 차의 서스펜션은 승차감이나 조정성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모두 비슷한 구조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큰 차이가 난다(요즘의 차들은 거의 맥퍼슨 스트러트와 멀티링크의 조합이다). 차체의 무게중심과 서스펜션이 합쳐지면 차의 거동제어는 더 큰 차이가 난다. 메이커는 거액을 들여 서스펜션을 개선하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수준으로 끝난다.

차체구조가 조금 불리해도 서스펜션이 좋으면 차의 승차감과 안전성은 상당한 수준이 된 다. 일본의 메이커들 조차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서스펜션은 중요한 것이다. 사고와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종이 한장 차이고 서스펜션이 좋으면 민첩한 코너링으로 빠져 나오거나 더 빠른 제동거리에서 설 수 있다.

미니는 행운이 있어 처음부터 결과가 좋았다. 작은 차체에 가벼운 무게 비교적 낮은 무게중심 그리고 절묘한 핸들링이 가능했다. 차체를 튼튼하게 하고 여러 가지 안전기구를 붙이는 것을 수동적 안전의 개념으로 본다면 차의 움직임을 민첩하면서 안정하게 하여 사고를 피하는 것을 능동적 안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미니의 설계자가 주장했는데 당시에는 논란이 많던 부분이다. 그러나 요즘에야 주목을 받는 ESP나 ABS는 능동적 안전에 속한다. 그러니 설계자 이시고니스의 주장은 시대를 앞서갔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차가 충돌을 미리 회피할 수 있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수동적 안전은 그 다음의 일이다. 충돌을 피할 수만 있다면 큰 사고는 생기지 않으니 조종이 절묘한 것이 먼저다.

작고 경제적인 차가 잘 달리고 운전성능도 좋으니 경쟁차종도 없던 시절 인기는 최고였다. 탑재공간은 애초의 의도대로 컸다. 그럼에도 차는 너무 미니멀리스틱했다. 여기에 대한 대안은 하나뿐이다. 성능은 잘 나오니 적당히 욕심을 누르고 열심히 타는 것이다. 바라는 것이 너무 많으면 미니멀리즘은 거기서 끝이다. 욕심도 약간 부리고 차의 무게도 줄이려면 엔지니어링의 기적이 필요하다. 요즘의 작은 차들은 이런 부분에 도전하고 있다. 차의 무게를 줄이고 강성을 늘이며 수동적 안전과 능동적 안전을 다같이 도모한다. 그 결과는 복잡하고 만들기 어려운 차가 되기 쉽다. 미니멀리즘을 어필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하지만 토요타의 IQ나 VW의 UP 같은 차들이 발매되려 하고 있다).

좋은 설계는 타협과 절충에서 나온다고 한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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