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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제1번 교향곡 내림 나장조, Op. 38 '봄'
로베르트 슈만 제1번 교향곡 내림 나장조, Op. 38 '봄'
  • 의사신문
  • 승인 2008.10.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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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은 전 생애에 총 6곡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그 중에서 4곡은 제1번에서 4번까지 일련 번호가 붙여져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다. 슈만이 1829년에 프리드리히 빅(Friedrich Wieck)에게 쓴 편지와 당시 그의 일기장에 의하면, 슈만은 10세 때부터 교향곡을 작곡하고자 했다. 그러나 초기 교향곡 초연 당시 청중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고, 슈만자신 역시 작품의 관현악 편성기법에 대한 자신의 취약점을 느끼고 교향곡 작곡에서 손을 뗀다. 그리고는 피아노 음악 작곡과 음악 비평가로서의 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1840년 나이 서른에 클라라와의 결혼에 천신만고 끝에 성공한 슈만은 결혼을 전기로 자신의 작곡 생활에 하나의 전환점을 모색하게 된다. 그때까지 슈만은 대부분 피아노 독주를 위한 소품이나 소나타에 치중하여 작곡을 해왔다. 그러나 1840년을 기점으로 가곡이나 실내악곡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머뭇거리며 별러왔던 교향곡 분야에도 손을 대 1841년 초 그의 첫 교향곡인 제1번 `봄'을 완성한다.

2년 전인 1839년 슈베르트 교향곡 제9번을 발굴해 초연한 것에 고무된 슈만은 1841년 두 곡의 교향곡 제1번과 제4번을 연달아 작곡하게 된다. 슈만이 제1번 교향곡을 스케치하는 데 걸린 시일은 단 4일이었다. 마치 한 곡의 가곡을 작곡하듯이 단숨에 써버린 것이다. 슈만 자신도 이러한 대작을 단기간에 완성하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이 곡의 창작과정에 영향을 준 것은 아돌프 뵈트거의 `봄의 시'로 시의 마지막 구절인 `산골짜기에서 봄이 피어오른다'를 이 곡의 주제로 삼았으다. 총 4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의 각 악장에 `봄의 시작-저녁-즐거운 놀이-만개하는 봄'이라는 소제목을 달았고 이 작품을 `봄의 교향곡'이라고 명명했다. 슈만은 마치 봄에 피어나는 꽃 봉우리와 나뭇잎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내부로부터 싹터 오르는 새로운 봄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아직 봄의 즐거움을 표현하기에는 불안하다. 리듬은 활기차지만 색조는 어둡고, 고전파에서 낭만파로 이어지는 과도기적 음악적 구성으로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남아있는데 이는 그가 몇 년 뒤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것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슈만은 1842년 당대의 저명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루이 슈포어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매해 새롭게 다가오는 봄에 대한 기대와 열정 속에서 이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하지만 나는 봄을 묘사하거나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 작곡가의 주장대로 이 곡은 결코 자연을 묘사하는 표제 음악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곡의 창작과정에서 영감을 준 봄에 대한 슈만의 내적 열정과 표현은 작품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그러나 슈만은 작품의 출판 당시 각 악장에 붙인 소제목들을 삭제했는데 이는 자신의 작품이 당시에 유행하던 표제 음악으로 오해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제1악장: Andante un poco maestoso- allergro moto vivace 봄이 왔음을 알리는 트럼펫의 힘찬 울림을 막을 열면 금관은 태양처럼 빛나고 현은 싹이 올라오는 들풀처럼 활기찬 리듬으로 답을 하면서 하모니를 이루고 목관악기는 그 위를 나비처럼 날아다닌다. 한편 굵고 낮은 현악기들의 음색은 쓸쓸한 느낌의 배음으로 깔려 있다.

제2악장: Larghetto 가장 정제된 악장으로 `봄'의 따뜻함을 잘 묘사하고 있다.

제3악장: Scherzo-molto vivace 활기 넘치는 악장으로 원래 슈만이 꽃의 만개라는 부제를 붙였듯이 다시 나비가 춤을 추고 꽃들이 여기 저기 피어오르면서 만발한다.

제4악장: Allegro animato e grazioso 바이올린 선율이 잘게 쪼개지면서 춤 분위기를 나타내고 목관 음색이 마치 만발한 꽃 사이를 새들이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듯하다.

■들을만한 음반: 오토 클렘페러(지휘), 뉴 필하모니아(EMI, 1965);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71);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DG, 1984); 조지 셀(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CBS, 195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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