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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슈베르트 교향곡 제9번 C장조 '그레이트'
프란츠 슈베르트 교향곡 제9번 C장조 '그레이트'
  • 의사신문
  • 승인 2008.10.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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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영원함을 담은 ' 불후의 명곡'


슈베르트는 여성적이고 나약한 작곡가로 가곡이나 실내악 등 소품만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것은 작곡가로서의 슈베르트 일부분만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도 어느 작곡가 못지 않게 남성적이고 심도있는 곡을 남겼는데, 그 중 하나가 교향곡 제9번이다.

넘쳐 흐르는 선율의 원천을 생각하게 하는 제9번 교향곡은 전곡을 연주하는데 1시간가량 걸리는 걸작이다. 그 방대함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에 견줄만 하다. `그레이트'라는 별칭은 슈베르트가 직접 붙인 것은 아니지만, 그 곡의 위대함을 의미하면서 같은 C장조로 쓰여진 제6번 교향곡과 차별된다. 제8번 `미완성'과 제9번 사이에는 약 6년이라는 세월의 간격만큼 두 곡의 성격 또한 거리가 있다. 제8번 `미완성'은 내성적, 서정적인 반면 제9번은 외향적이고 밝고 당당하다. 슈베르트는 마지막 교향곡인 제9번에 대해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친구들에게 “이제부터는 가곡을 쓰지 않기로 했어. 앞으로는 가극과 교향곡에 힘을 쏟을 거야”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곡을 완성하자 곧 초고를 싸 들고 오스트리아 음악협회를 찾아갔다. 그러나 내용이 어렵고 지나치게 길다는 이유로 연주를 거절당하고 말았고 불행히도 슈베르트는 이 위대한 곡의 연주를 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10년이 지난 1838년 어느 날 낭만파 작곡가 슈만이 빈의 베링 묘지를 찾아갔다. 묘지에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무덤이 나란히 자리 하고 있었다. 베토벤의 무덤에는 장미꽃이 꽂혀 있었지만 슈베르트의 무덤에는 꽃 한 송이 없이 쓸쓸히 버려져 있었다. 슈베르트 친형인 페르디난트가 아직 살아있음을 안 슈만은 무덤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찾아갔다. 페르디난트는 동생을 추모하여 찾아온 슈만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동생 슈베르트가 남긴 유품을 이것저것 보여 주었다. 이윽고 책상 위에 먼지를 흠뻑 뒤집어쓴 채 발표되지 않고 쌓여있는 초고에 눈이 갔다. 바로 슈베르트가 죽기 9개월 전에 작곡을 완성한 만년의 걸작 교향곡 제 9번이었다. 악보 페이지를 넘기며 슈베르트의 격조 높고 거대한 곡상의 전개에 슈만은 심장이 터질 듯한 흥분을 가눌 길이 없었다. 페르디난트에게서 초연의 승낙을 얻은 그는 초고를 즉시 라이프치히로 보냈다. 그 후 당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의 지휘자인 멘델스존에 의해 1839년 3월 역사적인 초연이 이루어졌다.

곡이 초연된 후 슈만은 그가 주관하던 `신음악'지에 글을 다음과 같이 썼다. “이 교향곡을 들어 보라. 이 속에는 당당한 작곡 기술 외에 다채로운 생명이 나타나 있고 도처에 깊은 음의 날카로운 표현을 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십 번에 걸쳐 표현해 온 감정의 슬픔과 기쁨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어, 천국적인 영원함이 시인과 음악가의 가슴 속 깊이 밀려온다”면서 이 곡의 장대함을 독일 낭만파 문학의 선각자인 얀 파울에 빗대 네 편의 장편소설과 같다고 기술하였다.

제1악장 Andante: Allegro ma non troppo 낭만적인 주제가 은은한 혼의 선율로 제시된 후 현악기와 금관이 합류하면서 범람하는 거대한 조류처럼 발전하게 되며 다시 맑은 하늘의 구름처럼 주제가 흐르다가 눈부시게 밝은 햇살이 광활한 대지 위를 비추는 듯 마무리된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저음의 현악이 나온 후 애수에 찬 선율이 오보에에 의해 흐른 뒤 다시 장조로 조바꿈 하면서 눈물짓던 슬픔에서 벗어나 눈에 미소를 머금은 듯 새롭고 밝은 분위기로 끝나게 된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소박한 농부의 춤과 비슷한 스케르초 주제는 거친 현의 단일 화음으로 시작한다. 비엔나 왈츠 같은 춤곡 후에 생각에 잠기는 듯한 트리오 형식이 뒷받침하면서도 계속 스케르초를 반복하게 된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vivace 술의 신 바커스의 제전에 비유할 만큼 환희의 광란이다.

■들어볼만한 음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베를린 필(1953, EMI); 브르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교향악단(1959, CBS); 칼 뵘(지휘), 베를린 필(1963, DG); 마리아 카를로 줄리니(지휘), 시카고 심포니오케스트라(1977, DG)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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