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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와 휠베이스
작은 차와 휠베이스
  • 의사신문
  • 승인 2008.10.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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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관건

차체의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의 등급이나 사이즈를 정하는 것이다. 차의 크기가 정해지면 그 다음은 레이아웃을 정하는 일이 남아있다. 엔진과 변속기의 크기도 대략 정해져 있으므로 엔진룸과 차의 탑승공간을 배분해야 한다. 그리고 타이어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동시에 정해야 한다. 차의 기본 데이터 중에는 축거라고 부르는 휠베이스(Wheelbase)와 차폭이라고 부르는 트랙(track)이 있다. 차가 가속이 되면 앞바퀴에는 적은 힘이 가해지는 것이다. 뒷바퀴는 정확히 그 반대다. 차의 감속시에는 앞바퀴에 많은 힘이 가해진다. 급감속일수록 차의 힘은 앞으로 쏠린다. 뒷바퀴에는 힘이 가해지지 않는다.

차가 급정거할 때 노즈다이브가 심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실제로 급정차마다 느끼는 일이니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요즘같이 브레이크의 성능이 좋아지면 실감은 더해진다. 차의 무게가 동일하다면 급감속이나 급가속에서 힘의 이동이 너무 급하게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의 디자이너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L(Wheelbase)을 크게 하거나 무게중심을 낮추는(hcg를 줄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둘 다 충족시키고 싶어한다.

L을 늘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큰 차를 만드는 것이다. 큰 차가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휠베이스를 크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급정거를 해도 덜 덜컥거린다. 공식을 생각하지 않아도 당연해 보인다. 그 다음은 차의 정해진 길이에서 앞뒤로 타이어를 바짝 붙여버리는 것이다. 범퍼의 바로 끝에서 타이어의 휠아치가 시작되는 것 같은 디자인들이 나타난다. 그러면 차의 크기에 비해 큰 L을 얻을 수 있다. 미니가 바로 이런 디자인이었다. 차의 길이가 3m에 휠베이스는 2m이니 타이어의 지름을 빼면 앞뒤로 바퀴는 거의 끝에 붙어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당시에는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

낮은 무게중심은 엔진이나 변속기를 가볍고 작게 만들어 최대한 낮게 붙이고 그것도 안되면 엔진을 기울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소나타 NF나 로체는 알루미늄 블록의 엔진을 장착하고 기울여 장착하는 방법을 통해 무게 중심을 낮추었다. 실제로는 대단한 개선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중요한 타협은 차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관건이다. 앞바퀴와 뒷바퀴에 걸리는 무게중심은 무게중심점을 정하는 것으로 정해진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무관심하지만 무게중심이 이상한 차들은 무척 많다. 이미 무게중심이 앞이나 뒤로 쏠려있기 때문에 차들은 개선을 일으켜도 불안정해지기 쉽다. 이런 경우에도 기다란 휠베이스는 도움이 된다. 최소한 악화를 방지한다. 대부분의 차들은 무게중심이 앞뒤가 6:4 정도로 나타나며 차의 카타로그를 보면 무게 중심점이 표시되어 있다. 특히 고성능 수입차들은 표시하는 차량들이 많다. 스포츠 성향이 강한 차들은 5:5 정도로까지 배분하기도 하지만 그 중간에 있는 차들도 많다.

아무튼 휠베이스는 너무 작으면 안된다. 차가 곡예 운전을 하려면 조금 아슬아슬하게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편이 빠르지만 실제의 승용차는 코너길을 돌 때 뒷바퀴가 줄줄 미끄러지면 정말 난감한 일이 벌어진다. 감속을 하면 뒷바퀴의 그립이 떨어져 불안한 느낌이 들다가 휙 돌아버리는 것이다. 핸들을 꺾는 것보다 더 심하게 코너링이 일어나는 오버스티어 현상이 나타나다가 스핀을 일으킨다.

타이어가 좋아도 너무 그립이 작아지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엔진이나 변속기가 앞바퀴에 걸리는 전륜 승용차는 무게중심이 앞에 걸리기가 쉽고 이것을 극복하는 일은 무게중심을 적당한 수준으로만 옮기는 일이다. 뒷바퀴에 힘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도 좋지 않다. 차는 조향에 필요한 힘을 얻지 못해 핸들이 돌아간 것보다 덜컥이는 언더스티어가 나타난다. 만약 내리막길이나 가속하는 도중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정말 난감할 것이다. 실제로는 휠베이스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 요소는 휠베이스다.

실용적인 배치와 아름다운 디자인 그리고 기계들의 배치를 놓고 휠베이스는 여러 가지 요소가 타협한 값들로 나타나게 된다. 타이어가 너무 뒤에 붙으면 트렁크가 불편해지기도 하며 너무 앞에 붙으면 기계 장치가 앞에 붙고 무게중심도 이동한다던가 등등… 이런 것들의 타협값이 차들의 디자인이다. 그러나 독자들도 한번 지나가는 차들의 앞뒤 타이어를 유심히 보면 벤츠나 BMW 혼다 같은 차들은 휠베이스를 크게 잡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차들은 이미 최대로 잡고 있으며 현대나 대우의 차들은 적당한 선에서 그러나 점차 과거의 기종보다 더 크게 잡아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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