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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해를 맞으며...
<시론> 새해를 맞으며...
  • 승인 2005.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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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아무리 지난해가 어려웠더라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담은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상례이나 을유년을 맞는 의료계의 마음이 밝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지난해가 없었고 의료계의 주위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변화가 한 두 해의 일은 아니나 작년에 진행되고 새해에 예상되는 의료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우리들의 우울과 불안을 깊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라는 진부한 경구가 아니라도 이런 변화에 능동적인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노력 외에는 우리에게 다른 선택의 길은 없다.

우리나라 의료의 수많은 문제 중에서 장기적으로 제일 중대한 사안은 의사인력의 과잉이 아닐까 한다. 작년에 특히 개원가에서 겪은 극심한 불황은 재정위기로 인한 수가인하, 심사강화, 의약분업 직후의 개원열풍과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겠지만 의사인력 과잉에 따른 불가피한 장기적 몰락의 시작일 가능성이 많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올해부터 의사인력의 과잉을 예측하였고(2000), 조만간의 인력 과잉과 시급한 인력 감축의 필요성은 의료계, 연구기관과 복건복지부 등 모두가 동의하지만 실제적인 의과대학 정원감축은 이미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와 당사자들의 이해상충으로 미진한 상황이다. 현재의 정원감축은 당장의 효과는 적지만 우리와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올해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의료개방의 원년이 될 올해의 의료공급 분야의 변화도 심각하다. 올해에 수도권에서만 4,500병상이 늘어나고 정부도 보건소를 포함한 공공의료의 지속적인 확충을 천명하고 있다.

 의료개방은 의사인력 증가를 포함한 의료공급 확대의 측면 외에도 내국인 진료 허용, 영리가 목적인 의료법인의 허용, 내외국 의료기관의 불공정한 경쟁 및 역차별, 의료수요의 양극화 등 엄청난 파장과 논란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민간 의료보험의 대두, 공공 의료보험제도의 변화 등 의료체계의 전체적인 변혁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이에 대한 우리의 대비는 우려할 수준이고 현재의 의사회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으나 지금부터라도 좀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작년의 한방병원 CT 사용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와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으나 이 사건이 의미하는 현실에는 냉철한 판단과 대처가 필요하다. 소위 ‘한방의 과학화’와 양?한방 협진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높으며 정부도 한방의 발전과 확대에 계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작년에 열풍처럼 번진 의료계의 대체의학과 건강식품에 대한 참여도 양?한방의 구분을 어느 정도는 모호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 지금까지의 진행은 불합리하고 국민건강에도 위험성이 많으나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른 도전은 우리의 전문성과 권익에 대한 침해라는 시각으로의 대처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국민의 바람과 국민의 건강을 위해, 또한 우리나라의 합리적이고 비용효과적인 의료를 위해 한방을 포함한 대체의학의 진정한 과학화, 양?한방 일원화를 포함한 거시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해에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하는 분노와 좌절을 넘어서 새로운 치즈를 찾는 지혜와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모든 분들에게 새해에 만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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