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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Bb장조 '미완성'
프란츠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Bb장조 '미완성'
  • 의사신문
  • 승인 2008.10.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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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곡가의 '고뇌와 비애' 느껴져


슈베르트는 교향곡 8번의 마침표를 찍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미완성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는 이 작품을 쓴 후 6년을 더 살았지만 더 이상 손대지 않았다. 자필 악보에 의하면 슈베르트가 1822년 10월 30일 빈에서 작곡을 착수한 것은 틀림없지만 언제 중단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25세의 슈베르트가 썼기에 지극히 낭만적이며 청춘의 애상이 감돈다.

슈베르트가 그라츠 슈타이어 음악협회 명예회원으로 추천되면서 그 답례로 이 곡을 작곡한 후 악보를 요제프 휘텐브레너를 통해 자신의 친구이자 요제프의 동생인 안젤름에게 보냈다. 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슈베르트의 의도는 안젤름과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자신에게 명예회원의 자격을 부여한 음악협회에 이 악보를 증정하려고 했다 한다. 그러나 당시 이류 작곡가에 불과했던 안젤름은 슈베르트의 성공을 시기한 나머지 40년이 넘게 악보를 방치해둔다.

이 교향곡은 슈베르트가 사망한 후 37년이 지난 1865년에야 비로소 초연된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교향곡이 제대로 연주되는 것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상상만으로도 놀라운 관현악법을 구사해 뛰어난 천재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이러한 점이 그의 삶은 완전하지 못하고 불행했어도 작품만은 불멸의 생명력을 얻게 된 이유이다.

이 곡은 정취가 극히 투명하고 청순한 점, 아름다운 선율이 풍부하고 화성과 음색의 무한한 기교가 신선한 점 등으로 슈베르트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훌륭할 뿐만 아니라 초기 낭만파 음악의 큰 금자탑이 되었다. 서정시적인 교향곡으로 음악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 미완성 교향곡은 훗날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교향곡 등에서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슈베르트가 이 작품을 완성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모리스 브라운의 주장에 따르면 1822년 말 슈베르트가 병을 얻은 사건과 관계가 깊다. 슈베르트처럼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에게 병까지 겹쳐 교향곡을 끝맺지 못했다는 추측이다. 한편 한스 갈스는 슈베르트가 다른 많은 작품들을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이유와 `미완성 교향곡'을 단념한 이유가 똑같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겹치자 결국 작품에 흥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지고의 아름다움을 갖춘 장엄한 두 악장을 쓰고 난 뒤, 슈베르트는 이 곡을 옆으로 제쳐놨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완성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 곡의 두 악장은 형식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서로 힘차게 손을 맞잡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짜임새를 지니고 있다. 이 천재 작곡가는 직관적으로 여기에 어떠한 스케르초나 피날레를 덧붙이는 것은 오히려 쓸데없이 길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2악장을 마친 후 제3악장은 처음 9마디가 오케스트레이션 되어 있고, 32마디까지 피아노용 스케치가 되어 있으나 거기에서 중단되었다. 이 곡은 형식상 미완성이긴 하나 내용적으로는 완성된 형식에 못지않은 내용의 완성을 보여준다.

제1악장: Allegro Moderato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암울한 선율과 바이올린의 가녀린 떨림이 어우러지면서 슈베르트의 고뇌와 비애가 어둡게 집약되어 요절한 슈베르트의 비극적인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제2악장 : Andante con Moto 방황하는 젊음을 보상받으려는 듯 사랑과 위안의 선율이 가득하다.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서정적인 선율은 평화로운 전원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난 후 꺼질 듯 이어지는 애절한 피날레는 왠지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눈을 감고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처럼 평생 고독하게 떠돌다가 31세에 삶을 마감한 천재 작곡가의 비운이 전해온다.

■들을 만한 음반: 칼 뵘(지휘), 베를린 필 (DG, 1966); 브르노 발터(지휘), 뉴욕필(CBS, 1958); 쥬제페 시노폴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DG, 1983); 카를로스 클라이버(지휘), 빈 필(DG, 197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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