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의 '플로어 플랜'
미니의 '플로어 플랜'
  • 의사신문
  • 승인 2008.10.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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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제한' 극복…'혁신'을 만들다

미국은 이제 구제금융이 곧 법제화된다. 금융법이 되는 것이다(bailout is law!). 불과 1년전까지 이런 모습을 상상한 독자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GM의 SUV 공장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도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튼 미국에서 자동차는 잘 안 팔린다고 한다.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메이커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한 새로운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답을 기다리면서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큰 고장이 나지 않는 한 적당히 고쳐 타면 새차는 크게 필요가 없다. 돈을 쓰고 싶지 않다면 새로운 차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막고 사람들이 돈을 쓰도록 하는 일이 마케팅 부서의 업무다. 마케팅에 의존하지 않고 차가 많이 팔린다면 차가 혁신적인 수요를 채울 때 뿐이다. 기술적인 성공이나 혁신, 아니면 새로운 수요를 발견하거나 발견 당했을 때가 그렇다. 미니의 시작이 그랬고 다른 작은 차의 DNA들이 여러 가지 연유로 갑작스럽게 성공적인 진화의 패턴으로 들어갔다. 가까운 미래 역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이번 파리 모터쇼의 특징이 있다면 작은 차들의 혁명 내지는 반란이다. 사람들의 무의식과 메이커의 전략이 서로 맞아 떨어진다면 이제 차들은 작아지는 일만 남았다.

작은 차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으니 다시 미니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차의 디자이너들이 제일 고민하는 문제는 차체의 문제다. 차체는 차의 플로어 플랜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집의 인테리어는 기본 설계를 무시할 수 없듯이 차는 플로어플랜이 정해지면 그에 맞추어 차체를 설계할 수 밖에 없다. 차의 바닥설계는 무척 중요하다. 봉고차 같이 100%에 가까운 것도 있고 구형의 고급 승용차처럼 앞뒤가 길고 실제의 탑승공간은 반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상태로도 일반적인 차의 실내보다 크다.

그러나 미니같이 너무나 작은 차의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미니보다 먼저 나온 시트로엥 2CV 나 비틀의 경우에는 플로어플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미니는 이미 사이즈가 1.2×1.2×3미터의 크기로 제한되어 있었다. 여기에 적어도 1.8미터를 확보해야 했다. 그러면 1.2미터밖에는 남지 않는다. 높이 역시 제한되어 있어서 닛산의 큐브같이 높이로 공간을 확보하지도 못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디자인 자체를 과감하게 바꾸고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했다. 실제로 미니는 80퍼센트 가까운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요즘의 미니쿠퍼보다 55cm가 짧고 30cm 좁은 차를 생각하면 된다. 처음의 제작조건인 폭 120cm는 너무 심한 제약이었기 때문에 140cm로 늘어나서 이 정도다. 140cm도 여전히 좁았다. 미니의 창문이 슬라이드 유리였던 이유는 차가 너무 좁기 때문에 창유리를 오르내리는 기어가 들어갈 면적을 사이드 포킷으로 사용했을 정도다.

만들다보니 전륜구동이 될 수밖에 없었으며 그전까지의 후륜구동 방식은 폐기해야 했다. 그리고 후륜구동에서 세로로 배치되었던 엔진은 가로로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차가 작으니 휠베이스는 최고로 잡아야 했다. 휠베이스는 앞뒤 타이어의 거리다. 차량의 주행 안정성을 위해 휠베이스는 큰 편이 좋다. 미니는 2미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앞뒤 타이어는 범퍼에 붙을 정도가 되었다.

차체의 설계는 차체의 개념자체를 다시 설계한다고 보는 편이 맞을 정도다. 이런 경우 스승은 없다. 스스로 배우고 만드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고니스에게는 오스틴 세븐을 해킹해 본 경험이 있었다. 차가 교과서였던 셈이다. 지난번 이야기처럼 저렴하고 간단한 오스틴 세븐을 만지작거리며 많은 유럽 디자이너들이 개념을 쌓았다. 그 전까지 실패했던 많은 디자인들이 미니에서 재탄생했다. 현대적인 소형차의 디자인 DNA는 꼬리가 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미니는 이들의 직접적인 조상이다.

만약 작기만 했다면 미니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핸들링이 참으로 뛰어났고 제동성능이나 차의 안정성도 훌륭한 편이었다. 무게 중심도 낮았고 사고가 나도 잘 대처할 수 있었다. 이고니스는 적극적인 안전성이라고 하는 용어를 들고 나와 나중의 화두가 되었는데 작은 차의 안전은 첫 시작부터 중요한 문제였다. 크럼플존도 적고 옆의 공간도 적은 차의 안전성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가? 한때 레이싱을 경험한 디자이너의 선문답은 충돌을 잘 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회의 주제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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