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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병원 유치 '무리한 특혜' 가능성 높다
외국병원 유치 '무리한 특혜' 가능성 높다
  • 정재로 기자
  • 승인 2005.0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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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경제자유특구 내 외국 대형병원의 유치가 의료계의 바람대로 동북아 의료중심 국가로의 도약과 국내 의료규제정책의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그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경제자유구역법'이 구랍 31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두 개 이상의 외국 대학병원이 국내에 설립된다. 특히 이번 법에는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고 있어 한국의료에 미치는 파장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병원의 유치가 과연 국내 의료의 자극제 역할로 한국의료발전에 기여할지 아님 한국의료의 천덕꾸러기로 남을지 그 가능성을 집어본다.


  구상대로 그림은 그려질까?

  재정경제부는 외국병원의 내국인 이용을 허용함으로써 해외 유수병원을 유치해 중국이 2020년까지 의료수요 20배 이상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듯이 이번 기회로 BT·제약·의료기기 등 관련산업의 동반진출을 통해 국내의료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국내 의료인력에 대한 고용확대와 고급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한 연 1조원 규모의 해외원정진료 흡수, 그리고 중국 등의 환자유치를 통한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번 계기가 동북아 의료중심국가로의 도약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측은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허용이 현 제도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국내 의료계의 불만은 상당부분이 잘못된 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의료제도의 규제제도에 대한 폐지 및 완화조치 등 긍정적 효과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경부와 의료계의 기대와는 달리 의료 전문가들은 경제자유구역의 외국병원 설립은 현재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 한국의료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을 뿐 아니라 한국의료의 천덕꾸러기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국병원 유치는 특구 성공을 위한 하나의 필요재

  현재 재경부는 경제특구 내 외국 의료기관의 유무관계가 경제특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초점은 이번 외국병원 유치가 한국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한 순수 목적이 아닌 경제특구의 성공을 위한 하나의 '필요재'라는 인식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특구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면 외국 의료기관 역시 자연적으로 특구 내로 진출하게 되는 것이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최명기 원장(부여정신과의원, 경희대 의료경영학 겸임교수)은 ""미군부대의 한강 이남 철수, 수도 이전 등 정부 스스로가 경제특구 자체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를 허용하고, 외국인 영리법인을 허용해서 이윤을 본국으로 송환하게 하는 것 같은 일부 특혜를 준다고 해서, 외국의 초일류 병원이 엄청난 자본을 투자해서 인천에 병원을 지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외국의 일류 병원이 들어와야 인천 경제특구의 성공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천 경제특구의 성공 가능성이 올라가야지 외국의 일류 병원들이 인천 경제특구에 들어오려고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특구 투자매력 없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의철 교수는 최근 개최된 '동북아 의료중심국가 어떻게 갈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특구 내 외국병원 정책의 수정의 불가피성에 대한 핵심을 꼬집었다. 현재 상황으로는 외국인 중심의 투자 가능성이 낮으며 외국인 환자 확보 또한 가능성이 낮다는 것.
 

  우선 신교수는 외국 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싱가포르의 경우도 외국병원 자본의 투자가 거의 드물어 대부분의 민영 병원들이 자국 자본에 의해 설립되었음을 강조했다.

 한 예로 외국병원의 투자 사례인 미국 존스홉킨스병원도 국립싱가포르대학병원에 진입해 현재 병원의 한 층을 점유하고 있지만 환자 진료 기능은 거의 없는 등 실패로 평가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외국의료진 또한 외국인의사가 단지 2명(대만계 미국인, 미국계 백인)뿐이며 그나마 백인은 존스홉킨스대학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에도 외국인병원 투자 사례가 적은 형편이며 있어도 기술협력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싱가포르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 선호도가 저조하며 중국보다 의료시장 규모가 지극히 열등한 우리나라의 경우도 역시 외국자본이 매력을 가지고 유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특구 내 중국 환자를 주고객으로 고려하고 있으나 중국은 비록 평균적 의료서비스나 시설 수준은 낮으나 최상급 혹은 고급 의료기관은 매우 많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중국인은 외국 방문을 위한 절차가 매우 어려워 중국인 유치가 쉽지만은 안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 지리적, 언어장벽의 문제들로 접근성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이다.
 

  특히 신의철 교수는 ""송도 경제자유구역의 현황과 비슷한 상해국제의료단지(SIMZ)(*상해시내에서 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며 2007년을 목표로 국제비지니스센터와 국제의료단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곳) 역시 부자환자를 대상으로 최고급 민영병원을 설립을 계획하고 있으나 실제적인 계약에는 성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과정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국내 투자여건이 미비한 상태에서 단순히 내국인 진료 허용, 영리법인 허용 등의 제도적 지원만으로 과연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국 초일류 병원들이 엄청난 자본을 국내에 쏟아 부을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현재 재경부가 외국병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만을 고수할 뿐 특별한 협상과정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외국병원들이 특구 내 진입을 꺼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병원 유치를 위해 협상과정에서 무리한 특혜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재경부는 현재 PIM(펜실베이니아大 부속병원)과는 기본 사업구도, 추진일정 등에 관한 MOU를 체결했고 하버드大 병원과도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체결된 MOU와 협상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려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표면으로 부각되지 않은 소득·법인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토세 등의 감면혜택부터 자금·행정지원 및 각종 규제완화 등의 약속들이 오갔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번 경제특구는 의료시장개방과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듯이 의료시장 개방일 경우 형평성에 의해 이런 차별된 특혜는 있을 수 없지만 '특구'라는 특수성 때문에 의료계가 기대했던 것과는 반대로 한국의료가 오히려 외국병원에 대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언급했다.
 

  따라서 지금은 특구 내 외국병원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조건에서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기는 했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외국병원의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사실 위에서도 환자확보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듯이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다 할지라도 현 진료비에 5∼7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료비를 내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국내 환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것 또한 의문이다.
 

  물론 고급환자들이 만족할 만한 최고급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가정 하에서는 별반 문제가 없겠지만 외국병원 간판만 내놓을 뿐 국내 의료서비스와 별다른 차별화 없는 서비스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 또한 높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외국의 최고의 의료진과 최고의 의료기기로 구성된 외국병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어느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가 하는 것

  앞에서 언급했듯이 외국병원 유치로 최고의 의료기술과 서비스가 유입된다면 국내 의료발전을 자극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듯이 국민들이 기대하는 의료서비스 제공이 보장된다는 가정 하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특구가 수도이전 문제를 비롯해 미군철수 문제 등 정치적으로부터 이미 외면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조건으로 외국병원을 유치한다면 그 성공여부는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삼성서울병원 이종철 원장은 경제특구 내 외국병원 유치와 관련해 ""특구 내 병원에만 특혜를 주는 것은 옳지 않으며 특혜 제공에 의한 병원의 유치는 전체 국익차원에서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히고 ""외국병원 유치가 의료산업 발전의 주 동력원이 될 수는 없으며 어디까지나 특구 내 병원은 경제 특구 활성화라는 일차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우선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경제자유구역법이 통과된 이상 이번 특구 내 외국병원 유치를 계기로 최고의 의료서비스가 도입, 국내 의료의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경부는 외국병원 유치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문제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 또한 단순히 유치에 급급해 역차별적인 특혜를 통해 껍데기만 들어오지 않도록 앞으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정재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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