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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배려보다 '의사의 전문성' 최우선 강조
인간적 배려보다 '의사의 전문성' 최우선 강조
  • 의사신문
  • 승인 2008.09.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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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의사가 환자 진료도 잘한다 Q&A(15)

처방은 따르지 않고 좋은 결과만 기대할 때?

Q〉 현재 비만 치료 중인 고도비만 환자가 의사 몰래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의사 앞에서는 먹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게다가 살이 안 빠진다고 병원비 환불까지 요구하며 의사에게 화를 내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합니다. 이렇게 의사의 지시에 잘 따르지 않으면서 좋은 치료 결과만 기대하는 환자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종종 의사의 처방대로 따르지 않으면서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클레임을 거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의사의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면서 의료 전문가적 시각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일반 클레임 환자들에게는 환자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 주고 달래준 다음 논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이 순서지만,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서 치료 결과에 불만을 표하는 환자들에게는 환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보다 치료에 대한 전문성과 논리가 우선 설명되어야 의사의 메시지에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혹 이러한 환자들에게 환자의 마음을 달래주며 인간적으로 먼저 배려해주다 보면 오히려 환자는 본인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의사의 치료방식에만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더 큰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례처럼 비만 환자가 다이어트를 하라는 의사의 처방을 전혀 따르지 않고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치료 결과에만 클레임을 건다면, 의사는 환자에게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방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는 식단을 조절하는데 실제 도움이 되면서 특별히 의사의 처방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과제를 내주길 바랍니다.

일례로 환자에게 매 끼니마다 칼로리 노트를 꼼꼼히 쓰면서 칼로리 체크를 하도록 하고, 하루 세 번 몸무게를 정확히 측정해서 적어오도록 과제를 내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하루 몇 칼로리를 줄이면 한 달에 몇 킬로그램이 빠지는지 의학적으로 설명해준다면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최소한 환자는 더 이상은 자신이 몰래 음식을 먹으면서 몸무게가 빠지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강조하지만 억지를 부리는 환자나 치료법에 따르지 않으면서 치료에 불만을 갖는 환자에게는 일반 환자들보다 좀 더 강경하게 대응하며 적극적으로 치료를 이끌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환자의 기에 눌려 상황을 논리적으로 조리있게 설명하지 못하거나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환자의 말만 믿고 치료법을 바꾸는 등의 소극적인 자세는 환자에게 더욱 원망만 사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본격적인 진료시작' 솔직하게 알려줘야

진료와 상관없는 사적인 이야기가 많을 때?


Q〉 진료 중 환자가 사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수다를 떨거나 치료와 관계없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물론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의사에게 위로 받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황금같은 진료 시간에 정말 속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때 환자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연스레 이야기 화제를 바꿔 진료와 관련된 이야기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A〉 자신에 대해 유난히 이야기를 많이 하고 위로받길 원하는 환자들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의사의 관심을 끌기 위해 통증이나 결과를 더욱 부풀려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의사에게 좀 더 특별한 대우를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러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다 보면 정말 끝이 없기에 적절한 순간에 매듭을 짓고 화제를 돌려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의사가 환자를 위한다는 마음을 전하면서 환자의 치료를 위해 치료와 관련된 화제로 바꿔야 함을 솔직하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즉 환자가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 핵심 포인트를 잡아 간략하게 정리해준 후 그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아, 아드님을 참 잘 키우셨네요. 좋은 직장에 들어갔으니 이제 어머님께 효도하는 길만 남았네요. 부럽습니다. (잠깐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효과적임) 자, 그럼 시간이 별로 없는 관계로 다시 진료에 초점을 맞춰서요. 약을 드신 후 구토 증상은 없으셨나요?”식으로 앞서 환자가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 의사의 최종 소감이나 느낌을 이야기하면서(한 번 크게 맞장구 쳐주는 것도 좋음) 현재 상황을 솔직히 밝히며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양해를 구할 때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환자의 눈을 바라보며 진실된 마음을 전해야 합니다.

특히 자기애가 강한 환자에게는 말 한마디를 할 때도 환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의사가 순간적으로 뱉은 말 한 마디에 상처받고 비참해하며 자칫 치료 자체를 포기하려고 하는 환자들이 바로 자기애가 강한 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환자의 치료를 위해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법칙을 명확히 정한 후에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독자 여러분들께서 진료 커뮤니케이션 상의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의사신문(이메일 docnews@hitel.com, 팩스 02-2676-2108, 우편)으로 질문내용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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