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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교향곡 45번 F# 단조 '고별'
하이든 교향곡 45번 F# 단조 '고별'
  • 의사신문
  • 승인 2008.09.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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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 한 명씩 퇴장 '고별' 적막함 극대


하이든이 섬기고 있던 에스테르하지의 니콜라스 공은 1766년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한 화려한 성을 노이지트라 호수가 바라보이는 곳에 세웠다. 1772년경 니콜라스 공작은 그 해의 여름이 너무도 아름다워 귀향할 생각을 하지 않고, 마냥 머무르면서 풍류를 즐기고 있었다. 이 성에 속한 관현악단의 단원들은 가족들을 데리고 올 수가 없었는데 더군다나 금족령까지 내려져 있었다. 단원들 중에서 가족과 동거가 허락된 것은 악장 하이든을 위시해서 네 사람의 음악가에만 한정했었다. 인망이 높던 악장 하이든은 단원들로부터 이러한 사정을 해결해주기를 부탁받게 되었고 이에 하이든은 기발한 착상을 하게 되었다.

곡의 마지막에 연주하고 있는 단원들이 한 사람씩 연주를 끝내고 악기를 거두어 보면 위의 촛불을 꺼버리고 퇴장해 버린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만이 남아서 적막한 연주를 계속하게 된다. 이러한 취지가 깃들여있는 교향곡을 작곡해서 단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니콜라스 공에게는 단원들의 외롭고 딱한 처지를 알리고 가족과 재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청하였다. `고별' 교향곡은 이렇게 작곡되었다. 곡 조성도 그 당시로써는 아주 쓸쓸한 느낌이 드는 F#장조로 선택하였다. 이 곡이 실제로 연주되었을 때 니콜라스 공은 이 이야기를 듣고 이튿날 단원 전원에게 푸짐한 휴가를 선물하였다고 한다.

이 곡에 `고별'이라는 이름은 18세기의 마지막 경에 명명되었지만 이 곡도 다른 교향곡과 같이 4악장으로 구성되었다. 작곡된 것은 1772년 연주편성도 간단해서 두 대의 오보에, 두 대의 호른, 그리고 현악합주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이 하이든의 초기 교향곡들은 새로운 고전양식과 바로크적인 옛 양식이 자주 혼합되어 나타난다. 관현악 편성에서는 여전히 하프시코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1760년대 말에 이르면서 하이든은 보다 내면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하여 단조의 조성으로 된 교향곡을 작곡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단조 교향곡은 구 양식을 탈피해서 새로운 질풍노도 양식으로 도입하려는 하이든의 의지가 보여지는 작품들이다. 유난히 하이든 교향곡에는 다양한 이름들이 붙어있다. `고별', `놀람', `기적', `옥스포드', `군대', `시계', `큰 북', `런던' 등… 이런 경향은 교향곡을 듣는데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제1악장 : Allegro assai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1악장과 같이 전개부에 새로운 선율이 나타나는 경쾌한 현악 기법을 보여주고 후반에는 선율의 반복과 발전에 의해 특별한 코다를 가지고 그대로 종결된다.

제2악장 : Adagio 바이올린이 조용히 주제를 노래 부르고 다른 현악기가 반주하면서 제1악장과 대조되어 평온하게 곡이 진행된다.

제3악장 : Menuet e trio Allegretto 당시로는 아주 이례적인 특징을 갖춘 악장으로서 전체의 분위기도 복잡한 트리오 형식으로 하이든의 가장 아름다운 미뉴에트의 하나이다.

제4악장 : Finale; Presto e adagio 이 악장은 두 개의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첫 부분은 교향곡의 통상적인 마지막 악장답게 빠른 템포로써 연주되고 느림표의 휴지기를 거쳐서 느린 제2부로 접어들게 된다. 이 부분이 하이든이 생각한 `고별'을 연출하는 부분이다. 초연 때는 하이든의 배려로 연주자가 악보대의 촛불을 끄고 퇴장했다고 한다. 먼저 제2 오보에와 제1 호른이 사라지고, 제2부분에서 콘트라베이스가 퇴장하고 마지막 코다에서 현악의 파트가 점차적으로 사라지는데 첼로가 코다 10소절에서 사라지고 난 후 8소절 뒤에는 제2 바이올린이 사라지고, 그 후 8소절에는 비올라가 사라지고 최후 14소절은 두 사람의 제1바이올린만이 연주를 계속하면서 곡이 사라지듯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칼 뮌힝거(지휘), 슈투트가르트 실내악단(1951, London); 안탈 도라티(지휘), 필하모니아 헝거리카(1972, Decca); 찰스 멕커라스(지휘), 성누가 관현악단(1976, Telarc); 톰 구프만(지휘),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EMI, 1984).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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