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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d 단조 Op. 125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d 단조 Op. 125
  • 의사신문
  • 승인 2008.08.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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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과 성악의 첫 만남 '환희의 송가'

“아, 벗들이여, 이러한 가락이 아닌, 더 쾌활하고 기쁨에 가득 찬 노래를 함께 부르자”… “포옹하라! 만민들이여!! 온 세상에 그대의 입맞춤을 전하라!”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 베토벤이 곡을 붙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1793년 이전이었으나 완성된 때는 30년 뒤 1823년 겨울이었다. 교향곡에 성악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은 베토벤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교향곡에 성악, 합창을 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베토벤의 친구인 안톤 쉰들러는 후일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4악장을 작곡하기 시작하면서 베토벤은 전에 없이 무척 힘들어했다.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적절하게 도입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베토벤은 방에 들어와서 “해냈어, 드디어 해냈다고!”라고 소리치면서 `불멸의 실러 환희의 송가를 부르세'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보여줬다”

1808년 베토벤은 `합창 환상곡'을 작곡해 이미 제 9교향곡으로의 길을 제시하였다. 그 주요 주제가 `환희의 송가'의 악상과 극히 밀접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기초가 되는 구상은 놀랄 만큼 제 9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예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의 도입부는 `교향곡'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만치 장엄하다. 제 9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도입하는 저음현의 극적인 유니즌 패시지가 그러하듯이 교향곡 9번은 180여년에 걸쳐 내려오는 동안 대중들의 의식 속에 인류가 화합을 이루도록 하는 메시지를 심어놓았다. 프랑스 대혁명이나 기타 여러 혁명의 상징 또는 통일 유럽의 상징, 자유 종교의 상징, 또는 이교도적이든 그리스도적이든, 신비적이든 이성적이든 단순하게 인간의 사랑과 박애에 대한 호소 등 사람들이 이 작품에서 자유롭게 찾고 싶어 했던 수많은 상징들 너머로 작품이 지닌 보편적인 메시지와 인류의 항구적인 미래에 관한 메시지를 발산하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규모가 상당히 크지만, 본질적인 구성은 아주 뚜렷하다. 비록 그 효과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더라도 `전원 교향곡'에서와 같이 화성의 변화 속도는 아주 느린 경우가 많아서 음악의 웅장함을 폭 넓히고 있다.

제2악장 Molto vivace 스케르초가 당돌하게 시작한다. 다섯번째 마디에 등장하는 팀파니는 제8교향곡에서처럼 독창적인 발상으로써 불과 몇 초안에 오케스트라 전체가 있는 힘을 다해 연주한다. 그러다가 돌연 눈부신 새로운 주제가 꽃피고, 잠시 느긋한 휴식이 찾아온다.

제3악장 Adagio molto a cantabile 이 아다지오는 정교하고 치밀하여 베토벤의 가장 낭만적인 음악으로 손꼽힐 뿐만 아니라 그 깊은 표현의 기법은 말러의 음악을 예언하고 있다. 여린 한숨처럼 악장은 시작되고, 제1주제로 나아간 후 새로운 조성의 제2주제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뒤이어 멀리서 들리는 짧은 팡파르가 이 숭고한 악장이 지닌 엄청난 고요를 깨뜨리려고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제4악장 Finale Presto Allegro ma non troppo-Allegro Assai 이 악장은 이례적일 만큼 난폭한 패시지에 의해 시작되어 조성이 위기를 맞게 된다. 오페라의 주인공이 갑자기 무대에 등장하듯 저현이 최초의 극적인 악구를 웅변조로 외쳐댄다. 두 번째로 오케스트라의 울부짖음이 일어나고, 거기에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다시 응답 후 베이스로 이어진다.

베토벤은 실러의 `환희의 송가'에 적합한 언어의 도입부로서 극히 단순한 명령 형식을 선택했다. “아, 벗들이여! 이러한 가락이 아닌, 더 쾌활하고 기쁨에 가득 찬 노래를 함께 부르자.” 모든 사람들은 형제여야 한다는 이상을 선언하면서 이 교향곡은 거대한 구상을 바탕으로 영웅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들을만한 음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빈 필(EMI, 1951 바이로이트실황); 칼 뵘(지휘) 빈 필(DG, 1970);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지휘), NBC 심포니(RCA, 1952);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DG, 2001);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7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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