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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박명희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시론>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박명희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 승인 2004.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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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희 공보이사


  내가 젊었을 적에 본 ‘러브스토리’란 영화가 있다. 그 영화의 첫 대사가 “사랑이란 결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시작한다.

  공감이 가는 말이지만 이건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나 통할 법한 얘기일 뿐이다.

  서로 사랑하는 믿음이 깊다면 웬만한 허물이나 실수쯤이야 덮어주지 못할 리 있겠는가?

  하물며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 일에 대해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결과만 가지고 비난하고 매도하고 돌아서 버린다면 우리는 무슨 의욕을 가지고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세상살이가 모두 그렇게 믿음과 사랑으로 다 이해하고 덮어주고 그냥 지나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우리네 삶이 살기가 각박해지고 모든 것이 결과가 말해주는 세상이다 보니 사람들을 오로지 결과에 따라서 환호하기도 하고 냉정히 외면하기도 한다.

  말로는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면서도 실제로 그런 모습을 구경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내년도 의료수가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우리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는 나름대로 안간힘을 쏟았을 것이다.

  회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업고, 이에 반해 수가를 현상 유지하려는 정부와의 사이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앉아 있는 동안, 그리고 협상테이블을 떠난 후에 그 다음 대책을 강구하면서 얼마나 답답한 시간들을 보냈을 것인가?

  그러나 그러한 고생의 결과는 결코 회원들에게 선뜻 내밀기에는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일년 전에는 같은 사안을 놓고 2.65 %의 인상율이 결정됐을 때 우리가 거지냐? 이까짓 꺼 안받고 말자고 회원들보다 먼저 소리치고 급기야 2월 22일 여의도 저수부지의 진홁탕으로 회원을 모아 정부를 성토하던 그 때의 모습과 금년에 보이고 있는 의협의 태도가 너무나 달라 그러한 변화를 조용히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나 헷갈린다.

  금년에는 그나마 2.99 % +a 가 인상됐으니 잘한 셈 아니냐고 반문을 한다면 회원의 한사람으로써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사실상 이번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년도 의료수가도 별반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결과 역시 예상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으니 서운해 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래도 지나고 보니 무언가 속에서 부아가 치미는 것은 왜일까?
  나는 그 이유가 바로 의사단체의 태도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의협은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내년도 의료수가를 두 자리 수 이상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공공연히 회원들 앞에서 공언하여 왔고 의협을 믿고 힘을 실어줄 것을 누누이 회원들에게 당부해 왔다.

  그러나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내비친 정부의 태도에서 회원들은 어느 정도 내년도 수가 인상율에 대해 짐작을 할 수 있었고, 의협 측도 어느 정도의 선에서 결정되리란 것을 미리 예견한 걸로 아는데, 그렇다면 그 결과가 최종 발표됐을 때 회원들에게 의사단체의 장으로써 회원들에게 솔직한 심정에서 우러나는 사과의 표현을 한 번이라도 했어야 한다.

  자신의 잘못에는 후하고 남의 실수에는 엄격한 게 사람의 심리라지만, 회원들은 이러한 전후 사정을 다 눈치채고 있는데 그저 최선을 다했으니 잘못한 게 없다는 투로 일언반구도 없이 지나간다면 이는 회원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진실된 사과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의사단체가 회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믿음을 주는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회원들에게 가슴으로부터 우러나는 사과를 할 줄을 알아야 한다.

  말 많은 소수의 회원보다도 훨씬 많은 회원들이 말없이 의사단체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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