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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을 힘들게 만드는 '여름'
엔진을 힘들게 만드는 '여름'
  • 의사신문
  • 승인 2008.08.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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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공기, 노킹 발생 등 엔진 효율 악화

여름은 세워놓은 차에게도 힘들지만 달리는 차에게도 많은 부하가 걸리게 한다. 그 중에서도 엔진의 운용은 예상보다 어렵다. 요즘 차들이 여름을 무사히 넘길수 있는 것은 엔진을 잘 만들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차들은 별별 고장을 다 일으켰다. 인젝터가 없었고 기계식 카뷰레터(carburetor)가 있었으며 요즘의 강력한 연료펌프 대신 작은 벨럼(velum) 펌프가 있었다. 벨럼 펌프라는 것이 작은 양철판을 딸캉거리며 위아래로 조금 이동시켜 연료를 짜내는 것이어서 주행 중 서는 일도 잦았다. 파이프 안에서 연료가 기화되면 젖은 헝겊으로 싸서 식히기도 했다. 들어가는 연료의 양과 공기의 양을 모르면서 엔진을 정밀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략 맞춰 타고 다니는 것이 1980년대 말까지의 자동차였다.

보시(Bosch)의 제트로닉 같은 방식이 도입되면서 차들을 컴퓨터로 제어했다고 볼 수 있다. 초기의 공기량 계측기는 MAF라고 불렸다. 스프링이 달린 공기판에 들어오는 공기량이 많으면 가변 저항으로 각도를 재어서 계측했다. 지금 보면 한심한 수준이지만 공기의 양에 따라 캘리브레이션을 걸고 스프링의 각도에 따라 레이저 트리밍을 적용한 보시의 MAF 센서는 1980년대 소매가가 100만원이 넘었다. 당시의 포르세나 다른 고성능 차들도 모두 이 방식의 센서를 달 정도였다.

가변 저항은 하루에도 수천, 수만번을 움직이므로 몇 년만 지나면 저항접촉부가 닳아서 오디오의 지직거리는 음량다이얼처럼 차가 울컥댔다. 그러면 접촉부를 살짝 옮겨 트랙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다. 문제가 생길 때 마다 트랙의 접촉점을 옮겼다. 나중에 옮길 트랙이 없어지면 이 비싼 소모품을 버려야 했다. 요즘도 오래된 모트로닉, 제트로닉 방식의 차들은 아이들링이 이상하면 MAF를 손본다. 포르세 944, 911 구형의 MAF는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것은 고가에 거래된다. 마니아층이 형성된 다른 오랜된 차들도 마찬가지다. 허름해 보이는 이 기계식 센서를 메이커는 더이상 만들지 않기 때문에 얼마 지나면 MAF가 망가진 차들은 버려지게 된다. 공기양을 재지 못하면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MAF가 재는 것은 공기양과 온도다. 독자들이 희미하게 기억할 물리학 공식중에 PV=nRT라는 식이 있다. 이상 기체의 특성식이다. 식에 따르면 온도 T가 올라가면 같은 압력에서 V(용적)도 증가한다. 간단히 말해 온도가 올라가면 공기의 밀도가 내려간다. 그러면 연료를 적게 분사해야 한다. 연료와 공기의 비율은 12∼14:1 정도로 정해져 있고 배기파이프에 붙은 산소센서로 혼합된 가스의 연소상태를 모니터 한다. 그것으로 인젝터의 연료량을 조절한다. 차에 붙어있는 제어기 블랙박스인 ECU는 이 내용을 시동이 걸린 순간부터 모니터한다. 이것이 ECU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더운 여름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흡기의 밀도가 감소한다.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어도 PV=nRT라는 공식을 극복할 수 없다. 자연 법칙이다. 엔진이 낼 수 있는 힘도 감소한다. 들어가는 공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최고출력은 물론이고 평상시보다 엔진은 힘이 떨어진다. 엔진이 이상하지 않아도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의 공기는 밀도가 다르다. 더운 공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연소실의 조건이 좋지 않은 엔진은 노킹을 하거나 이상 연소를 일으키기도 쉽다. 냉각의 효율도 떨어진다. 상황은 조금 더 악화된다. 더욱이 에어컨이 켜지면 엔진에 몇 %의 부하가 걸린다. 라디에이터 앞에 있는 에어컨 방열기는 뜨거운 공기를 만들어 라디에이터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만다. 연비가 나빠지기도 한다.

자연흡기도 그렇지만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리는 터보의 경우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높은 흡기온도는 엔진의 트러블을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높은 출력을 내는 상황에서 뜨거워진 공기를 흡입하는 경우는 때로 심각하다. 그래서 인터쿨러라는 것이 도입됐다. 파이프에 방열핀이 붙어있고 공기가 통과하면서 식히는 것이다. 터보 엔진의 안정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차에 `Intercooler' 마크를 붙이는 것은 터보차저가 있다는 이야기와 등식이 되었다.

그러나 터보차저는 인터쿨러보다 먼저 나와서 온갖 트러블을 일으켰다. 그리고 요즘같이 더울 때에는 자연흡기 엔진으로 출력이 더 좋은 터보를 따라잡을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남아있다. 끈질기게 밀어붙여 엔진과 인터쿨러를 과열시키면 터보차저의 엔진들은 고생을 하게 된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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