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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당신이면 어찌하겠습니까?
이럴 때 당신이면 어찌하겠습니까?
  • 의사신문
  • 승인 2008.08.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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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자<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 남소자 원장
인생살이에는 해답없는 문제가 많다.

한 아이의 엄마라고 주장하는 두 여성의 주장에 아이를 서로 잡아당겨 힘센 여성이 가지라고 판결한 솔로몬의 지혜는 의학의 발달로 유전자검사(DNA)에 의해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풀지 못한 의문과 인간의 도덕적 원죄는 그 해결점이 없다.

바로 섹스문제다. 섹스를 사고파는 공창지대를 강력 단속했더니 원조교제, 묻지마 섹스바캉스, 심지어는 배우자를 맞바꿔 즐기는 스와핑까지 등장한 지 오래다. 여기서 인간의 본능과 법이나 사회제도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의학이 등장한다.

바로 낙태와 기형아, 성관련 질병 문제다.

장마가 끝나고 햇빛을 즐기는 바캉스 철이 오면 인공임신중절문제가 사회의 현안문제로 등장한다. 뜀박질로 달아나는 청춘의 성의식에 30년 전에 제정된 모자보건법은 따라가기에도 숨이 차 사회의식과 법 사이에 낀 산부인과는 풀지 못할 모순 속에 갇혀 있다.

현실은 인터넷 등으로 임신중절요건에 관계없이 싼값에 임신중절수술을 해주겠다는 광고까지 나온 지 오래다. 결국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에서 고발조치 통보를 하고 나서야 온라인에서 사라졌다.

이럴 때 당신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아이를 낳을 형편도, 원하지도 않았던 배속의 생명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청춘의 유혹에 잠깐 눈을 판 사이 스며든 성관련 질병은?

요즘 젊은이들 성풍속도는 나이 든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포로노 등 성인용 비디오는 공개방송 하듯 넘쳐흐르고 15세, 19세 이하의 청소년들의 경우 부모의 시청지도가 필요하다는 자막은 생활에 지친 부모들의 눈 밖이다. 섹스물결에 젖은 미숙한 아이들 사이에 10분 키스에 5000∼1만원의 알바가 유행하고 심지어는 환각상태의 `알몸졸업식 뒤풀이'까지 등장했다.

이런 문제들은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어서 공개적으로는 그 어느 누구도, 어느 단체든 문제제기를 못하고 있다. 관련 학회인 산부인과학회에서도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그 대책을 정부에 건의하고 의사 개개인의 자율정화노력을 하자고 결의한 정도다.

현실은 성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성관련 질병증세가 나타나면 그 중에서도 용감한(?) 아이들만이 부모 손에 이끌려 나오거나 혼자 병원에 온다. 그 뒤처리는 의사 몫이지만 낙태도 기준에 닿지 않으면 불법이고 성관련 질병만 치료해주는 정도다. 성에 노출되자마자 임신이나 입덧 등이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들도 난감하지만 임신이든 아니든 일단 처리하는 것이 관행으로 돼있지만 법률의 잣대로는 불법행위다. 탈선가능성이 많은 곳에 놀러 가는데 피임약을 준비하랄 수도, 성관련 질병예방약을 먹고 가랄 수도 없다. 더욱 위험한 것은 본인이 항생제 몇 개 먹고 안심하고 병을 키우는 것이다.

`아는 것이 독이 되는' 이런 행위는 염증을 속으로 밀어 넣어 난관이나 난소에 염증이 생겨 불임이 될 가능성이 많아 한때의 실수를 덮어두고 수년 후 결혼한 여성의 불행을 키우는 꼴이다.

이 때는 태아의 기형도 생각해봐야 한다. 선천적인 염색체(21번) 이상이면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을 확률이 있는데 산전 진단으로 어렴풋이 알아낼 수는 있으나 그 뒤가 문제다. AFP검사, HCG검사는 20% 정도의 적중률밖에 없고 모든 검사를 다하는 트리플마커검사도 60%밖에 안 돼 자칫 잘못하다가는 덤터기는 의사가 쓴다.

태아가 정상인지 기형아검사를 요구한 산모에게 초음파검사로 정상, 산모가 더 정확한 진단을 요구하자 트리플마커검사를 하지 않고 AFP검사만 하고 정상수치가 나오자 그 이상의 설명을 안 해준 의사가 피소된 사건이 `설명의무불이행'으로 고법에서 책임이 있다고 판결, 대법원에서 간신히 무죄취지판결을 받은 것이 10년 밖(1998년)에 안 된다. 이런 모순덩어리 제도 속에서 잘못하면 맞을 수 있는 불똥을 의사만 맞아야 하는가에 대한 책임론도 등장한다.

성문란은 극에 이르고 아이 안 낳는 신혼커플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낙태와 성 관련 질병, 기형아문제 등에 노출된 자녀들에 대해 “당신이면 어쩌시겠습니까?”  

남소자<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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