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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7번 A장조 Op92
베토벤 교향곡 7번 A장조 Op92
  • 의사신문
  • 승인 2008.08.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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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담대함이 넘쳐나는 '리듬의 향연'


프란츠 리스트는 이 작품을 가리켜 `리듬의 화신(化身)'이라 했고 바그너는 `무도(舞蹈)의 화신'이라고 했다. 반면 클라라 슈만의 부친 프리드리히 비크는 이 곡을 가리켜 `술집에서 주정을 부리다가 쓴 작품'이라 했고, 베버는 “이제야말로 베토벤은 정신병원에 가야 할 때가 왔다”라고 혹평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찬사와 비난 속에서도 운명을 박차고 나가는 인간 베토벤의 강렬하고 의지에 넘치는 힘의 분출을 표현한 디오니소스적인 일면만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작품은 베토벤의 어느 작품보다도 생기와 율동이 어우러져 넘치며 어느 악장에서나 나약한 성격적 나르시시즘을 거부하고 있다.

베토벤은 교향곡 5번과 6번을 쓰고 난 뒤에 당분간 교향곡 분야에 손을 대지 않고 현악사중주, 에그몬트 서곡, 합창환상곡, 피아노소나타, 피아노 트리오 등을 작곡하였으며 비로소 1812년에서야 7번 교향곡을 완성하게 된다. 같은 해에 교향곡 8번 F장조도 함께 작곡을 해 제 7번과 함께 발표하게 된다. 교향곡 제 7번과 제 8번이 동시에 태어났어도 성격적으로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베토벤의 심정적 추이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평론가 파울 베커는 교향곡 제 7번과 제 8번을 가리켜 `제 7번은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는 등반을 나타내고 제 8번은 그 봉우리에서 하강하면서 생겨나는 행복한 기분이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은 제 7번이 갖고 있는 선율적 특성과 성격을 그대로 표현한 명언이라고 할 수 있다. 베토벤이 쓴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도 솔직하고 담대한 힘이 넘쳐나며, 그것은 베토벤 전기를 쓴 로망 롤랑이 표현한 차고 넘치는 `낭비의 즐거움'을 의미한다.

사실 베토벤에 있어서 이 곡만큼 리듬이 중요시 된 작품도 없다. 단순한 리듬의 향연이 아니라 그 리듬을 교묘하고 활발하게 전개시켜 용솟음치는 격렬함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특색은 4악장에 이르러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소나타형식을 빌어 전개시킨 악장의 광란은 문자 그대로 `리듬의 향연'이다. 온통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한바탕 신명나게 흐트러지는 무질서의 `바커스 축제'의 쾌락으로 그것은 열기에 가득 찬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있다. 베토벤 스스로도 4악장을 가리켜 말하기를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이며, 그렇게 빚어진 술로 세상의 풍파에 시달린 사람들을 취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은 비단 베토벤의 교향곡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서양 음악사상을 통 털어 놓고 볼 때에도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에 감싸여져 있다. 여기에 베토벤의 위대함이 베어져 나온다. 음악이 한낱 유희일 수만은 없다는 그 자신의 지론과 이상이 유감없이 표출됨으로써 교향곡 제 7번은 음악사적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제1악장 Poco sostenuto-vivace 관현악이 함께 목가풍의 서주를 연주하면서 꾀꼬리 소리를 연상케 하는 경쾌한 리듬으로 제시부가 이어지면서 주제를 나타내는 특유의 리듬은 1악장 전체에 걸쳐 반복되는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이다.

제2악장 Allegretto 이 교향곡에서 가장 느린 악장이며 가단조의 멜랑콜리한 주제가 제시되고 대위법적인 전개로 시작되면서 한 발씩 내딛는 운명적 영웅의 영혼을 그린 악장이며 헤어나기 어려운 매력을 지닌 악장이다.

제3악장 Presto 갑자기 힘차게 떨쳐 버리듯 거칠게 강음이 되풀이되더니 약음으로 급변한 주제가 시작된다. 크레셴도와 ff가 반복되고 다시 스케르초로 넘나든다.

제4악장 Allegro Con Brio 베토벤의 표현처럼 바커스 축제와 같은 분위기의 악장으로 먼저 강하게 주제 리듬을 제시해 본 후 휴지기를 갖고 다시 미친 듯 제 1주제를 반복한다. 종결부에서는 모든 관악기들이 거침없이 광란의 도가니로 몰고 가면서 주제 리듬을 강하게 반복하면서 장대하게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빈필(EMI, 1950); 카를로스 클라이버(지휘), 빈필(DG, 1974); 귀도 칸텔리(지휘), 필하모니아(EMI, 1954); 아르트르 토스카니니(지휘) NBC심포니(RCA, 1951);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빈필(DG, 1987)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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