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차저의 조용한 진화
터보차저의 조용한 진화
  • 의사신문
  • 승인 2008.08.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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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와 하이엔드…단순과 복잡의 절충점

필자의 취미는 엔지니어링이다. 토이(Toy)가 될 수 있는 정교하지만 너무 어렵지 않은 기술이 모두 대상이다. 그 중의 하나가 자동차와 오디오다. 그 이전에는 컴퓨터였다. 세상이 모두 토이로 가득하다는 생각은 어떤 사람들과는 충돌을 일으킨다. 그 중 하나가 하이엔드다.

하이엔드는 가격대 성능비가 별로 좋지 않다. 성능은 아주 좋지만 가격은 그 성능의 비율을 무시해 버릴 정도로 높다. 그러나 무척 좋아 보인다는 생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디자인이나 비싸 보이는 요소들을 갖고 있다. 실제로 열어보거나 분해해보면 디자인적 요소인 경우가 많다. 저가이면서도 명품,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가격이 비싸지 않은 기계들이 정말 훌륭한 제품이라는 생각은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사람들과는 상극이다.

덕분에 필자는 비싼 기계는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정말 흔하면서 잘 만든 기계를 좋아하는데 이들은 사실 절충의 승리다. 최고의 기술을 도입하거나 최상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선에서 이들을 잘 절충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무시한 기계 중에 살아남은 놈은 많지 않다.

컴퓨터에는 AVR이나 ARM처럼 고성능이면서 가격은 몇 백원에서 몇 천원짜리 칩들이 있다. 기계마다 숨어있는 작은 곤충 같은 칩들은 전기도 먹지 않으며 가격도 싸고 망가지지도 않는다. 차에는 이런 칩들이 이미 100개가 넘게 들어가 있다. 예전의 차는 컴퓨터 없이도 잘 달렸다. 그러나 요즘에는 계기판의 미터나 테일 램프에도 하나씩 들어가 있다. 이들을 적용해서 원가를 절감하기도 하지만 100개의 프로세서가 아무 탈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설계자도 잘 모를 것 같은 업그레이드와 현장에서 머리를 싸매는 미캐닉들이 고생하는 것은 절충이 일어나지 않은 전자기계들의 불협화음 때문이다. 덕분에 차들은 경고가 들어오거나 이상한 전자기계의 충돌로 엔진이나 변속기가 멀쩡한 차가 그냥 서버리기도 한다. 설계자들은 자신들의 복잡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기계들이 아직도 많다. 그러니까 답은 `하나도 없다'와 `너무 많다', 그리고 `너무 단순하다'와 `너무 복잡하다'의 중간 어디인가에 존재한다.

설계 시에 절충을 만드는 것은 설계자의 상식에 의존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간에 의존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나치게 복잡하고 스스로 신비로운 트러블을 일으키는 기계들은 스스로 소멸한다. 모난 부분이 깎여버린다. 첨단의 메카니즘도 시간이 지나면 차분한 기계나 일상적인 기계로 바뀐다. 절충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터보차저 엔진도 그랬다. 터빈이 도입되면서 갑자기 고성능의 차들이 나타났다. 회사나 개인들은 모두 터보차저를 붙인 강력한 마초(Macho) 성향의 차를 원했다. 이들은 과격한 편이었다. 요즘의 터보차들은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너무 얌전하다. 너무 잘 만들어서 그런 것이다. 실제로는 더 강력하다. 아무튼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의 경향은 현실적인 차들보다는 강한 차를 원했던 것이다. 터보를 이용해서 사람들은 항상 원했던 힘을 찾았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의 수준은 조금 낮았다. 힘을 원하다보니 연소조건이 좋지 않았다.

연비나 배기가스 기준은 높지 않았다. 그래서 이 당시 만들어진 차들의 엔진이나 차의 감성은 유독 강렬한 것이 많다. 모두다 그런 차들을 원했으나 그 바람이 현실적이지 않았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요즘은 인터쿨러나 터보같은 라벨을 아예 붙이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올라가는 부스트 압력이나 공기 온도의 게이지도 붙어있지 않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차가 전륜인지 후륜이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터보가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타는 사용자들도 많다. 기술이 너무 잘 적용되면 쉬워 보인다.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 말하는 조용한 혁명은 하이브리드나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일반적인 기술을 잘 조합해서 연비와 경제성을 힘과 결합하는 것이다. 기존의 에너지의 1/4 정도만 절약하는 차들이 나와도 경쟁력을 갖게 되고 그렇게 변하고 있다. 조용한 변화를 위해 호들갑을 떨지 않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변속기도 자동에서 DSG 비슷한 것들로 조용히 변해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다는 것도 잘 모를 것이다. 외부에서 보는 건 똑같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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