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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의사라는 직업의 정신적 유전자
<시론>의사라는 직업의 정신적 유전자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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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라는 직업의 정신유전자

 

박명희(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재활의학과개원의協 회장)

 

우연한 기회에 리처드 도킨스의 '밈'(meme:모방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mimeme에서 따온 말)이란 단어를 주워 들었다. 

이 단어는 도킨스에 의해 이미 1970년대에 만들어진 용어라고 한다. 

생명은 지구상에서 30억 년 동안 수많은 생명체가 DNA라는 유전자(gene)에 의해 자기 복제를 반복하지만, 그 유전자가 생존에 적절치 못한 조건이 되면 환경에 적응하여 소위 '진화'라는 변화를 반복하면서 생명체로 존재하거나 아니면 멸종되어 왔다. 

그러나 유전자에 의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은 매우 느리기 때문에 계속 변화하는 환경에 제 때에 적절히 적응하기 위해서 '뇌'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뇌라는 존재에 의해 유전자보다 더욱 빠르고 강하게 생존하고 번식해 나갈 수 있는 '밈(meme)에 의한 독자적인 유형의 진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탓 생존 위협 '발들의 불'

인간의 정신도 유전자의 자기 복제처럼 모방을 통해 뇌에서 뇌로 번식하고 생존을 유지한다는 게 소위 '밈'에 대한 이론이다. 

즉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밈'에 의해서 환경에 적응한 개체만 선택되어 존속되고,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 세상을 살면서 각자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능력에 맞추어 직업을 택하게 되고 그것을 도구로 살면서 도태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 직업이 후세에도 계속해서 생존에 적절한 직업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진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의 직업은 사회 변화에 따른 쓰임새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그 나라의 제도와 정책의 영향을 받아 각광을 받는 직업이 되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의사란 직업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직업인으로써, 의학의 수준이 급속도로 발전한 20세기 이후부터는 의사라는 직업의 가치가 점차 커짐에 따라 어떠한 직업보다 존경을 받고 선망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의료를 모든 국민에게 의식주와 버금가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로 인식한 정부는 의료제도를 중요한 정책 과제로 삼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과정에서 수혜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려는 쪽으로만 치우치다 보니 공급자인 의사의 입지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 지경에 달했다는 데에 있다. 

의사라는 직업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면, 의사의 정신적인 유전자인 밈(meme)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떤 방법이든 진화를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 방법은 자신이 살아남기에 안전하고 덜 힘들고 보다 경제적으로 득이 되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싸우든 바른길 유도하든 진화 당면과제

지금 의사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이 사회에 존재해온 가장 중요한 가치관을 외면하고 새로운 의료영역으로 터전을 옮기는 진화를 하고 있으며, 많은 의사들의 뇌는 이를 복제해서 살아 남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잘 유지해오며 국민에게 기여해 오던 의사의 밈을 정부가 잘못된 정책의 영향을 주어 변형된 밈의 복제를 촉진시켜 놓고, 이기주의 운운하며 그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긴다고 해결될 일인가? 

정부는 이제라도 의사들의 밈(meme)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맡은 바 사명을 다할 수 있는 전문인을 복제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하여야할 것이다. 

그 방법을 정부가 모를 리가 없다고 믿는다.
정부가 알면서도 고집을 부린다면 우리의 밈이 발전적으로 유전될 수 있도록 우리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하지만 혹시 그들이 모르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 우리가 가야할 바른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그들을 가르쳐야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 의사들의 밈(meme)이 돌이킬 수 없이 진화되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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