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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 C단조. 작품 67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 C단조. 작품 67
  • 의사신문
  • 승인 2008.08.0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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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정복한 베토벤의 '위대한 창조'

지금부터 정확히 200년 전인 1808년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로 시작되는 운명 교향곡이 지상에 울려 퍼진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곡에 감동을 하였던가. 사실 베토벤처럼 평탄치 못한 일생을 보낸 음악가도 드물다. 그러나 그의 불행한 운명은 그가 가난했다거나 귀머거리가 되었다거나 일생을 독신으로 보냈다거나 하는 것만으로 대별할 수 없다. 그의 일생이 오직 운명에 맞서 그와 투쟁하며 극복하는 지난한 세월 속에서 정신적 철저한 고독과 좌절로 인해 더욱 불행했을 지도 모른다.

베토벤은 4살 때부터 피아노와 작곡 이론을 가혹한 아버지 밑에서 공부한다. 그 후 빈 궁정 오르간 주자인 네페에게 지도를 받아 일곱 살 때 군중 앞에서 처음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었다. 열 살 때부터는 벌써 작곡을 시작해 천재적인 재능과 역량을 일찌감치 보여주었다. 그러나 17살에 선량한 어머니를, 22살엔 아버지마저 여의게 된 그는 온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26살이 되던 해인 1796년, 작곡을 인정받아 음악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게 됐을 무렵 그에게는 청각장애라는 치명적인 운명이 닥쳐온다. 베토벤은 자살을 결심하고 빈 교외 하인리겐쉬타트에서 그 유명한 `하인리켄쉬타트 유서'를 쓰게 되지만 다시금 마음을 다진다. `나에게 신이 내린 모든 사명을 다 할 때까지 죽어서는 안 된다'고 결심한 그는 그 가혹한 운명과 싸우면서 작곡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이 시기가 그의 작곡 중기로 위대한 곡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교향곡 `운명'도 6번 `전원'과 함께 이 중기에 작곡된다.

이 곡에 대해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괴테는 멘델스존의 연주를 들은 후, “그저 경탄할 수밖에 없는 위대한 음악이다”라고 평하였다 한다. 또 베토벤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베를리오즈의 스승인 르쥐외르는 운명을 들은 후 “연주회가 끝난 후 모자를 쓰려할 때 난 내 머리가 어디에 붙었는지 찾지를 못하였네. 다시는 이런 음악은 작곡되어서는 안 될거야”라고 하자 베를리오즈는 “걱정 마세요. 어느 누구도 이런 작품을 쓰지는 못할 테니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운명교향곡이 작곡된 지 올해로 200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이 곡에 버금가는 교향곡은 발표되지 못했다. 다만 운명교향곡을 통해 베토벤이 표출하려던 영감에 접근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주만이 되풀이할 뿐이다.

특히 제 1악장 처음의 `다다다 다---'의 짧은 음 세 개와 긴 음 하나로 이루어진 웅장한 동기는 일찍이 그 유례 없이 강력한 창조의 힘을 분출한다. 이 동기는 전곡에 걸쳐 나타나는데 전체적인 통일감을 느껴지게 만든다. 또한 이 작품은 작곡기법상의 모든 방법이 절묘하게 쓰이고 있어 작곡자의 탁월한 창작기법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운명'이라는 곡명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작품의 `운명'이라는 별칭은 동양에서만 통용되고 있다. 서양에서는 그저 `C단조 교향곡'이라고만 한다. 그의 제자인 안톤 신틀러가 쓴 베토벤 전기의 한 대목에서 “어느 날 베토벤이 제 1악장을 가리키면서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라고 하였다”를 인용해 일본에서 `운명'이라고 붙이기 시작했고, 그 후 동양에서만이 이 동양인의 정서에 맞는 별칭이 사용된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하튼 당시 자신의 귓병을 `운명의 앙갚음'이라고 생각하던 베토벤이 `나 스스로 운명의 목을 조르고야 말겠다'라며 작곡 노트의 여백에 썼다는 일화와 함께 베토벤이 이 곡을 통해 `운명'을 정복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멋진 비유라 할 수 있다.

■들을만한 음반 :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베를린 필(DG 1946); 아르투르 토스카니니 NBC교향악단(1954 BMG); 칼 뵘(지휘), 비엔나 필(DG 1970); 카를로스 클라이버(지휘), 비엔나 필(DG 1975); 세르주 첼리아비다케(지휘), 뮌헨 필(EMI 1992);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61)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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