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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젝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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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08.08.0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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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전투기, 자동차 발전의 밑거름

필자가 너무 열심히 봐서 테이프가 닳아 없어질 것 같은 비디오 중 `The Battle of britain'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공중 전투에 대한 영화 중에서 단연 걸작이다. 영화에서는 젊은이들의 피와 땀이 하늘에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고로 잘 만든 엔지니어링의 결집인 전투기를 타고 적을 격추시키거나 격추 당하기 위해 하늘로 날아간다.

전투기는 정말 열심히 만들기는 했지만 사소한 결함이나 작은 고장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제작 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상대방의 특징이 엄청난 장점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경우든 사력을 다해 잘 싸우는 전투기나 폭격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분명했다.

영국 공군의 전투기는 롤스로이스사의 `머린'이라는 엔진을 사용한 `스핏파이어'와 `허리케인'이었다. 독일 공군은 `스핏파이어'의 상승 성능에 놀라곤 했다. 따라가다 보면 솟구치는 영국의 전투기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냉엄하게 분석을 해보니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고 약간 상승성능이 좋았던 것뿐이지만 실전에서는 놀라운 차이를 체감한 것이다. 눈앞에서 솟구치는 적기를 따라잡기는 정말 힘들었다. 적기를 놓치면 뒤에는 다른 적기가 기관총을 퍼부을 준비가 돼 있었다.

독일의 전투 사령관인 갈란트는 전과를 채근하는 공군 원수 괴링을 향해 “우리에게도 스핏파이어를 다오”라고 응수했다. `머린' 엔진은 그만큼 탁월했다. 스핏파이어의 엔진은 나중에 P-51 무스탕이라는 평범한 전투기를 최강의 전투기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처럼 탁월해 보이는 엔진에도 문제가 있었다. 머린 엔진은 요즘처럼 인젝터를 사용하는 엔진이 아니라 벤틀리 방식의 카부레터 엔진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carb라는 애칭으로 고성능의 차 개조에도 쓰이는 장비이지만 당시의 카브들은 성능이 대단치 않았다. 예전에 집에서 모기약을 뿌리는 데 밑에는 스트로와 위에는 호루라기 비슷한 장비를 만들어서 사용한 적이 있다. 소리가 나는 대신 입으로 불면 대롱에서는 모기약을 분말로 만들어서 뿌리는 것이었다.

독일 전투기들에 대한 공포의 대상이었던 영국 전투기들도 문제는 있었다. 급강하를 하다보면 엔진이 꺼지곤 했던 것이다. 그것은 분무기 같은 카브의 문제였다. 독일 공군은 급강하 시 엔진이 꺼지지 않았다. 급강하로 따라가던 독일기들은 갑자기 멈칫하는 영국 비행기들을 목격했다. 이것은 엄청난 행동의 제약이었기에 이런 상황을 몰아가는 것도 하나의 전술이 되었다.

영국은 얼마 지나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차이는 인젝터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영국은 인젝터 방식의 엔진에 대한 도입이 소극적이었다. 비행기들은 1차 대전의 복엽기에서 새로운 형태의 전투기로 진화하는 중이었으며 당시에는 오히려 카브가 더 믿음직했다. 대신 전쟁중에 다시 엄청난 노력을 퍼부어 인젝터를 개발했다. 인젝터라는 것이 요즘처럼 좋은 장비도 아니었다. 작은 압력 펌프를 놓고 끝에 작은 분무기를 달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 다였다. 펌프를 달아 모기약을 뿌린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피드백도 별로 좋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오히려 카브가 편했다. 그러나 인젝터는 정확했다.

아무튼 인젝터는 이렇게 등장했다. 그리고 안심하고 쓰기 위해 그 다음 몇 십년 동안 개발이 진행됐다. 거의 40년이 지나서 승용차에 대중화 됐다. 디젤은 그보다 빨랐다. 작은 사례의 하나일 뿐이지만 사람들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사이에 개발 역시 목숨을 걸고 진행됐다.

당시의 비행기들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제트기로 변했기 때문에 피스톤 엔진으로 날던 기술들은 자동차로 곧바로 이식됐다. 고공에서 산소가 부족하면 비행기의 엔진이 꺼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터보엔진이 개발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자 자동차의 출력을 높이기 위해 항공기에 납품을 하던 회사가 자동차용으로 생산했다. 전쟁을 통해 목숨을 걸고 개발한 것들이라 이미 큰 문제가 없었다. 착륙을 하다 작은 실수로 스킵하면 비행장 전체가 위험해지는 폭격기나 수송기를 위해 브레이크를 제어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이 ABS브레이크의 시작이다.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다.

다음 호 주제는 역시 사소한 문제인 과급 엔진 `터보엔진'의 이야기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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