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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인삼 '낙지' <7>
바다의 인삼 '낙지' <7>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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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주꾸미는 봄에 맛있고 낙지는 가을이 가장 맛있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낙지는 9∼10월이면, 맛과 영양이 가장 좋아진다.
오징어, 낙지, 한치 등은 쫄깃쫄깃한 식감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음식인 것 같다.
 
가을에 통통 살이 오른 싱싱한 낙지를 뚝뚝 잘라 참기름에 찍어 먹으면 입천장에 쩍쩍 달라 붙는 그 느낌도 재미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질감에 달기까지 한 맛이 가을의 미각을 한층 돋군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지볶음' 집들의 대부분은 너무 매운 양념에 죽은 낙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낙지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없다.

낙지의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살리려면 양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낙지가 많이 나는 전라도 무안, 영암 등지에서는 우리가 흔히 먹는 산낙지, 낙지볶음, 연포탕, 갈낙탕, 낙지구이 외에 낙지죽, 낙삼탕, 낙지호롱(낙지에 짚을 말아 구운 것) 등의 특이한 음식들을 접할 수 있다. 낙지는 너무 익히면 질기고 딱딱해지므로 살짝 익혀서 먹어야 연하고 맛있다.

타우린 풍부 스태미너 · 다이어트식

낙지는 예부터 스태미너 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낙지에 풍부한 단백질과 비타민 B2, 칼슘 인 등의 무기질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타우린이 풍부하다. 타우린은 신체 각 부분의 기능을 높여 여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질병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또 교감신경 억제 작용이 있어 고혈압을 개선하고,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양을 늘리며, 심근의 수축력을 높여 심부전을 방지하는 작용도 있어 심부전 치료를 위한 의약제로 사용되는 성분이다.
 
간에서 담즙산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간세포의 재생을 도우며, 체내의 콜레스테롤을 바깥으로 배출시켜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혈중콜레스테롤 치가 높거나 육류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사람이 특히 챙겨먹어야 할 음식이다. 이런 영양학적인 우수성 때문에 남도에서는 산모에게 미역국을 끓여 줄 때도 낙지를 넣어서 원기회복을 돕기도 했다. 낙지는 저지방, 저칼로리, 고단백질 식품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에게도 좋은 식품이다. 낙지나 오징어는 내장에도 철분과 인이 풍부하므로 가능하면 내장도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산지에 가서 먹는 그 맛만큼은 아니겠지만, 서울에서도 싱싱한 낙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송파구 오금동의 `독천낙지골'은 낙지로 유명한 영암 독천의 지명을 딴 식당이다. 이 곳에서는 무안, 완도 등에서 싱싱한 낙지를 매일 공수해오며, 양념으로 쓰는 고춧가루도 영암의 태양초 고춧가루만을 고집하고, 산낙지를 찍어먹는 참기름 역시 영암에서 사람이 직접 수공으로 짜내는 것을 쓸 정도로 식재료에 신경을 쓰는 곳이다. 해물 요리가 다 그렇겠지만 낙지 역시 재료가 맛의 대부분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곳의 낙지볶음은 낙지 본래의 맛을 가릴 정도로 많이 맵지 않고, 싱싱한 산낙지를 살짝 익혀 콩나물, 미나리와 함께 내는데 연하고 단 낙지에 어우러지는 매콤하면서 약간 새콤한 양념의 맛이 여느 집에서 먹기 어려운 별미다.

낙지 연포탕은 낙지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과 간을 최대한 자제한다. 다시마와 멸치로 국물을 내고, 여기에 흔히 들어가는 모시조개 대신 굴을 넣는 것이 특이하다. 당근, 양파, 청양고추, 홍고추를 넣은 맑은 국물에 낙지를 살짝 익혀 건져 먹는데,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필자가 이 곳을 방문했을 때 세발낙지를 시켰더니 `30분 뒤면 오늘 물건이 들어오니 기다렸다 그걸 드시라'는 주인의 말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던 곳이기도 하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도 맛깔스러운데 많이 짜지 않으면서 감칠맛이 나는 갈치속젓과 쫄깃한 창란젓 등도 모두 안주인이 직접 담근 것이다. 낙지 가격은 산지 시세에 따라 다소 달라지는데, 올해는 낙지 생산량이 줄어서 낙지 가격이 많이 비싸다고 한다.

독천낙지골은 송파 경찰서 사거리 송파 우체국 바로 옆 골목 입구에 있다.
전화 02-402-3160 영업시간 10:00 ∼ 21:00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 휴무.
낙지연포탕·갈낙탕 3만5000원, 낙지비빔밥 7000원, 낙지볶음 3만5000원, 낙치초무침 3만5000원이며 산낙지와 낙지구이는 시가에 따라 달라진다.

〈강남 한송이W유방클리닉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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