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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Eb 장조 Op 55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Eb 장조 Op 55
  • 의사신문
  • 승인 2008.07.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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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고 치밀한 고전주의 음악의 '극한'


이번 호 부터는 서양음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교향곡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서양음악사에 있어 교향곡의 위치는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교향곡 형식의 구축에 있어 요제프 하이든의 공은 무시할 수 없지만 교향곡의 형식을 진정한 인간적인 음악으로 승화시킨 데는 베토벤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그러한 이유로 베토벤의 대표적인 교향곡들을 먼저 소개하면서 교향곡 장르의 문을 열고자 한다.

교향곡 3번 `영웅'은 베토벤과 보나파르트 나폴레옹과 얽힌 일화로 유명하다. 1798년 5월 젊고 패기 넘치는 나폴레옹은 이집트를 봉건체제로부터 해방시킨다는 기치로 200척 선단을 거느리고 이집트 원정길을 떠난다. 그 영웅의 기백에 베토벤의 마음은 불길처럼 타오른다. 그는 이 충격을 `영웅'의 출현으로 받아들이고 그를 찬양하는 `에로이카'를 작곡하는데 몰입, 5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악상을 구상하면서 나폴레옹을 위해 곡을 완성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베토벤의 환상이 돼 버렸다. 1804년 나폴레옹의 대관식 소식을 듣고, 베토벤은 울분을 이기지 못해 `에로이카' 악보를 찢어 던져버린다. 결국 `보나파르트에게 헌정됨'이라고 썼던 악보의 표지는 `Sinfonia Eroica(영웅교향곡)'로 다시 써 넣었다. 이 일화는 민중을 위한 공화주의를 지지했던 베토벤으로서 매우 분개하였음을 느낄 수 있는 한 대목이다.

이 교향곡은 `영웅'이라고 명명된 일화의 곡절 말고도 음악적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연주 시간적으로도 그때까지 이처럼 장대한 교향곡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것이 이 곡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이 교향곡은 공간적인 펼쳐짐 속에 미증유의 웅대함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이 교향곡의 전 악장에 있어서 베토벤의 대담한 실험의 결과임과 동시에 절대적인 필연성을 가지고 치밀하게 구성된 고전주의 음악의 극한이기도 했던 것이다.

제 1악장 Allegro con brio 고금의 교향곡 제 1악장 중에서 이 영웅교향곡 만큼 우수적이면서도 웅대함을 가진 곡은 아직 없다. 이 광대함은 시간적인 의미를 떠나 질량적으로 충실한 고전주의 소나타 형식의 대규모적인 구심적인 조형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의 전반은 주화음의 분산화음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일견 단순하게 보이는 이 주제의 조형이야 말로 광대한 세계를 받혀주는 집약된 간결함이 서려있다.

제 2악장 Marcia Funebre: Adagio assai 이례적인 장송행진곡 악장인데 관을 운구하는 무거운 발걸음을 느끼게 하는 저음을 바탕으로 애절한 멜로디의 오보에가 그 위를 수놓으면서 시작 된다. 그 부분에서 그의 갈등을 장대한 진혼의 흐름으로 구비치게 하여 인간의 본질로서의 비극성을 엄숙하게 되새기게 한다.

제 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Trio 빠른 템포의 4분 음표가 주축이 되는 악상은 3박자이면서 2박자의 리듬으로 전개되면서 통상적인 미뉴에트풍이 아닌 진정한 스케르초가 형성된다.

제 4악장 Allegro molto poco andante; Presto 갑작스런 전합주로 짧은 도입부를 거친 다음 `에로이카 변주곡'의 주제가 저음부에 제시된다. 이 주제는 이전에 발레음악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과 피아노 변주곡 35번 `에로이카 변주곡'의 주제로 사용된 것과 같은 리듬으로 이 교향곡의 피날레로서 관현악 변주곡의 주제로 세 번째로 사용되고 있다. 단음으로 전개되는 주제는 극도로 절제된 주제이면서 구성적으로 꽉 짜여진 변주곡의 주제로 서주가 되풀이 되면서 종결부를 이루고 장대한 `에로이카'의 전곡이 당당하게 막을 내리게 된다.

■들을만한 음반 :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베를린필(EMI, 1945);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지휘), NBC심포니 오케스트라(RCA, 1953); 브르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교향악단(CBS, 1958);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필(DG, 1995); 첼리아비다케(지휘), 뮌헨필(EMI, 1987)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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