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컨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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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08.07.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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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과용된 에너지

요즘같이 머리 아픈 시절에는 단순한 것이 최고다. 단순한 것에는 에너지의 적은 소모도 분명히 포함된다. 정말 엔트로피를 줄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컬럼에서 이야기한 라이프스타일 이야기의 오디오도 엔트로피 절감의 대상이다. 전기를 소리로 바꾸는 기계인 것이다.

20여년전 이미 요즘과 같은 사태를 일찌감치 예언한 미국의 석학 제레미 리프킨은 명저 `엔트로피'에서 결국 기계라는 것은 에너지를 변환(convert)하는 것이라고 말을 했다. 결국 에너지가 귀한 것이라는 것은 에너지의 가격이 앙등할 때마다 몸으로 실감하곤 한다. 리프킨의 책은 놀랄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사람들이 책을 읽은 후에도 전기와 에너지의 소비가 줄지는 않았다. 리프킨은 흔히 사람들의 양심을 진화시켰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노도의 종말, 소유의 종말, 수소 시대, 육식의 종말 같은 책들이 번역됐다. 육식의 종말은 요즘 문제가 된 광우병의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어 역시 큰 반향이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둔감해져 있는데 에너지가 너무 흔해진 것이다. 발전이라는 수치 뒤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들 중 많은 부분은 석유로부터 나온다. 사실 대체할 에너지도 없으면서 경쟁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경향이 싫어 성력화라는 슬로건 아래 에너지 사용을 극도로 줄여왔다. 그 결과 1970년대보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한다. 이런 신경질적인 반응이 옳은지는 알 수 없으나 과거의 예들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발전과 번영만을 생각하는 패러다임 밑에서는 분명히 쓸데없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영화 벤허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박진감 넘치는 영상의 전차 경주는 4마력짜리(말 4필이면 4마력이다) 에너지로 움직인다. 수많은 관중이 열광하지만 아무튼 트랙에서는 4마력짜리 엔진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아무리 출력이 작은 차라도 수십 마력은 된다.

과거 말 한 마리의 유지부담은 상당한 것이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20세기 초반까지도 마차를 유지하는 것은 아주 부자들만이 가능했다. 부유한 의사에 속했던 프로이드마저 마차를 갖고 있지 않다고 불평을 하곤 했다.피터 드러커 자서전에 나오는 대목이다. 유럽의 길들이 자갈길로 포장된 것은 말들의 배설물 때문이었다. 아마 오늘날 차 정도의 출력을 말들로 대체하면 길은 온통 말똥으로 넘치게 될 것이라고도 한다. 일종의 생물학적 오염이다.

에어컨은 당시로 보면 말 13마리, 집의 전등 역시 말 1마리의 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가능하게 된 계기는 석유를 퍼 올리면서부터다. 그것이 마법이다. 석유가 없어지면 마법은 사라지고 석유가 비싸지면 마법은 힘들어 진다.

컬러복사기로 찍어 헬기로 뿌린다고 악평하는 미국 달러의 헤게모니 겨루기와 일반인에게는 부담스러워져 가는 에너지의 가격은 당장 차들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4000cc가 넘는 트럭들과 SUV들이 미국에서부터 사라져갈 처지에 있다. 잘 팔리지도 않는데 부품을 만드는 비용이 증가하는 차의 구도는 크게 개편될 처지에 있다. 타이어부터 시작해 배터리까지 1년 전의 배는 아니더라도 50% 정도는 상승한 것 같은 요즘 차 구매욕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니싼의 카를로스 곤이 말한 것처럼 “세상은 불경기가 아니지 몰라도 자동차 업계는 그렇다”라는 표현은 정말 적절한 것이다.

이런 시기에 분명히 다가올 변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간단하고 가벼운 차다. 가벼우면서도 내부의 용적은 커지고 크럼플 존이 어느 정도는 확보된 차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고 차들도 변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이엔드나 고성능은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며 사람들이 바라더라도 사치스러운 구매경향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이다.

업계들의 근본적이고 무서운 경쟁이 시작될 곳은 아마 편하고 부담이 없는 차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패션처럼 일종의 회귀다. 그런데 옷과는 달리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앞으로 몇 년은 이런 경쟁이 시작되기 전의 고요함과 답답함이 업계를 누를 것이고 신차가 별로 없더라도 신기한 일은 아니다. 요즘 자동차 잡지가 재미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너무 재미가 없으면 안되니 필자는 과거의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 다음 번에는 항공기의 기술과 자동차의 이야기를 몇 번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둘은 아주 밀접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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