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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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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08.07.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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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과 새로운 하위문회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은 어떤 하위문화를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위문화(subculture)는 세부전공처럼 선택의 범위가 넓다. 메이커들은 중산층을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있는 하위문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때로는 메이커들조차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판매 댓수나 판매액이라는 목표를 위해 총력전을 다하는 것 같지만 사실 큰 틀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진 것이다.

하위문화의 참여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룹내에서도 서열이 정해진다. 사회학자들이 연구할 영역이지만 자동차 업계에도 중형 클라스나 대형 클라스의 차들을 가지고 이런 집단에 끼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에 속할 것이다. 이를테면 차들이 어떤 그룹의 상징이며 큰 가치를 갖고 메이커들이 보여주는 브로셔의 성능이나 기능에 관한 것은 그보다 더 적은 의미밖에 갖지 못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묘한 마케팅 판짜기들이 일어난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는 바로 메이커들의 돈줄이다. 소득의 20%를 차의 유지나 구입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교육이나 주택 등에 사용하는 중산층의 입장으로 보면 서열게임의 하위문화권에 편입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20%면 많은 지출에 속한다. 그리고 계속 지출을 늘이거나 유지하도록 메이커의 집요한 노력이 펼쳐진다. 이것이 평상시의 행동 패턴이다.

그런데 가끔씩 석유위기 같은 예측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여 이런 패러다임을 여지없이 깨놓곤 한다. 차들은 위기 때마다 작아지고 가벼워졌다. 1·2차 석유파동을 통해 배기량과 무게, 크기가 줄어든 것이다. 이번에는 또 얼만큼 가벼워질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150달러를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만약 지금보다 더 오르는 것이 확실해지면 그 때는 불안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변할 것이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는 현대 문명이라는 것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우울증처럼 변할 것이다.

중요하긴 하지만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들이 사람들의 내면으로 공격성의 방향을 바꾼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면 우선 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고 기름을 많이 먹는 차를 좋아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송료가 비싸져 무역도 줄어들고 당연히 차에 대한 수출이나 수입도 줄어든다. 먼거리를 다니지 않게 되어 관광이나 레저산업도 축소되고 공업도 변한다. 혈액 공급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 라이프 스타일이 변한다.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좋은 것으로 변하는 것이다. 지난번에 말한 젠 스타일 같은 것은 멋있어 보이는 시절로 변한다. 절전과 절약이 아주 좋은 미덕으로 변한다.

혈류량을 줄여 자신을 보호하는 것처럼 에너지는 극도로 아껴진다. 그러면서 그동안 별다른 이유 없이 거품이 많던 분야들이 휘청거린다. 그러면서 많은 조정이 온다. 에너지나 자원의 소비가 새로운 밸런스를 만날 때까지 이런 일은 되풀이된다. 근육이나 뼈의 조직이 변하는 것처럼 에너지의 공급은 많은 것들을 변하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요즘 이런 묘한 시기를 겪게 되었는데 세상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는 언제나 새로운 사상과 아이디어들이 사람들의 불안과 열광 속에서 피어나는 시기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조금 길게 했지만 사실 필자는 요즘 새로운 차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줄어들었다.(마니아로는 실격이다) 특히 중형차 이상은 관심이 없다. 어떤 지인은 세컨드카로 쓰던 작은 차를 더 열심히 타기도 한다. 아직 유류비가 크게 오른 것도 아닌데 이 정도의 변화가 왔다. 그래서 차들 역시 작은 차들을 고르고 있다. 대형차와 SUV는 잘 팔리지 않는다. 더 인기가 좋아지면 작은 차에 대한 새로운 컬트문화가 생길 것이다. 일본처럼 자동차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라나이(필요 없다)족이 생기거나 미니나 폭스바겐처럼 작고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을 명차들의 컬트 문화가 나타날지 모른다.

그러면 요즘같이 골치 아픈 시기에 재미있는 차들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작은 위안이나 즐거움이 될 지도 모르며 기대하고 있다. 걱정스러울 만큼 기름을 많이 먹는 차보다는 보고 있는 사람이나 타는 사람이나 더 마음이 편할 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하위문화를 선택하느냐는 신비스러운 요소가 많다.

그래서 이런 이상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작은 차가 득세할 지 기존의 패턴대로 큰 차들이 득세할 지 아니면 양극화될 지 아직은 잘 모른다. 하지만 작은차들의 매력은 충분하며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요즘의 미국의 미디어들은 작은 차들에 대한 이야기와 연비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도시 풍경의 일종인 차들의 변화를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에너지의 풍경변화를 볼 지도 모른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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