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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89주년>진단-공공의료와의 경쟁
<창립 89주년>진단-공공의료와의 경쟁
  • 강봉훈 기자
  • 승인 2004.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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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에 가면 모두 공짜라는데 누가 민간의료를 이용하겠습니까? 오히려 민간의료를 이용하러 오는 사람들이 불쌍한 사람들이죠""

각종 예방접종을 비롯해 내과적인 치료에서부터 물리치료, 운동치료, 각종 검진 등을 보건소에 가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정보가 아닐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더욱이 보건소가 과거와 같이 저소득층이나 이용하는 싸구려 진료나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도 이미 다 알려져 있다. 

보건소는 이미 최고 수준의 장비와 시설로 환자들의 발걸음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찾아갈 수 있는 거리의 한계가 있고 시간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어 맞벌이 부부 등 많은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건 불공정 경쟁입니다. 어차피 같은 시설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면 환자 부담금이라도 같아서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데 보건소는 정부 재정을 지원받기 때문에 훨씬 저렴한 가격에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원구에서 개원하고 있는 張賢載원장(파티마의원)은 ""개원의들은 획일적인 건강보험으로 운영할 수 있는 폭을 완전히 제한해 두고 보건소는 원가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함으로써 마치 개원의들을 고가의 의료비를 받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張賢載원장은 ""보건소는 일부 주민들에게 값싼 의료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회·경제적인 약자인 서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곳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보건소는 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초구보건소의 경우 오후 7시부터 22시까지 야간진료를 진료비 1100원에 실시하고 있으며 초음파치료기, 저주파치료기, 전기간섭 치료기 등을 도입해 다양한 물리치료를 1600원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외에도 체력단련실을 두어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3510원에 성인병 종합검진을, 6700원에 골밀도 측정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8000여만원을 들여 효소면역장비를 도입, 암 표지자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획일 통제/불공정 처사로 개원가 고통

민간의료부문 손 떼고 소외계층 보듬길

또 서대문구보건소는 사이버 보건소시스템을 구축해 인터넷 또는 전화로 예약하면 주민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유아모성실을 두어 초음파검사 등 임산부들이 출산 전에 받아야 하는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운동처방사를 배치해 신체나이에 적합한 맞춤운동법을 처방해 주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보건소 등의 설치·운영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지역보건법은 ' 9조(보건소의 업무)에서는 총 16개항을 보건소의 업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보건소는 △국민건강증진·보건교육·구강건강 및 영양개선사업 △전염병의 예방·관리 및 진료 △모자보건 및 가족계획사업 △노인보건사업 등 각종 보건업무를 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료에 관한 사항은 13항에 지역주민에 대한 진료, 건강진단 및 만성퇴행성질환 등의 질병 관리에 관한 사항, 16항에 기타 지역주민의 보건의료의 향상·증진 및 이를 위한 연구 등에 관한 사업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보건소는 지역 보건법에 규정하고 있는 14개 항의 보건사업보다는 겨우 마지막 부분의 2개항인 각종 의료서비스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북구의사회 尹海榮회장(녹십자의원)은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보건소는 공공의료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행정으로 무료진료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尹회장은 ""공공의료는 스스로 치료할 능력이 부족한 환자들을 위해 기초적인 질병 치료를 보조해 주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라고 지적하고 ""현재 보건소는 지역에서 건강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공공의료는 공공의료가 본래 해야할 목적도 다 이루지 못하면서 비만관련 사업, 각종 피트니스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이것이 과연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인지 되물었다.

하지만 현재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에는 공공보건의료를 '공공보건의료기관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행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공의료가 지향해야 할 가치나 목적 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그 주체만을 규정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노원구의사회 禹奉植회장(한양재활의학과의원)은 ""공공의료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의료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야 하며 민간의료로는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禹奉植회장은 각종 전염병 예방사업, 호스피스사업, 장애인 복지사업, 거동이 어려운 독거노인 사업 등이 바로 공공의료가 담당해야 할 사업이며 민간의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업을 모두 민간에 이양함으로써 무분별한 재정의 낭비를 막고 그 효용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대 의료정책연구실 許大錫실장은 '참여정부 공공의료 정책 문제 있다'라는 논문을 통해 ""국가 소유의 병상이 많으면 의료의 공공성 증대가 가능하다는 소유권적 관점에서 벗어나 소유는 민간 중심이더라도 기능적 측면에서 민간의 자원을 활용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許大錫실장은 ""보건소처럼 제한된 시설 및 인력을 통해 암검진 사업 등을 무리하게 수행할 것이 아니라 영세민들이 민간의료시설을 이용하면서도 암 검진을 쉽고 저렴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尹海榮회장은 최근 독감예방 접종 사업과 관련해 ""오히려 공공의료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서민은 개원의를 찾아와 '보건소를 찾아가 하루 종일 기다려도 예방접종을 받을 수 없었다'고 호소한다""면서 ""이러한 접종 사업도 보건소 앞에서 하루종일 기다리게 할 것이 아니라 민간의료의 협조를 구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尹회장은 또 ""이제는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 건강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봉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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