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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89주년>진단-의사 이미지 추락
<창립 89주년>진단-의사 이미지 추락
  • 김기원 기자
  • 승인 2004.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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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학 도입이후 지난 100년간 ‘仁術의 전도사’로 국민적 신뢰를 착실히 쌓아온 의사들의 숭고한 이미지가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이후 20여년만에 정부당국과 매스컴 등의 왜곡된 정보 노출과 여과안된 보도 등 타의에 의해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의사상’은 간곳이 없고 ‘醫術의 전도사’라는 자부심의 이미지는, 심하게 말하면 ‘의사는 의료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 정도의 사회적 대접으로 격하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의사의 추락된 이미지를 예전의 신뢰받는 의사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행동력과 함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왜 신뢰받는 의사상의 회복을 위해 의료계는 전력투구하는가?
의료계는 위기상황을 탈피하고 아울러 의료계 현안을 해결, 진료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해법은 ‘결국 의사와 의사간, 국민과 의사간 그리고 정부와 의사간의 불신의 벽을 허무는 것 말고 달리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최근 개원가는 사상초유의 불황을 맞고 있다.
극심한 불경기와 원가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저수가 체계를 비롯 진료비 삭감, 각종 행정적·제도적 규제, 불법의료의 만연, 공공의료라는 미명하의 의료영역 침범, 의료인력의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경영난이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전개로 인해 의료계는 국민적 신뢰회복을 통한 의료환경의 개선이라는 대반전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간단한 예를 통해 의사의 현재 이미지를 살펴보자.
다음은 최근 독감백신 접종과 관련, 의사들을 매도해 논란을 일으켰던 케이블 뉴스채널의 보도내용이다. 

  ◇앵커멘트=요즘 독감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면 효능에 차이가 있다며 비싼 수입백신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부모 마음에 아이들에게는 비싸도 효능이 좋다는 백신을 선택하기 쉬운데 알고보니 가격 차이는 크지만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는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자=독감 백신 주사를 놔주는 내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효능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은근히 값비싼 백신을 맞을 것을 권합니다. 
◇내과 병원 간호사=독감이 2가지 종류가 있거든요. 기존에 맞던 15,000원 짜리가 있고 이번에 새로 나온 2만5000원 짜리가 있거든요. 1만5000원 짜리는 약효가 6개월 정도 가고요, 2만5000원 짜리는 1년 정도 가요.
◇이 병원에서 아들에게 독감 예방 주사를 맞힌 주부 문선희씨=의사의 권유를 믿고 얼떨결에 수입 백신을 선택했지만 괜히 헛돈을 썼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 중략.
◇기자=현재 수입백신은 전체 백신의 9%, 157만 명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일부 병원의 말만 믿고 무턱대고 값비싼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매스컴의 이같은 보도태도를 보면 의사들은 더 이상 ‘仁術의 전도사’가 아니고 심하게 말하면 ‘商人’에 불과한 것 처럼 느껴진다.
이제 국민들은 의사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고 의심하는 상황으로 치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국민적 불신의 단초는 정부 당국의 왜곡된 내용 공개를 통한 의료계 죽이기와 함께 여과장치없는 매스컴의 보도행태가 이루어낸 합작품이다. 

만약 위의 보도내용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과연 의사들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까.
기껏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1만5000원짜리 백신과 제품의 차이가 전혀없는 2만5000원짜리 고가의 백신 접종을 강권, 환자들로부터 1만원의 차액을 챙기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상인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왜곡된 인식 보다 의료계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왜 의사들이 2만5000원짜리 백신을 환자들에게 권했을까?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물음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의사의 이미지 추락’은 이런 기초적인 물음은 전혀 없이 고가의 백신을 강권, 마진을 확대하려는 듯한 의사들의 모습만 연출하고 있는데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순천향대병원 소아과 李東煥교수는 “수입백신과 국내백신이 전혀 똑같은 것은 아니다”며 “국내 백신에는 방부제가 들어가 있으나 수입백신에는 방부제가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차이점”이라며 “방송보도의 똑같은 제품을 마진확대를 위해 환자에게 권유하는 듯한 보도태도는 사실을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이같은 독감백신 접종 보도 논란건을 언급하는 것은 ‘의사들의 이미지 추락’이라는, 정부 당국과 매스컴, 국민 그리고 의사들의 역학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악조건에서도 의사와 의료계의 신뢰회복을 위한 작은 불씨가 계속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어 다소 위안을 주고 있다.
이러한 불씨는 ‘국민적 불신의 벽을 허물자’는 구호아래 시작된 서울특별시의사회를 비롯한 의사단체의 각별한 노력을 들 수 있다.
지난 해 4월 취임이후 ‘국민에게 다가가는 의사회’를 모토로 사회복지법인 서울시의료봉사단을 설립하고 ‘노숙자 무료진료’와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 등 행동으로써 국민적 신뢰쌓기에 앞장서 오고 있는 朴漢晟회장이 행동으로써 그 사실을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朴漢晟회장은 연세의대 동창회보에 ‘시론-불신의 벽부터 허물자’라는 컬럼을 통해 “의약분업이후 초래된 건강보험재정파탄의 원인이 잘못된 의약분업실시, 건강보험공단통합 그리고 낮은 보험료율을 고수하는 건강보험정책 자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또한 의사들의 부당 및 허위청구에 의한 것이라며 애꿎은 의사들을 파렴치범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이렇게 조장된 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날로 심해져서 이제는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해법으로 “의료계 앞에 놓여 있는 많은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사회의 기저에 깔려있는 불신의 벽을 허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먼저 봉사하는 의사상을 실천하고 이를 적극 홍보, 국민들에게 우리가 먼저 가까이 다가가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朴漢晟회장의 ‘먼저 가까이 다가가는 의사의 모습’이라는 관점과 노력은 의료계로부터 개원가가 현실적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의료계의 판단은  “결국 의료계의 당면과제는 의사와 의사간, 국민과 의사간 그리고 정부와 의사간의 불신의 벽을 허무는 것”이라는 공감대 때문이다.
이는 ‘지금 이 시점에 왜 국민적 신뢰회복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김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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