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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89주년>해법-의료일원화
<창립 89주년>해법-의료일원화
  • 승인 200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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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개원가 탈출구를 찾는다
위기탈출 그 해법 - 의료일원화

 

일방적 시각 아닌 상대방 배려가 '우선'

 

우봉식(노원구의사회 회장)

혹자는 한국사회의 큰 병폐 가운데 하나가 헌법위에 '정서법'이 있고 그 위에 '떼법'이 또 있어 여기에 휘둘리다 보면 국가와 사회의 원칙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의료분야에서 한방에 대한 국민의 정서를 살펴보면,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또는 '예전부터 우리 체질에 맞는 것이니까'하는 식의 다분히 불합리하고 폐쇄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그러나 '좋은 것이 좋고, 우리 것이니까 조금 못해도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치열한 국제경쟁관계 속에서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통하려면 한국식으로 승부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세계에서 통하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한방의학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 육성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며 과학적 연구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실제 정책의 실행을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극히 일부 관료들과 한의사를 제외하고는 별로 공감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한방과학화 하면 떠오르는 맥진기, 양도락기 등 소위 한방의료기기로 분류된 진단용 기기들의 진단적 신뢰성에 대해 한의사조차도 절반이상이 불신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한약재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이유로 한약에 포함된 방부제가 허용기준치인 10ppm을 10배 이상 넘는 것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될 정도라면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는 없다.
더욱이 이러한 신뢰하기 힘든 기기들의 진단에 의존하여 처방과 투약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더 큰 문제이다.

정부는 '한의학육성법' 제정, '한의약종합정보센터'와 '한약진흥재단' 설립 등 우리나라의 한방산업화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해 주면 우리 한의약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의료 산업으로 발전하여 한방산업단지나 한방헬스투어 등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서 한방 상품을 구매하는데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한의약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외국인들이 결코 한의약 관련 상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흡수 통한 눈앞 이득 챙기기 발상은 '무리'

한의학 과확화 의료계가 앞장서 모범을

우리나라처럼 의학체계가 양-한방으로 완고하게 나뉘어 있는 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두 의학체계가 환자를 치료한다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효율적으로 협동하지 못하며 오히려 둘 사이의 여러 가지 갈등들로 인해 환자의 치료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자주 겪게 된다.
의사는 의사대로 상대방에 대한 경계와 불신, 그리고 무시로 갈등이 증폭되고 환자는 환자대로 여기로 가야하나 저기로 가야하나 헤메이다 정작 중요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병에 대해 의사와 한의사를 오가며 2중의 의료비를 지출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올바른 진료지침이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없다.
자연히 환자는 불합리한 의료이용의 행태를 보이다 결국에는 의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는 국민 개개인뿐만 아니라 의료인에게 있어서도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WHO는 각국의 주류의학(현대서양의학)과 전통의학간의 관계를 통합형, 내포형, 용인형, 배제형의 네 가지 형태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다.
통합형의 모델에서는 주류의학과 전통의학이 완전히 통합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제도나 학술적인 교류에서 전혀 제약을 받지 않는 형태로 중국이나 북한이 그 범주에 속한다. 내포형은 두 의학이 독립적인 기반을 갖고 병존하며 제도적으로는 인정하나 학술적인 교류는 인정되지 않으며 우리나라가 여기에 속한다.
용인형은 의술은 용인되나 제도적인 관점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형태로 일본이 여기에 속한다. 끝으로 배제형은 전통의학을 의술로서나 제도적으로 전혀 인정하지 않는 형태로 벨기에나 일부 유럽 국가가 여기에 속한다.

중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을 거치면서 전통적 사고-다시 말해 음양오행론이나 관념적 의미의 장부이론 등-에 의한 질병 접근법에 대한 오류를 인식하고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새로운 형태의 통합의학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선택했던 의학의 모델이 바로 '통합형'의 모델이었다.
또한 중국은 중국 전통의학(중의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계량화와 현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화를 추구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는 이러한 바탕 하에 중국의 중의약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2000년 중국에서 생산된 약제 가운데 한약과 양약을 가미한 형태의 약제인 소위 중성약(中性藥)의 품종만도 8,000여 가지에 이르는 등 한방분야에서 고부가 가치를 지닌 상품을 개발하는데 성큼성큼 앞서나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의료체계하에서 한방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한의계만의 독립적인 연구로 수행하려 한다면 학문적 발전의 동력에 이내 한계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서 포괄적, 통합적 연구를 통한 학문적 발전을 위해서 극복해야할 제도적, 정서적, 철학적 장애물들이 우리들에게는 너무나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물을 그대로 둔 채로 적당히 업권(業權) 지키기에 연연한다면 한의학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볼 수 없을 것이며 한방 상품을 개발하거나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의료 일원화를 바라보는 의사들의 시각도 상당부분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일원화란 엄연히 상대방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우선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일방주의적인 시각에서 한의학이 무조건 없어지거나 현대의학에 흡수되어야만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이는 일원화가 전혀 이루어 질 수 없으며, 설령 이러한 것들을 무시하고 강제로 일원화가 이루어진다손 치더라도 이로 인한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의료 일원화란 인생에 비유하자면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는 것처럼, 양-한방으로 나뉘어있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서는 가장 중차대한 일일 것이다.
진심으로 이해와 사랑이 없는 가운데 조건만으로 결혼을 한다면 그 결혼이 파탄에 이르는 것처럼 의료 일원화에 있어서도 서로의 입장에서 충분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결혼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의료 일원화의 문제를 단순히 한의약 분야를 우리가 흡수함으로써 한약을 판매하여 경제적인 이득을 몇 푼 더 취한다는 발상에서 추진하려한다면 이는 의료분야의 전문가집단으로서 갖아서는 안 될 부도덕한 생각일 것이다.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1조3천억원의 흑자를 기록하여 사상 최대의 당기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놓고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같은 흑자가 국민들이 보험료를 과다하게 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에게 건강보험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약분업이후 건보재정이 적자가 되었을 때는 의료계 탓을 하더니, 흑자가 되고난 후에는 의료계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의료인과 의료계는 좀 더 의연한 자세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아야만 한다.
우리는 의료 일원화를 통해 우리의 전통의학인 한의학 분야의 과학화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에 앞장섬으로써 국민에게 합리적인 의료서비스 이용의 표준을 제시함으로써 전문가집단의 위상에 맞는 역할을 먼저 행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현재 의료계가 갖고 있는 고민가운데 하나인 의료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에 힘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의료경영의 근간이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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