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전압과 연료의 누수
과전압과 연료의 누수
  • 의사신문
  • 승인 2008.06.25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이트 밝기·휘발유 냄새 등 '이상 신호'

지난번의 배터리 이야기를 조금 더 연장하자. 전압은 일종의 전기의 혈압이나 마찬가지다. 알터네이터의 조절 모듈이 망가지면 이 전압이 낮게 나오거나(배터리의 문제인 경우도 많지만) 높게 나온다. 문제는 전압이 정상보다 낮게 나오거나 높게 나오면 차의 엔진도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낮게 나오는 경우 보쉬사의 ECU 매뉴얼에 따르면 엔진은 연료를 더 분사하고 스파크 시간을 길게 잡는다. 낮은 배터리 전압을 보상하여 엔진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연료의 소비가 분명히 늘어난다.

그리고 전압이 높아지면 차의 모든 전자 장치가 망가진다. ECU가 경고를 내리기도 내리지 않기도 한다. 아무튼 13V 전후의 전압이 16∼17V 정도까지 올라가는 사태가 발생하면 소모하는 전력은 거의 2배가 된다. 바로 퓨즈들이 녹지는 않지만 점화모듈이나 각종 컨트롤러는 모두 엄청난 손상을 받는다. 예전의 물리학 공식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전력은 전압의 자승에 비례한다. 그래서 16볼트나 17볼트까지 전압이 올라가면 차의 전자회로들의 수명이나 성능은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이상하게 밝은 계기판이나 헤드라이트는 과전압의 신호다.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무심해서 비싼 유니트 몇 개를 날리기도 한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차량의 점프케이블 연결 시에도 전자장치가 몇 개 죽는 수도 있다.

과전압으로 인한 과전류로 불이 날 수도 있다. 퓨즈가 애매하게 녹는 경우가 발생하면 차에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운전자들은 잘 모르지만 정비공장에 가면 차량의 화재는 상당히 많다. 차량이나 엔진을 전소시키는 화재는 엔진 스위치를 끄고 간단한 소형 소화기나 PET병 정도의 물로 진화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도 막상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 조수석 바닥에 항상 하론 소화기나 작은 소화기를 넣고 다니는 것이 좋은 습관이다. 이들은 매우 가볍다.

전기 문제 다음으로 골치 아픈 문제는 연료의 문제다. 제일 흔한 것은 더운 날 연료펌프가 사망하는 경우다. 몇 년 동안 많이 주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펌프가 어느 더운 날 수명이 다하고 만다. 보통 웅- 하는 잡음이나 시동의 불량 같은 문제들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역시 운전자들은 무시하고 만다. 수명이 다한 연료펌프는 차를 견인하여 해결할 수 밖에 없다. 20만킬로 정도 타고 연료펌프를 바꾸는 운전자들도 있는데 보통 그 이전에 차를 바꾸기 때문에 흔한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 흔한 문제는 연료계통이 새는 문제다. 이것은 냄새로 즉시 알 수 있고 곧바로 조치해야 하는 문제다. 일반적인 가솔린차의 연료압력 그러니까 엔진에 이르기까지의 동맥압에 해당하는 압력은 약 3Bar 정도다. 혈압이 100mmHg 전후이니 760mmHg가 1bar라고 생각하면 상당한 압력이다. 조금만 틈이 있어도 가솔린이 샌다.

연료의 압력은 인젝터에 가해지고 그 다음은 조절기(레귤레이터)를 거쳐 낮은 압력으로 연료 탱크로 돌아온다. 연료펌프는 연료 탱크안에 들어있다. 연료 펌프의 역할은 연료를 높은 압력으로 뿜어내는 것이다. 레귤레이터는 3Bar 이상 압력이 높아지면 연료를 탱크로 귀환시키는 역할이다. 연료호스는 부분적으로 금속으로 부분적으로는 고무로 되어있다. 차안의 높은 온도와 진동으로 연료호스는 빠르게 열화되어 원래의 탄성과 강도를 잃어버린다. 열화되고 경화된 호스는 밖에서 보면 크랙이 가기 시작한다. 결국은 망가진 부분이 빠르게 열화되어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가솔린이 샌다. 필자는 지인의 낡은 시트로엥이 2m 가량 가솔린을 뿜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비 도중 호스를 조금 구부리자 발생한 일이었지만 주행 중이었으면 차와 운전자의 운명은 그날의 운세에 따를 것이다. 차량의 미약한 가솔린 냄새를 무시한 결과다.

그보다 덜한 빈도이긴 하지만 흡입매니폴드를 몇 번 분해하다보면 인젝터의 오링이 새는 경우도 있다.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솔린 증기가 엔진룸을 채운다. 이때는 운행을 하면 안된다. 연료가 새는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운행을 중지하고 공장에서 원인을 발견해야 한다.

하지만 연료압을 재거나 연료호스를 자세히 인스펙트하는 미캐닉을 본적이 없다. 이것은 사용자의 일인 것이다. 가끔씩이라도 들여다보는 것이 좋고 안전을 위해서는 차가 가끔씩 망가지는 것도 반드시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겁나기는 하지만 이와 비슷한 경우들은 많이 발생하고 불운한 일부는 사고로 이어진다. 전압을 재고 연료냄새가 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호스를 인스펙트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많이 제거할 수 있다. 상식적인 일이기도 하다. 좋은 정비사의 필요성을 실감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왕 골치 아픈 문제를 꺼냈으니 다음 회에는 연료계통의 문제를 더 생각해 보기로 하자.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