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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3번 C장조 Op.26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3번 C장조 Op.26
  • 의사신문
  • 승인 2008.06.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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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서정 잘 표현한 협주곡의 '백미'


프로코피에프는 그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어려서 어머니에게 음악교육을 받아 5세 때 이미 작곡을 시도한 프로코피예프는 14세에 글라주노프의 추천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하면서 그곳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작곡을, 빈클러에게는 피아노를 배웠다. 1914년 음악원을 졸업할 즈음에는 최고의 피아니스트에게 주는 안톤 루빈스타인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프로코피예프는 고전적인 바탕 위에 차가움과 예리한 서정성을 상반되게 배치시켜, 낯선 음악적 요소들을 조화와 재치로 풀어낸 러시아 음악가였다. 그는 구소련의 정치적 격동기로 인한 불안과 날카로운 성격으로 인해 신랄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총체적으로 프로코피예프는 방대한 양의 교향곡, 오페라, 칸타타, 실내악곡, 협주곡, 영화음악 그리고 피아노 작품들을 통일성 있게 작곡하여 현대 음악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특히 피아노 작품의 정체기였던 20세기에 악기의 특성을 백분 살린 주옥같은 피아노곡들을 창작한 그의 업적은 현대 피아노 레퍼토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구소련의 격동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기 이전 그는 피아노 작품을 다수 작곡하였다. 피아노협주곡 2번은 그 중에서도 음악원 재학시절 학생신분으로 작곡한 수작이었으며 이 곡을 들은 디아길레프는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에 맞추어 발레를 상연하고 싶다고 제안해 훗날 프로코피에프가 발레 음악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방으로 망명한 후에는 그 유명한 `세 개의 오렌지에의 사랑'을 작곡하여 명성을 얻게 되지만 자유분방하고 진취적인 성격의 프로코피예프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파리로 옮기게 된다. 이 시기에는 명확한 조성감과 러시아적 선율이 주는 간결함이 깃들은 작품을 쓰게 되는데 이때 이 시기를 즈음하여 5개의 피아노협주곡 중 가장 절정의 기교와 완성도를 보인 피아노협주곡 3번을 작곡하고, 발레음악 `로미오와 줄리엣', 어린이를 위한 `피터와 늑대' 등 많은 장르의 곡들을 작곡하게 된다. 이후에는 마음에 그리던 러시아로 다시 돌아가 시대의 강압에 의해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표방하게 된다.

피아노협주곡 3번은 직접성과 서정성으로 `현대 피아노 협주곡의 백미'라고 불리며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협주곡이다. 협주곡 1번의 주제와 연속선상에 있는 이 작품은 느린 템포의 무반주 클라리넷의 선율이 강한 서정성을 풍기며, 보다 논리적인 구조와 활력을 지닌 것이 특징이며 이 특이한 서정성은 그가 다시 러시아로 돌아간 후 확립한 리얼리즘 음악 세계의 큰 특징의 밑거름이 된다.

제 1악장 andante; allegro 조용히 시작하는 전개부는 점차적으로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현란한 주제로 이어져 듣고 있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제 2악장은 Tema con variazione 프로코피예프의 특색이 잘 표현된 불협화음과 반음계적 전개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같은 느낌을 주게 하며, 제 3악장은 allegro ma non troppo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듯한 종결부는 황홀한 음악의 세계에 젖게 한다.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은 현대적이라고 불리어진다. 하지만 구성 감각과 교묘한 착상이 뛰어났던 그는 `고전적 교향곡'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고전의 요소들을 토대로 혁신적인 작품을 창작하게 되어 고전파음악가들의 후계자라 할 수도 있다. 바로 이점이 다이내믹한 그의 작품 속에서 현대인들이 유쾌함과 고요함, 서정성을 함께 발견하는 이유이며, 한 여름 서늘한 폭포의 물줄기처럼 마음의 청량제 역할을 하여 지금까지도 끊임없은 사랑을 받게 되는 이유이다.

■들을만한 음반: 마르타 아르케리치(피아노),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1983, DG );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피아노),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필(1975, Decca);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피아노), 예프게니 스베틀라노프(지휘), USSR 심포니 오케스트라(1973, DG); 백건우(피아노), 안토니 비트(지휘), 폴란드 방송교향악단(1998, Naxos)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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