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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구하는 의료행위가 과잉진료인가
생명 구하는 의료행위가 과잉진료인가
  • 권미혜 기자
  • 승인 2004.11.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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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상황에 처한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가 '부당'한가.

만약 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지 않았다면 '보라매병원 사건'처럼 '살인죄'로 인식될 것인가.

응급 중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시행된 반복되는 기관지 내시경 술기에 대해 심평원이 과잉진료로 규정, 해당 기관에 진료비 환불 결정을 통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의료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환자의 생명권을 도외시한 의권에 대한 '도전' 이었다.

환자의 생명을 위해 단행한 의료 행위를 무의미하고, 과잉·불법화하는 심평원의 진료비 환수조치 결정으로 인해 향후 희귀 난치성질환자 및 중환자 진료에 상당한 위축이 초래될 전망이어서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기관지 선천성기형환자에 대한 3년간의 진료비 환불 통보와 관련,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치 않은 이 같은 부당한 조치에 대해 심사청구 제기에 이어 행정소송등 향후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환자가 중환자이거나 특히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 요양기관은 보험급여기준에 따라서만 진료를 시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급여기준을 초과하여 시행한 검사, 처치, 약제, 치료재료 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의료진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환자의 잦은 기도폐색으로 발생된 수술료에 대해서는 보험급여로 인정하고, 수술 후 긴박한 상황으로 중환자실 등에서 이루어지는 보험급여기준 초과 진료에 대해서는 급여로 인정하지 않아 본인부담으로 이루어진 치료에 대해 '환불' 하라는 조치는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질환 치료를 위축시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경과: 환자는 1999년부터 2003년 8월 9일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선천성 기관지기형으로 11회 입원, 치료를 받았다.

환자는 소아흉부외과에서 기관지 성형술을 받았고, 그 후로도 여러차례 기도폐색이 나타나 기관지를 넓혀주는 수술을 받았다.

보호자의 동의하에 반복적인 기관지확장수술 등 집중적인 치료를 시행, 생명을 유지시켰으나 환자는 결국 2003년 8월에 사망했다.

이어 환자의 보호자는 1999년 10월부터 11회 입원 진료비에 대해 2003년 10월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 제기 당시인 3차까지 입원한 진료비에 대해서는 이미 청구 소멸시효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문제점 및 대책: 환자의 소생을 위해 수 십 차례의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응급수술 및 심폐소생술이 시행됐다.

그러나 환자는 심각한 뇌 손상과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 심폐기능의 부담으로 식물인간이 된 후 약 1년 뒤, 약 3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망했다.

환자 치료 과정에서 반복되는 기관지 내시경 시술로 인해 보험급여기준을 초과하여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 병원당국은 보호자의 동의하에 본인부담으로 진료를 시행했다.

서울대병원은 ""심평원의 치료비 환수 결정은 환자에게 행해진 일련의 의료 행위가 불필요한 행위라는 판단으로, 특수한 상황에 대해 일반적 지침을 적용한 큰 오류""라며 ""이 같은 상황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특수한 상황은 치료하지 말라는 의미로 간주할수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병원은 ""환자 민원에 의해 보험급여로 인정할 수 있는 사항이면 1차 진료비청구에 대한 심사에서도 당연히 보험급여가 되어야 마땅하다""며 ""두가지 잣대로 진료비를 심사하는 행태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은 또한 중환자의 치료를 보험급여기준의 잣대에 맞추지 말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권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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