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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피아노 합주곡 1번 마단조 작품11
쇼팽 피아노 합주곡 1번 마단조 작품11
  • 의사신문
  • 승인 2008.06.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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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선율로 써내려간 서정시 '사랑'


프래드릭 쇼팽(1810∼1849)은 39세라는 짧은 생애 동안 피아노 연주법의 일대 혁신을 이루고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보석과도 같은 피아노 작품을 작곡하여 후대의 많은 작곡가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바이올린과 플루트연주에 능한 프랑스인 아버지와 성악과 피아노를 연주하는 폴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쇼팽은 어릴 때부터 음악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날 수 있었다.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공부를 마친 후 비엔나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18세 쇼팽은 두 차례의 연주회를 갖고 대단한 호평을 받게 된다.

그러나 쇼팽은 그 당시 가벼운 왈츠 분위기의 비엔나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새로운 음악적 돌파구를 찾아 파리로 건너가게 된다. 그곳에서 리스트의 소개로 당시 진취적인 성향의 여류 소설가 조르주 상드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 이후 상드와 사랑에 빠진 9년의 기간은 쇼팽에게 가장 행복한 시기이자 또한 가장 불행한 시기이기도 했다.

결핵이라는 신체적 질병과 함께 타고난 예민한 신경과 섬세한 감성은 쇼팽에게 무한히 아름다운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의 하나였지만, 반대로 그로 인해 쇼팽은 사랑과 질투의 감정에 쉽게 상처를 받게 된다. 이러한 자극들에 의해 결과적으로 그가 발전시키고 확립시킨 독특한 피아노 연주와 작곡법은 자신의 내면에서 끌어올린 시정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반영하기 위한 음악적 어법의 필요성에 의해 탄생하게 된다.

쇼팽의 음악은 유장한 웅변의 서사시보다는 소박한 운율의 단시에 가깝다. 그러나 행간과 운율 사이사이에는 누구나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근원적인 아름다움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그것이 쇼팽의 음악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오는 한편, 듣는 이의 주체적인 심미안을 자극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쇼팽의 강한 자의식만큼이나 조국 폴란드는 쇼팽에게 있어 평생 동안 사랑의 대상이었다. 1849년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연주되는 가운데 그의 유해는 파리의 페르 라세즈 묘지에 묻혔지만, 그의 심장만은 조국 폴란드의 바르샤바로 옮겨져 성 십자가 교회에 안치되었다. 쇼팽의 심장은 언제나 조국 폴란드를 동경했던 것이다.
이 협주곡은 폴란드를 떠나기 직전 20세인 1830년에 작곡된 작품으로 한 여인에 대한 연정과 흠모를 담고 있는데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콘스타치아 그라트코프스키가 바로 그 여인이다. 한 여인을 향한 애절한 감정이 담겨진 이 협주곡은 화려하고 강렬한 피아노 파트에 비해 오케스트라 파트는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들리나 워낙 쇼팽의 낭만적이고 우수에 찬 피아노 선율이 시종 아름다운 서정시를 펼치듯 전개되고 있어 그 속에 푹 빠지게 만든다.

제1악장 Allegro maestroso: 고전적 협주곡의 소나타형식으로 제1주제와 2주제를 관현악이 연주한다. 유려한 선율의 칸타빌레의 제2주제에 이어 다시 1주제 후 피아노 독주가 전개된다. 피아노는 달콤한 서정과 미래의 동경이 맞닿으며 청년 쇼팽의 부푼 가슴을 표현하고 있는 듯 압도적이고 테크니컬한 리듬으로 의기양양하게 화려한 워킹을 선보인다.

제2악장 Romance Largetto: 녹턴 성격의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아름답게 노래하는데 쇼팽의 표현대로 “낭만적이고 고요하며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지나 추억을 되새기는 인상, 이를 테면 아름다운 봄날의 달밤에 그리운 과거를 추억하는 느낌”이 담긴 이 악장은 쇼팽의 감상적인 시선이 녹아 있다.

제3악장 Rondo vivace: 경쾌하고 재기 넘치는 악장으로 생생한 활기와 격조가 조화를 이루며 폴란드 민속적 선율을 이용하여 기교적인 연주를 선보이게 된다.

■들어볼만한 음반 : 디누 리파티(P), 오토 액크만(지휘), EMI_1941 / 아르투르 루빈스타인(P), 스테니슬라프 스코로바츠비스키(지휘), RCA_1961 / 샹송 프랑스와(P), 루이 프리망(지휘), EMI_1967 / 마르타 아르게리히(P),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그라모폰_ 196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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