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와 배선의 문제
배터리와 배선의 문제
  • 의사신문
  • 승인 2008.06.12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잘못된 튜닝, '폭발' 등 큰 사고 초래

다시 차에 대한 칙칙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차를 몰면서 엔진룸에서 가장 결정적인 위험한 징후는 무엇일까? 몇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중 엔진오일과 변속기오일을 떨구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빼고는 배터리 합선과 가솔린의 누유를 생각할 수 있겠다. 둘 다 위험한 물질의 유출을 의미한다.

배터리의 합선은 사실상 일어나기 힘들다. 배터리의 합선이 일어나면 배터리가 녹아 버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차가 순정으로 출시되는 경우 메이커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배터리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한다. 사고 발생 시에도 배터리는 어느 정도 보호가 일어나는 지역에 위치한다. BMW의 일부 모델은 배터리가 아예 트렁크에 있었다. 엔진룸의 공간이 너무 커지다 보니 배터리를 안전하게 놓아둘 위치가 없었던 것이다. 일부 유럽차들도 배터리가 트렁크에 있다. 벤츠의 w124의 배터리는 조수석의 앞부분에 있다. 엔진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고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엔진이 밀려들어오면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고 화상이나 배터리의 황산용액이 일으킬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다. 차라는 것은 가솔린을 포함하여 위험한 물질들이 얇은 플라스틱으로 가려져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웬만한 사고에는 엔진룸 안의 배터리는 안전하다. 차의 앞 본네트가 한참 밀려들어와야 영향을 받으며 깨지는 단순 누액은 바닥으로 흐를 뿐이다. 폭발을 일으키거나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것은 합선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터리는 합선이 일어나면 합선된 스패너나 렌치의 접촉부를 녹여 버릴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 웬만한 구리선으로 합선을 시키면 전선이 바로 불이 붙는 것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심한 전류가 잠시 동안 흐르면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그 다음에는 폭발한다.

사실 순정 상태에서 차들은 매우 안전한 편이다. 내수만이 아니라 수출의 문제도 있고 해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안심해도 좋다. 예전의 차들은 배선이 엉망이었으나 요즘의 차들은 배선이 거의 완벽한 편이다. 이 부분은 필자가 여러 종류의 차의 수리와 해부에 참여해 보았기 때문에 잘 안다. 신경이 혈관이 보호되는 것처럼 여러 가지 강구가 되어 있다.

상황을 이상하게 몰고 가는 것은 잘못된 개조와 수리과정에서 일어난다. 대부분은 이상한 비품들 때문이다. 이상하게 생긴 금도금 단자 같은 것을 사서 차에 장착한다. 어떤 것들은 높이가 높거나 옆으로 튀어나온다. 여기에 전선을 자르거나 모아서 볼트로 고정한다. 보호캡을 씌우는 경우도 있지만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배터리의 용량을 증가시킨다고 배터리를 더 큰 것으로 바꾼다. 접지 튜닝을 한다고 알터네이터터 근처에 배선을 새로 붙이는 경우도 있다. 바쁜 카센터에서 대충 설치하거나 차주가 DIY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사고가 날만한 배선의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극도로 단순하게 사고가 나지 않도록 이중삼중의 장치를 해놓은 부분들이 약해지는 것이다.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을 곳에 매우 위험한 사고를 스스로 불러들인다. 보통은 아무런 득이 없는 이상한 튜닝이 문제인 것이다.

일종의 미신처럼 용량이 큰 배터리가 시동이 더 잘 걸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 오디오를 필요 이상으로 큰 것으로 바꿔 배터리와 얼터네이터를 용량이 큰 것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운이 좋게 넘어가지만 때로는 불운한 경우도 발생한다. 배터리의 단자가 합선되는 사고는 본네트에서 갑자기 연기가 나며 불이 나곤 한다. 필자도 큰 배터리를 넣고 경험했다.

오디오의 튜닝 역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10A 정도의 배선이 여기저기 널리고 단자가 풀어지면 역시 대박급의 사고가 난다. 이를테면 큰 전류를 얻기 위해서 굵은 배선을 완전한 프로텍트 없이 뽑아내는 겁 없는 개조는 대동맥에서 급조된 혈관으로 바이패스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왕왕 본다. 그래서 오디오 튜닝은 완벽하게 하지 않는 한 매우 위험한데 개념이 없는 시공자들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설치된 오디오를 제거한 다음도 문제다. 배선을 비닐 테이프로 막아 놓거나 하고 제거를 하는데 차의 온도는 90도를 쉽게 넘어가며 흔들리기 때문에 접촉 후 합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반드시 사고가 나지는 않는다. 확률의 문제다. 다만 확률이 높을 뿐이다. 카센터에서 이상하게 마무리된 차들도 비슷한 위험을 안고 다닌다.

생각해보면 조금 무서운 일이지만 꽤 많은 차들이 이렇게 길거리를 다니고 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론 독자들이 타고 다니는 차들일 것이다. 본네트를 열고 한번 잘 살펴볼 만한 일이다. 그 보상은 충분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