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먹을 것이 풍부하여 식도락가들의 눈과 입이 즐거워지지만, 특히 `코'가 즐거워지는 음식이 바로 송이일 것이다. 송이의 그 우아하고 독특한 향기는 세계 3대 진미 중의 하나라는 트러플(송로버섯)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송이 한 조각만 요리에 넣어도 그 향과 맛이 전혀 달라지며, 송이버섯 하나로 온 부엌과 집안에 그 향기가 가득해진다.
송이는 그 태생부터가 사뭇 `귀족스러운' 고귀한 음식이다. 송이는 일단 생장 조건부터가 까다로워서 물과 공기, 토양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맞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 다른 버섯이 죽은 나무에서 자라는 것과 달리 송이는 살아있는 20∼60년생 암소나무 밑에서만 자란다. 토양도 중요한데, 화강암이 풍화된 푸석푸석한 땅이 제격이다. 너무 건조해도, 늘 축축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일조량도 중요해 어두운 숲 속, 낙엽이나 솔잎이 너무 많이 덮여 있는 땅에서는 송이가 나지 않는다. 기온 또한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야 하며 가끔 안개비 정도가 스치며 맑고 신선한 날씨가 유지돼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생장조건 때문에 송이는 아직 양식이 되지 않는다. 갓의 피막이 터지지 않고, 자루가 굵고 짧으며 살이 두꺼운 것이 좋은 송이다. 또한 향기가 진하고 색깔이 선명하며 탄력성이 큰 것이 우량품이다.
고단백 저칼로리 다이어트식 대명사
독특한 솔잎 향, 연하면서도 아삭아삭한 육질로 가을의 미각을 사로잡는 송이는 고단백 저칼로리의 건강식품이자,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무기질과 비타민 B, D가 풍부하며 구아닐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주고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등 현대인의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송이버섯에 있는 다당체는 항암 작용을 하며 이러한 송이의 항암작용은 표고버섯보다 뛰어나다. 송이는 일식, 중식 등에 제철 재료로 많이 이용되지만 한식과도 매우 잘 어울려서 송이회, 송이구이, 송이찜, 송이밥, 송이된장찌개, 송이국, 송이전골 등 다양하게 요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지 최대한 조리 시간을 짧게 하고, 파와 마늘, 고추 등 자극적인 양념을 되도록 적게 써 송이의 향기와 질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른 아침에 딴 싱싱한 송이를 흙만 툭툭 털어 날 것으로 먹는 그 맛이야말로 어떤 요리와도 비교되지 않는 최고의 맛일 것이다.
올해는 송이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송이가격은 추석이 지나면 보통 떨어지는데, 올해는 그렇지가 못해서 최근까지도 상품은 1Kg에 20만∼25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송이는 재료의 값이 워낙 비싼데다 짧게 나오는 계절음식이라서 전문적인 식당을 찾기 어렵다. 송이 철이 되면 대부분의 호텔이 특별 메뉴를 마련하는데, 다른 요리에 비해 송이는 호텔에서 먹는 편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대량구매를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송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송이요리를 맛보기 위해 찾아가는 곳은 르네상스호텔의 일식당 `이로도리'다. 철판구이로도 유명한 이 곳은 다양한 송이 요리를 맛깔스럽게 낸다. 도비무시(송이와 해산물을 넣고 주전자에 끓인 것) 수프, 송이 회, 송이 구이, 송이 튀김과 송이를 넣은 도미머리조림 등 여러 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송이코스(자연 송이 미니 가이세키)는 18만원이며 자연송이 스끼야끼 정식, 자연 송이 맑은 국, 자연 송이 덮밥 등의 단품 메뉴들도 있다. 값이 좀 부담스럽지만, 맛이나 송이의 질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곳이다. 물론 최고의 송이를 양껏 먹고 싶다면, 송이산지나 서울의 송이 취급 점포에서 직접 송이를 사다가 집에서 손질해 먹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로도리'는 르네상스호텔 3층에 위치하고 있다. 전화 02-2222-8659
〈강남 한송이W유방클리닉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