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경량화 기술
미래의 경량화 기술
  • 의사신문
  • 승인 2008.05.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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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 자동차의 대대적 변신 예고

독자들이 재미없이 보았을 것이 틀림없을 소형차 이야기를 필자는 몇 번이나 적었다. 그러나 차량의 경량화 이야기들은 이제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예언은 아니지만 중요한 문화 DNA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름값은 현재 배럴당 130불을 넘었다. 얼마 전까지 마의 130달러대의 유가라고 불렀던 부분이다. 그래서 경제면을 보기가 두려울 때가 있다. 산업의 산소는 에너지인 것이다.

만약 지금보다 더 비싸진다면 대체물들이 활발하게 나올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탄화수소의 탄화수소 값이라는 개념으로 연료를 생각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탄소체인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열량을 계산하여 연료값을 계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유는 휘발유만큼이나 때로는 더 비싸지고 있다. 따라서 디젤 SUV를 타는 것은 2톤이 넘는 쇳덩어리를 매일 짊어질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만 타는 차들로 변한다. 그동안 메이커들이 SUV를 고부가가치의 차로 정하고 팔던 전략은 앞으로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실수요자들을 제외하고 거품이 끼었던 수요들은 모두 정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포드는 커다란 차에 중점을 두던 전략을 포기하고 작은 차에 주력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많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미래에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갑기도 하지만 우울한 소식이기도 하다. 덩치 큰 차는 사치품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 이유는 유류비용 때문이다. 이런 내용들은 전략적 시그널로 적어도 몇 년 동안에 걸친 대변화를 예감한다.

그래서 예전처럼 800Kg대의 작은 차들이 다시 새로운 엔지니어링으로 탄생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어느 나라나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자동차의 제조는 매우 에너지 투입이 높은 산업이다. 철과 고급 플라스틱의 블랙홀로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되면 주변의 산업들이 매우 바빠진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에너지를 적게 쓰는 재료나 가공법이 주류로 등장한다. 우선 가벼워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부피는 커야 한다. 그리고 튼튼해야 한다. 메이커는 이런 조건들을 규합하고 광고와 문화전략을 짜야 한다.

생물체의 유전자처럼 기술에도 DNA같은 것이 있다. 예전에 이미 이런 쪽으로 많은 시도가 있었고 그 기술은 각광을 받거나 외면 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잊혀졌던 주제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나무를 차체의 구조물로 쓰는 것 같은 아이디어다. 나무의 강도는 예상보다 훨씬 강하며 알루미늄 정도의 무게를 갖고 있다. 이미 400마력대의 나무로 차체를 만든 차량이 양산품은 아니지만 굴러다니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나무로 만든 차량이라면 사람들이 웃고 갈만한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일부 기술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이를테면 모건 스포츠카들은 80년대까지 참나무로 만든 차대를 갖고 있었다. 이 차대로 가볍고 빠른 스포츠카들이 나왔다. 수명도 오래가서 외국에는 아직도 달리는 차들이 많이 있다.

나무뿐만 아니라 대나무와 풀에 대한 엔지니어링의 해석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볏짚으로 만드는 단열 소음 차단재의 놀라운 특성 같은 것도 있으며 지금까지 값싼 재료로만 알고 있던 재료들에 카본파이버를 능가하는 물성을 뻔히 알면서 뒤늦게 적용하는 중이다. 첨단 재료인 복합 파이버나 알루미늄 라미네이트 같은 것들이 이들과 뒤섞여 미래의 차에 적용된다. 그러면 제조방법도 바뀐다. 용접이나 육중한 구조물은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 엔지니어링 철학을 갖게 된다. 구조는 생물체를 더 닮게 된다.

이런 것들은 대량소비 중심의 기술문화에서 모두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무시되던 주제들이다. 조용히 잠재해 있던 DNA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에너지의 공급이 줄어들자 대안들이 나타난다.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기적의 구조물들은 사실 놀라운 특성을 갖고 있었다. 자연에는 많은 기적들이 있었다. 한정된 재료로 생존을 위한 완벽한 세트를 만들어야 하는 생물은 기적과 같은 엔지니어링을 이미 몸으로 구현했다. 이런 구조물들을 차에 적용하는 것은 이제 불가피하다. 제조방법 중에서도 접착과 적층에 관한 기술들은 생물체의 조직형성과 비슷한 것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유류 비용이 더 올라간다면 아름답기는 하지만 조금 기괴한 구조물들이 차를 뒤덮을 것이다. 그동안 모든 것을 철과 플라스틱으로만 만들던 차들은 원시적인 재료와 첨단의 재료를 모두 합한 그 무엇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우울한 현실을 반영하는 엔지니어링이긴 하지만 합리적인 변화다. 연료를 극도로 적게 소모하는 재미있는 차들이 나타날 것 같지 않은가? 요즘 같은 석유위기는 새로운 것들이 꽃피는 기회이기도 하다. 용접대신 나무를 깎고 플라스틱 블록을 파이버 소재의 본드로 붙이는 새로운 물건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외국에는 집에서 만드는 에탄올 제조기가 시판되는 시절이 왔으니 웬만한 것들에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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