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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에서 제약산업 돌파구 찾아야
신약개발에서 제약산업 돌파구 찾아야
  • 의사신문
  • 승인 2008.05.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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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재천<신약개발조합 이사>

▲ 여재천 이사
사람들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많이 혼동한다. 물론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존재다. 세균은 몸집도 바이러스보다 크고 핵을 가지고 있어 숙주 없이 생존과 번식이 가능하다. 또한 항생제가 어느 정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항생제가 전혀 듣지 않는다. 인간이 바이러스를 상대하기 힘든 이유다. 에이즈로부터 간염, 독감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병은 수백 종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제는 전무한 상태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조류독감이 `21세기의 흑사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새로운 변종의 조류독감이 출현하면, 전 세계 60억 인구 중 30%인 18억명이 감염되고, 5000만∼1억명이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류역사에 1억명이 사망하는 전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인간간의 전쟁보다 이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드디어 엄청난 재앙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간간의 전쟁과 질병과의 전쟁에서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인간간의 전쟁은 휴전이 있지만 질병과의 전쟁은 휴전이 없다. 그러면 공통점은 무엇인가? 무기체제의 개발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간의 전쟁보다 질병과의 전쟁이 더 위협적이다. 그러나 인간간의 전쟁에 대비해서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지만, 병원미생물과의 전쟁에는 엄청난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지 않는다. 오늘의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무기체제는 예방적인 백신이며, 본질적으로 퇴치하는 치료약은 아직 무기체제로 개발되어 있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조류독감에 유효한 무기인 백신 비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총 60억∼100억 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을 준비하고 있다. 각국이 바이러스 관계 무기체제를 비축하려고 노력하는 경쟁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대박을 터뜨린 회사가 등장했다.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스터시티에 본사를 둔 길리아드사이언스사가 개발한 `타미플루'는 독감균주의 확산을 예방하는 유일한 약물로 평가되고 있다. 매년 로열티를 개발사에 지불하는 조건으로 생산·공급하는 스위스 로슈가 경영위기 상황에서 횡재를 잡은 셈이다. 지난해 1월 WHO가 세계적으로 조류독감의 대응책을 촉구하면서, 올 상반기 타미플루의 매출은 4억5천600만 달러로 급상승했다. 미국은 앞으로 10억 달러 정도의 타미플루를 구매하기 위하여 협상 중이라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로슈는 이 약물 하나로 회사의 운명이 바뀐 셈이다.

조류독감도 신종바이러스의 일종이지만, 앞으로 또 다른 신종바이러스의 출현은 불가피한 자연현상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 홍콩독감 등 신종독감바이러스의 출현은 그 빈도는 더욱 빨라지고, 피해규모는 더욱 확대되는 것이 자연적 추세가 되고 있다. 따라서 신종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무기개발은, 국민건강안보는 물론, 국가경제의 운명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관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이 2003년 7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 발생 때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를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아시아 지역에서만 반년간 지속될 경우 아시아 지역 경제성장률을 2.3%포인트 떨어뜨리며 992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것으로 예상했고, 1년간 지속될 경우에는 경제성장률을 6.5%포인트 감소시키며 2827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매년 인플루엔자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손실만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의 패배는 곧바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신약개발은 지금까지 주로 미국이나 일본, 스위스 등 10여개의 선진국에서만 수행되어오고 있다. 세계적인 신약 개발에는 평균 8∼15년의 시간과 5∼8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나, 개발 성공시에는 지속적인 고수익이 가능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다지다. 2006년도 현재 세계 매출액 1위 제품인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Lipitor, Pfizer사)의 2004년 매출액이 120억 달러, 매년 평균 신약개발비의 20배에 가까운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나라를 살리는 길이 이 신약개발에 달려 있다. 언제까지 우리 경제가 환율이나 기름값 같은 대외적 요인에 좌지우지되어야 한단 말인가? 차세대 성장동력인 신약개발에서 FTA 등 우리의 국내외 불리한 제약산업경제 환경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여재천<신약개발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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